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og] 교회건축 적응기

글 입력 2018.08.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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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술사를 배우면서 가장 첫 발을 내딛기 어려운 부분은 건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나 메소포타미아의 신전, 이집트 장제전의 생소한 이름들, 그리고 이것을 헤쳐나오기도 전에 판테온이 등장하고 로마 수도교가 나오는가 하면 교회와 성당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치 그것들의 거대한 크기처럼 넘어갈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면 건축이 회화나 조각보다는 덜 변화무쌍하고 어느 정도의 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의 두 관문을 넘긴다면, 당신도 금새 여행지에서 마주한 '그 건축물'의 특징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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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관문: 종교와 역사
 
나는 교회나 성당 문앞에도 가본 적이 없는 무교인이었고, 성경 이야기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기에 중세 유럽의 작품들과 가까워지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작품을 공부할 때마다 무슨 이야기가 담긴 것인지, 인물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찾다보니 조금씩 배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종교에 대해 배우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중근세에 종교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종교의 흐름에 따라 예술 양식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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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칼리스토의 카타콤베
Catacombe di San Callisto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인 1~3세기의 예술은 주로 카타콤, 카타콤베라고 하는 지하 동굴에서 이루어졌다. 간신히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엔 작은 성소들이 지어졌고, AD 313년 밀라노 칙령을 내린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라테라노 대성당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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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라노 대성당
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이렇게 지어진 성당과 교회는 기독교 세력의 힘이 커짐에 따라 그 규모를 키웠다. 우리가 잘 아는 쾰른, 노트르담, 샤르트르 대성당이 만들어진 고딕 시기엔 성당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 스테인드글라스가 반짝이며 화려한 내부를 완성했다. 여기에서 장식성이 더욱 발전한 영국의 글로스터, 링컨 대성당의 경우엔 팬 볼트와 크레이지 볼트라는 독특한 천장 궁륭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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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글로스터 대성당의 팬 볼트Fan Vault
(우) 링컨 대성당의 크레이지 볼트Crazy Vault


그러나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결과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는 새로운 분파들이 형성되기도 한다. 개혁운동을 주도했던 클뤼니 수도원, 그 클뤼니 수도원의 부패를 꼬집었던 시토회,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탁발 수도회 등, 이들의 건축은 검소한 성격을 반영하여 작은 크기에 단순한 구조를 특징으로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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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퐁트네 수도원, 장식적이지 않고 단순한 양식을 보인다.
(하) 산타 크로체 교회,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고딕 시기 지어졌지만
목조 천장으로 검소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관문: 구조와 양식
 
구조를 아는건 눈에 익히고 외우는 것이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양한 양식들도 거의 같은 틀 안에서 조금씩 변형되는 식이기 때문에 생각보단 쉽게 배울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원형, 사각형, 십자형의 평면도가 있고 부수적인 요소들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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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 흔히 중앙을 중심으로 돌며 예배한다. 개인적 용도의 예배당이나 소규모 성당의 경우가 대부분.
사진: 아헨 대성당 (왕궁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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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 같은 정방형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장방형이 있다. 보통은 교회나 성당보다 신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식이며, 로마 시대에 이용돼 현재 교회 건축의 원형이 된 바실리카 양식이 사각형 모양이다.
사진: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 (1453년 이슬람의 침입으로 변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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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형 - 라틴 크로스라고 하며 우리가 아는 기독교의 십자가 모양을 본딴 것이다. 중세 교회는 거의 십자형의 평면도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서 다양한 변형이 일어난다.
사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장 대표적인 십자형 평면도 위에 가장 먼저 올려놓을 것, 핵심 요소는 바로 앱스(후진)이다. 동쪽 끝에 두는 것이 공식이며, 주제단의 위치이자 성당의 핵심이다. 보통 반원 형태에 벽화 등으로 장식이 되어 있으며, 왕권의 견제가 심했던 시기엔 동쪽을 교황의 상징, 서쪽을 황제의 상징으로 똑같이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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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비탈레 성당의 앱스


구조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양식은 고딕 양식인데,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플라잉 버트레스(공중부벽)이다. 이전의 로마네스크 양식에서는 건축물의 하중을 버티기 위해 두꺼운 벽을 사용했으나, 고딕 시대 발전한 건축술은 부벽을 세우고 창문을 달면서 높으면서도 어둡지 않은 내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부에 갈비뼈 같은 커다란 부벽이 생기게 되었고, 이것을 플라잉 버트레스(공중부벽)이라 부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고딕 양식이 지금 시대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양식이라 칭찬받지만, 초기엔 그 모습이 마치 야만인의 건축같다고 하여 고딕(Gothic)이라는 명칭을 얻었는데, 이 용어는 저명한 미술사가 바사리의 비유에서 나왔을 뿐 실제로 고트 족과는 연관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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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생트 샤펠 성당의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하) 아미앵 대성당의 플라잉 버트레스(공중부벽)
 


관문을 넘는 지름길: 언어
 
그리고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하자면, 꼭 넘어야 할 관문은 아니지만 매우 도움이 되는 마지막 요소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최근 들어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미술사 책을 읽을 때면 프랑스어가 불쑥 튀어나와 작은 깨달음을 주고 가곤 한다.

노트르담 성당, 앞서 말한 고딕 3대 성당이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상시키는 이 성당은 사실 하나가 아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파리에도, 아미앵에도, 랭스에도, 샤르트르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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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포스터,
소설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


그러나 보통 우리가 아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엔 아미앵 대성당, 랭스 대성당, 샤르트르 대성당이라 불린다. 원래 이름이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인 것을 샤르트르 대성당이라 칭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왜 전부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을까?

나는 그 이유를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알게 되었는데, 노트르담Notre-Dame을 그대로 번역하면 '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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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페라토,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 (1640-1650)


종교적으로 돌려보면 그 여성은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이 성모 마리아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로마네스크 시기엔 주요 성인들에게 봉헌된 건축물이 많았으나(성 베드로 대성당, 생트 푸아 교회처럼) 프랑스 고딕 시기엔 성모에게 봉헌된 건축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당대 유행한 성모 숭배 사상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풀어보자면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모 마리아를 위해 지어진 파리의 대성당'이라는 말이다. 다른 노트르담 성당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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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대로 샤르트르, 아미앵, 랭스 대성당이며
모두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글을 마무리하며 : 책 추천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 건축에 흥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가능한 쉽게 적어보려 했으니, 더 알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선 책 한 권을 추천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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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건축의 역사 - 조너선 글랜시


물론 이 책은 종교를 넘어 고대 이집트부터의 방대한 역사를 아우르고 있지만, 매력있는 책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끝낼 수 있다. 모르는 용어가 나왔을 때엔 대부분 구글 이미지 검색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던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것도 결국 이런 맥락이다. 나의 짧은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용기를 내어 관문들을 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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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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