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이 되는 방법 ② [영화]

프란시스 하 (2012)
글 입력 2018.08.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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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루고 싶은 일은 이야기할 때,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꿈은 세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둘째,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셋째,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모두 꿈을 꾸며 산다. 꿈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꿈을 꾼다. 그리고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꿈을 품고만 살아간다. 꿈의 두 번째 정의와 세 번째 정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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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프란시스. 우린 세계를 정복할 거야.' 한 몸처럼 느껴지는 친구 소피와 프란시스에겐 거대한 꿈이 있다. 꿈 안에서 소피는 출판계의 거물이 되고, 프란시스는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무용수가 된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달콤한 꿈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소피는 출판사 직원으로, 프란시스는 견습 무용수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프란시스는 둘도 없는 친구 소피가 독립 선언을 하고 자신을 떠난 뒤에 이상하게 일이 꼬인다. 견습 무용수로 소속되어 있던 무용단에서도 '해고 통지'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계속해서 무용수로써 춤을 추고 싶지만 어느 곳에서도 프란시스를 불러주지 않는다. 대신 그녀를 아끼던 무용단 선생님은 그녀에게 무용단 사무실에 직원이 필요하니 그녀에게 일하겠느냐 묻는다. 일을 하면서 연습실이 비는 동안 연습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자신을 부르는 무용단이 있다는 되지도 않은 거짓말을 남기고 단칼에 거절한다. 프란시스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랬을 거다. "왜 내가 무용수도 아닌 사무실 직원으로 무용단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난 그저 춤추는 무용수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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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집값을 감당해야 했고, 생활비가 필요했다. 꿈 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급했다. 무언가 먹을 수 있고, 옷을 입을 수 있고, 어딘가에서 잠을 잘 수 있어야 꿈도 꿀 수 있다. 하지만 프란시스에게 현실에 맞춰 살아가라는 다른 이들의 말은 듣기 거북하다. 소피의 말대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무용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이런 프란시스의 달콤한 꿈과 다르게 그녀를 따라오는 현실은 쓴맛뿐이었다. 프란시스는 집값을 낼 돈조차 없는 처지였다.

무용단 사무실 직원으로 남아달라는 제안에 거절하고, 프란시스는 자존심과 오기로 집도 구하지도 못한 채, 몇 해 전 졸업한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산다. 무용 연습실에 들어가 수업을 듣고 춤을 추려고 했지만 학생이 아니면 공간을 이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듣고 쫓겨난다. 결국 그녀는 춤은 추지도 못한 채 돈을 위해 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만 한다. 프란시스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인 제안을 거절했던 모습은 꿈을 지키겠다는 불타는 열정보다 가능성이 희박한 꿈에 매달리는 오기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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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꿈이 완성되진 않는다. 결국 프란시스는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무용과 가까이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다. 프란시스는 춤을 추는 대신 춤을 만드는 안무가가 된다. 무용수의 꿈을 꿀 때 매번 주인공의 뒤에만 자리하고 결국 실력 없음으로 무용단에서까지 밀려난 그녀. 그런 프란시스는 안무가가 되어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녀에겐 춤을 추는 일보다 춤을 만드는 일에 더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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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가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아 이사한 후 집 안에서 손을 벌려보는 장면이 인상 깊다.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넓이, 나의 길이를 파악하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어른이 된다. 꿈을 꾼다는 것. 낭만적인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꿈만 꾸며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눈을 뜨고 손을 휘저으며 발을 딛고 살아가는 곳은 꿈속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우리는 현실 안에서 두 팔을 벌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몸집을 파악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때로는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꿈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꿈과의 이별 다음 우리는 프란시스처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새로운 꿈을 만날지도 모른다. 때로는 현실의 크기에 맞춰 꿈을 재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야 꿈은 우리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진짜가 된다.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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