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영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들, 색다른 사랑 영화

글 입력 2018.08.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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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마치 자명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깨달았다. 그녀가 문장을 끝맺는 법이 없다는 것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이, 귀걸이의 취향이 아주 세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사랑스러웠다. 나는 순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이상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묘한 상실감, 슬픔을 느꼈다. 이것이 정말 사랑일까? (…)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 알랭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中

  
누군가에게 젖는 순간이 있다. 언제 온 지도 모르게 젖어있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이성보단 감정에 휘둘려 누군가를 이상화하게 되고 후엔 묘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들을 위한 사랑에 관한 조금 색다른 영화를 추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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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스팍스>

2012 미국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폴 다노, 조 카잔, 크리스 메시나
장르: 멜로/로맨스, 판타지, 코미디 / 개봉: 2018.05.10
상영시간: 104분 / 15세 관람가
 
 
천재작가로 추앙받는 캘빈(폴 다노)의 세상 속에는 가족과 정신과 의사선생님밖에 없는 듯하다. 어느 날 꿈에서 본 여인을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되는 캘빈은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갑자기 캘빈 앞에 등장하는 소설 속의 그 여자 루비(조 카잔). 그가 소설 속에서 묘사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있다. 그리고 타자기를 움직이는 대로 루비가 바뀐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 만들어” “그녀에 대해선 다시 안 쓸 거야”
 
그녀에 대해 다시 써서 그녀를 고치지 않을 거라던 캘빈은 그녀가 떠나갈까 두려워져 다시 타자기를 움직여 그녀에 대해서 쓰게 된다.
그리고는 점점 타자기를 사용하는 순간이 많아지고 루비는 처음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있다. 이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는 ‘내가 작성하는 대로 변하는 이성’에 대한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슬픈 사실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항상 괴롭힌다. 누구나 이상형을 가지고 있고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길 바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 속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비극은 캘빈이 자신이 상대에 대해 만들어놓은 이상화를 부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아무리 그가 창작해 낸 인물이어도 그녀만의 단점들과 삶 속에서 변화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캘빈은 그것들 모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퍼즐 조각도 억지로 맞게 한다.
   
아무래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에서의 가장 큰 따뜻한 일인 듯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꽉 안아주는 일이란 참 어려운 것이라는 걸 영화를 보며 다시 느끼게 된다.
   



*


-조금 더 설레고 싶다면-


<문라이즈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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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스팍스>가 너무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다면, 이 영화는 마치 동화를 보는 듯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카키 스카우트 문제아 샘(자레드 길만)과 친구라고는 라디오와 책, 고양이 뿐인 수지(카라 헤이워드)의 사랑 이야기다. 12살 아이들의 사랑은 영화 속 이들이 추는 춤만큼이나 어설프고 귀엽다.

그렇지만 12살의 사랑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길. 이래 봬도 그들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하고 정확한 미래는 모르는 거라며 결혼도 하고, 죽음도 무서워 않는 용감한 사랑꾼들이다.

서툴지만 용기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겁쟁이 어른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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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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