[Review] 연극 '춘향'에서 얻은 호기심

글 입력 2018.08.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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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연극 '춘향'을 보러갔다. 혜화역에서 꽤 걸어가니 나온씨어터가 나왔다. 지하에 있는 극장에 들어가 가장 앞 줄에 앉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연극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연극을 볼 때마다 네다섯 번째 줄 이후로 앉아서 봤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서 관람하면 왠지 멀리서 TV속 딴 세상 보는 듯한 느낌이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배우와 두 걸음 정도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과 나 사이에 투명하고 견고한 벽이 있었다. 절대 침범할 수 없는 '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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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씨어터의 객석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한 몽룡이 춘향에게 구애를 하고 둘은 사랑에 빠져 지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몽룡의 부모는 아들을 먼 곳으로 보내면서, 춘향과 몽룡은 헤어진다. 이후에 춘향의 마음을 얻으려는 변학도가 등장하고, 몽룡은 암행어사가 되어서 다시 춘향을 찾는다. 결말은 약간 다르지만 극 흐름의 큰 줄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 이야기대로 흘러간다.

연극을 보다 조금 지루한 순간에는, 자리에서 스윽 일어나서 출입구로 걸어 나가는 상상을 했다. 그때 연극 배우들은 당황할까? 극이 잠시 흐트러질까? 그런데 문이 안 열려, 출입구가 잠겨 있다면. 쾅!쾅! 문 좀 열어주세요! 그리고 흐르는 정적.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에 배우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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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역의 배우와 향단을 비롯한
네 명의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춘향이 극의 후반부에 절망적으로 소리지르며 눈물을 흘리는 부분이 있다. 이 절규에서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일상에서는 크게 소리 지르면서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극히 드문데 연극에서 마주치니 마치 내가 그러는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그때 춘향을 눈물과 절규에 차도록 만든 상황과 맥락은 나와 크게 연관이 없었지만 단지 '있는 힘을 다하여 절절하고 애타게 부르짖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몽룡 아버지 역할의 배우가 바뀌었다는 공지가 공연 전 있었다. 그리고 몽룡 아버지 역으로 이수인 극본/연출가가 극중에 등장한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은 실제로 연극을 하는 배우일 수도 있구나. 자기가 만든 세상 속의 일부가 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배우들이 긴 시간동안 진행되는 극의 흐름과 자기 대사를 머릿속에 다 갖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어렵지 않을까? 배우들은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했다. 엄숙하고 진지한 연기를 보면서 무엇이 저들을 열정을 담은 움직임과 목소리를 내도록 만드는지, 저렇게 에너지를 쏟아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특히 약간 따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그 호기심이 커졌다. 연극을 실제로 직접 해보고는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것과 자기가 직접 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겠지. 집 주변에서 직장인 극단의 단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던 것이 떠올랐다. 아직 자신감과 시간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적절한 때가 온다면 도전을 해봐야겠다.


[하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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