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지도, 하지만 초보는 미아행, 클래식 음악 연표

글 입력 2018.08.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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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좋은 지도, 하지만 초보는 미아행
클래식 음악 연표
 

내가 중학생 때였나, 친구가 좋은 펜을 선물해준 적 있다. 외국에서 유명한 브랜드고, 한국에서 몇 만원을 호가하는 좋은 펜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펜이었는데, 사실 나는 모나미 펜이 더 좋았다. 부드럽게 써지긴 하는데, 진한 색이 나오지 않는게 불만이었다. 그리고 나는 펜똥이 나올정도로 철철 나오는 잉크가 좋았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감각이 '고급스러운 펜'의 느낌임을 인식하고 그런 펜을 찾아다녔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 펜은 좀 과분했다. 펜에 대한 지식도 없고, 쓰는 재미도 알지 못하니 어렴풋이 '모나미 펜이 좋겠거니' 라 느꼈다.전국의 문구 팬에게 매우 죄송한 이야기다. 닭한테는 진주알보다 닭모이가 더 가치있게 보이지 않겠는가.
 
문외한으로서 이 책을 펼쳤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클래식 문외한에게 책의 무게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편지와 깔끔하기 그지없는 책의 디자인 앞에서 부끄럽게 고백하건대, 사실 이 지도를 들고 어디를 가야할지 헤맸다.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어떤 시대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지금까지 어렴풋이 알고있었던 주요 작곡가의 순서도 알 수 있었다. 클래식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점을 이 책이 세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보 감상자'로서 이 책이 클래식 감상의 구미를 더 당겼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잘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시대를 정의하고, 어떤 것이 음악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었는지를 파악해 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 레포트 목차 쓰기에도 숨이 턱 막히는데, 긴 음악사를 정리하는 것이 쉬울리 없다. 책 사이에 껴있는 출판사의 편지는 이 책이 어떤 열정과 기대를 통해 출판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초보 감상자에게, 이 책은 너무 과분했다. 중학생때부터 클래식을 즐겨들은 어머니는 나보다 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모나미 펜을 굴리는 중학생의 시선에서 괜한 '훈수'를 두자면, 이 책이 좀 더 대중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도'를 그린다는 점에서, <20세기 문화지형도>라는 책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을 예술철학 시간에 처음 접했다. 당시 나는 예술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초보자였다. 이 책도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었을 때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구조주의'에 대한 대략적인 인상이 남았다. 책의 중간중간에 다양한 이미지와 설명을 곁들인 탓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막연히 펼쳐져있는 도로에서 주유소 몇개를 안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클래식 음악연표>는 1500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장대한 역사를 담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정표를 이해할만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 쪽에 그 시대의 전반적인 특징을 쓰는 것보다 길 잃은 초보자에게는 더 쉽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펼쳐보면 길을 알 수 있는 '1500년부터 시작된 음악사'는 능숙한 길잡이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초보 운전자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좋은 의도에 훌륭한 책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나는 그걸 알기에 너무 '문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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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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