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족의 늪, 남성세계의 늪.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도서]

우리는 더 이상 단 한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글 입력 2018.08.2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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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의 제목을 통해서 한 치의 오류도 범하지 않고 책이 주는 의미를 관통하며, ‘거짓말’ 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폭발시켰다. 그래서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주인공들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반전, 기적 같은 것들을 간절히 바라며 읽어 나갔다. 그러나 일곱 편 소설들의 주인공들의 삶은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불행한 상황들의 연속이었으며, 언제나 그들의 최후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신중선 작가의 소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라서 지워지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삶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처절해지는 이들을 그리며, 가족 극장의 부조리성을 최대치로 폭로한다. 작가는 가족이라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흔히 말해지는 희생, 헌신이 어떠한 침묵을 강요하게 하고, 그 침묵이 가장 강력한 익숙함이 되도록 하는 데에 가족 집단이 얼마나 구조적인지를 낱낱이 밝힌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러한 삶 속에서 스스로 끊어낼 수도 없는 가족이라는 혈연관계에 고립되어 가장 고통스럽고, 처참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 책에는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동 성폭행을 겪었던 정희, 자신이 죽어가는 순간에서 결국에는 여성 살해를 꿈꿨던 남자,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오늘도 쓰레기통 인형을 키우는 노래방 도우미 미옥, 가족이라는 반칙의 세계에서 딸로서 평생을 반칙당하며 살아간 석영,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어떠한 압박을 주지 않음에도 아내에게는 가장 위선자일 수밖에 없었던 남편, 아버지의 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며, 악덕과 탐욕의 존재로 거듭난 묘화, 가정의 파괴를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전남편과 발달장애를 가진 승우와 둘째 현우를 가진 엄마의 삶에서 여전히 어떠한 것도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소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 남편, 아들의 존재들은 여성들에게 어느 존재에게도 다가가지 않는 자신의 외침을 스스로 삼켜내도록, 그 모든 잘못이 누구의 탓도 아닌 끝내 자신의 탓으로 돌리도록 하면서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의지들을 차단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정희의 아버지가 그랬고, 석영의 아버지가 그랬고, 소영의 전남편이 그랬다. 그들은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이니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들,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들을 강요하였다. 그녀들은 결국 그 모든 삶의 무게를 떠안으며, 가족이라는 가장 철저하고 구조적인 집단에서 남존여비, 현모양처의 삶과 같은 것들을 이행하다 지쳐버렸고, 끝내 여성 개인 개인의 삶들은 끝없이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러한 것들을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하였는가. 원래부터, 혹은 그냥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의해서 그들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는 죄책감과 의무감으로 고통스럽고, 잔인한 삶을 살았는가. 정희, 석영, 소영의 삶은 우리 사회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수많은 정희, 석영, 소영의 삶과 다르지 않기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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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선 작가>


이 사회가 여성세계와 남성세계의 삶이 확연하게 분리되어 완벽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양성평등’이 이룰 수 없는 어느 이상 사회의 모습으로만 결코 남지 않도록 작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고자 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은 가족 판타지를 망치질하며, 우리의 가족 체계가 결코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가족이라는 말로 무수히 가둬버리는 여성들의 삶이 아직도 너무나 비일비재하고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제목의 의미를 단번에 알 것 같았기에,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든 어떠한 이들에 의해서든 언제나 피해자로서 등장할 것임이 먼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이러한 불편한 현실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짐과 동시에 더 이상 ‘여자라서 행복해요’ 라는 문구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지는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었다.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늘 약자로서 피해자로서만 끝나버리게 되는 일들을 수없이 보고 들었기에 이 책에서 나는 그들의 극복기를 읽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책 속의 인물들은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이라는 견고하고도 튼튼한 울타리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로든 더 깊고, 단단하게 소속되기만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순간,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가족이라는 집합에서는 더더욱 그러기를,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피해자가 되었다면, 그 어떠한 것도 여성,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제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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