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글 입력 2018.08.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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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레이지 80주년 기념
‘은하철도999’ MEDIA ART EXHIBITION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태풍 솔릭이 대한민국을 휘몰아 치는 와중, 냉큼 처서가 왔다. ‘처서에 장벼 패듯’ 속담이 떠오르는 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할 수 없는 조상의 옛 지혜에 많은 생각이 올 여름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살을 에는 듯한 더위가 숨을 가프게 한 여름날처럼, 한순간 휘몰고 간 태풍처럼, 나는 올 여름을 계속해서 이동하는 삶을 살아왔다.

근래 내 생활을 짚어보면, 나는 용산과 위례, 경기 광주 그리고 지방 어딘가 어디 즈음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그야말로 거점 없이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나그네 신세. 결혼을 앞두고 이래저래 현실적인 요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프리랜서가 된 후에는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내 모토를 자화자찬해야 하나도 싶다.

하지만, 언젠가는 더위가 가고, 태풍이 사라지듯, 결국 나는 용산에 정착을 했다. 그리고 삶의 동반자가 되어줄 내 사람과 미술관 전시를 관람했다. 오래 사귀고도 이번이 첫 국내 전시다.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마주할 시간만큼 마주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에 그저 서로 바라보고 웃기만 했다.

지난 주말, 서늘해 진 여름 밤 바람을 타고 손을 잡고 용산전자상가로 향했다. 지금껏 홀로 혹은 친구와 봐 온 전시를 같이 보러 가게 된 건 그의 배려 때문이었다. 예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조금은 관심을 가져보겠다던 내 사람의 말에 감사했다. 그렇게 보러 가게 첫 전시는 만화 덕후라면 좋아할 마츠모토 레이지 80주년 기념 ‘은하철도999’ MEDIA ART EXHIBITION’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다.

내가 기억하는 용산, 럭셔리한 여행지이자 대한민국 IT 중심이었던, 용산 전자상가에서 새롭게 각색된 이번 전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예술, 미디어 아트를 면모를 보여주는 전시로 ‘마츠모토 레이지 80주년 기념’을 오마주한 전시다. 기존 우리가 아는 아트 전시라 함은 관객들의 참여보다는 관람에 치중한 격이 많았지만, 미디어 아트는 보다 관객들의 소통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번 특히 은하철도 999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와 지금이란 현재, 우리가 향해가는 미래가 공존하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지역성과 문화성을 살린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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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전시는 서울 중심 ‘용산’의 지역성과 문화성을 살려낸 전시다. 이전의 영광에서 빛 바랜 용산전자상가에 예술이란, 도시재생이란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활기를 띄어 준 전시다. 전자제품만 구입하러 와야 했던 용산에 이제는 문화생활을 위해 와야 하는 새로운 발길을 트여준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총 3부 아카이브, 오마주, 체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 외에도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은하철도 999의 희귀본과 64년간 작품활동을 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 국내 10여명의 미디어, 비주얼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은 마치 내가 은하철도 999를 타고 떠나는 여행자가 되게 해 준다.

어릴 적 즐겨 시청했던 만화를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은하철도999’ MEDIA ART EXHIBITION’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는 전시 입구부터 우리를 어릴 적 우리집 안방으로 초대한다. 이제 막 칼라 텔레비전이 나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제는 수집을 취미로 하지 않는 한 좀처럼 보기 힘든 재봉틀과 전자오락기 등으로 둘러 싸인 공간은 어느새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자, 이제, 함께 은하철도 999에 탑승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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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만 제작한 게 아니다.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 일본 SF만화계의 대가다. 또한 은하철도 999는 실제 일본에 존재하는 기차모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니메이션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울러 One More Time으로 유명한 다프트 펑크 Daft Punk는 그의 오래된 팬으로 <인터스텔라 5555>를 작업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서는 다프트 펑크가 작업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꿀 재미가 있다. 더불어 마츠모토 레이지에게 영감을 받아 함께 작업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콜라보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더한다.

이번 전시는 철학적인 예술적 요인들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추억의 한 놀이로 삼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형태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츠모토 레이지를 아는 8090 세대 뿐 아니라 이를 각색하여 새롭게 만든 작품들의 영상미와 음악미가 아울러 보헤미안 스러운 옛적 취향이 더해져 온 세대가 즐길 수 있다. 이전 전자상가별 상점을 들여놓은 자리에 각각의 작품이 구상되어 있으니 컨셉별 테마별 재미를 놓치지 말자.

내가 인상깊게 바라본 전시를 설명하자면, 먼저 아티스트 윤재호 작가의 섹션 ‘공간에서 공간으로 in 갤럭시 오디세이’ From One Space to Another in the galaxy odyssey다. 우주라는 무형의 공간에 오로지 나를 중심에 서게 하여 경계와 여행 사이에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형광색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 그림자로 비쳐진 자아를 바라보며, 우주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은하철도 999를 상상해 보고, 우주 어디선가, 대한민국이라는 땅 위에서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마치 꿈만 같은 몽환이 가득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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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다프트 펑크 Daft Punk가 작업한 인터스텔라 555 Interstella 555로 꾸민 Music Video는 그야말로 덕후들의 만남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번 전시에서 가장 즐겁게 관람한 섹션 중 하나다. 두 아티스트를 좋아해서일수도 있지만, 이야기 에니메이션과 음악 속으로 빠져드는, 한편의 장편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는 듯 하면서도 레이싱을 하는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바닥에 놓인 쇼파에 앉아 끝까지 결말을 보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던, 덕후 취향을 저격한 이번 전시의 묘수가 아니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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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인공 철이와 메탈의 의상을 입어보는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갈색 망토를 뒤집어쓰고 목욕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 엄마 찾아 삼만리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용감한 소년, 철이. 지금쯤 철이는 엄마를 찾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아름답고 고혹적인 미녀 메탈, 하지만 그녀의 숨겨진 비밀은 다름 아닌 기계인간. 두 주인공이 탄 은하철도는 그렇게 기억 속으로, 다시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우리에게 돌아와 오래된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갔다. 이 동행엔 내 사람도 함께 말이다. 나를 위해 함께 전시를 관람해 준 내 사람을 위해 나는 앞으로 그의 관심사에 조금 더 눈을 돌려볼 예정이다. 혼자보단 둘이 함께 손을 마주잡은 인생이 얼마나 든든하고 아름다운지, 지금 너무나도 잘 아니까. 잊을 수 없는 인생이란 여행을 우리 둘이 함께, 말이다.
 

이제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할 거야.
너의 여행을 이렇게 시작된 거야.

– 메텔, 은하철도 999


제목 ‘은하철도 999’에서 999는 어른을 의미하는 1000이 되기 전, 미완성의 청춘 마지막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달래려 했던 것일까? 시간의 영속성에서 우리는 언제나 어린 아이로 지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더라도 어릴 적 순수했던 시절을 잠시나마 추억한다면, 우리 안의 어린 아이는 사라지지 않을 터. 함께 그 추억을 다독거려 줄, 영원히 어린 아이로 살고 싶었던 두 주인공의 여행은 10월 30일까지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나진상가 12-13동)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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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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