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완(未完)이 꿈꿨던 미래에 대하여, '갤럭시오디세이展'

글 입력 2018.08.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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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완(未完)이 꿈꿨던 미래에 대하여
<갤럭시오디세이展>을 관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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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할 거야

마츠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 기념 특별전이자 '은하철도 999'를 다루고 이를 오마주한 미디어아트 전시, <갤럭시오디세이展>에 다녀왔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용산전자상가 주변에는 게임 및 애니메이션 관련 상가도 많았는데, '용산전자상가'라는 독특한 장소가 <갤럭시오디세이展>과 잘 맞아 전시의 주제나 느낌이 더욱 부각되는듯 했다. 전시장 외관은 마치 기차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느낌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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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발 안드로이드행 기차표를 받고 전시장에 들어선다. 자세히 보면 서랍에 은하철도 999와 관련된 자료들이 잔뜩 들어 있다. 마치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은하철도 999의 추억들을 하나씩, 함께 꺼내어 보자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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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를 집에서 챙겨보던 시절의 안방 풍경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 세대가 아니라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티비 화면 앞에서 친구들과 오손도손 모여 앉았을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모를 아련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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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해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문득 설국열차가 떠올랐던 은하철도 999 기차의 디자인 및 스케치를 직접 보기도 했고, 실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똑같이 재현한 '작가의 작업실'을 둘러보기도 했다. 명작이 탄생한 공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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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섹션에서는 만화 속 한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작품마다 설명이 함께했지만, 솔직히 쉽게 이해되거나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란함과 독특함 등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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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체험 섹션이었는데, 특히 미디어 아티스트 장인표 작가의 를 가장 기대했었다. 가운데 짐볼을 돌리면 화면이 조금씩 움직이는 이 작품은 마치 우주공간에 서서 직접 우주를 움직여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단순한 설정과 좁은 시각적 효과가 많이 아쉬웠다. 천장 부분까지 화면으로 뒤덮이고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면 우주의 광활함과 신비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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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의 999에는
어른을 의미하는 1000이 되기 전을 뜻하는 것으로,
미완성인 청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모두 미완(未完), 그리고 청춘


전시를 관람한 후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면 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대한민국의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 <미생>이 떠올랐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생의 청춘들은 누구나 완생을 꿈꾼다. 하지만 <미생> 내에 완전한 완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초년생으로 소위 말하는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불완전의 대표 장그래를 포함하여 엘리트신입, 과장, 전무 등 모든 인물이 미완성 상태이다. 애초에 유한한 삶 속에서 1000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때문에 청춘이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설령  그것이 가장 부각되는 때가 있고, 빛이 바래 인식하기조차 어려워질 때가 있더라도...  마지막 터널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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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jimatsumoto



새롭게 그려보는 미래


<은하철도999>에서 철이는 영원히 살수 있는 기계인간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 유한한 삶을 선택한다. 이는 유한하기 때문에 삶(청춘)은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생각이자 현재의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언제까지나 우리가 지녀야할 신념이고 진리라 여긴다면 이건 정말 '오래된' 미래가 될 지도 모른다. tvn의 <알쓸신잡> 방송에서 정재승박사와 유시민작가가 냉동인간을 주제로 나눈 대화가 있다. 유시민작가는 과학기술발전에 힘입어 생명연장에 대한 집착이 빗어낸 것이 냉동인간기술이고 이는 삶에 대한 어리석은 태도라고 말했다. 이에 정재승박사는 현재 우리가 가진 삶의 품격도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가치관이 바뀔 수 있음을 말했다. 이 대화는 윤리에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 옮겨지며 유시민작가가 의견을 수정하며 마무리된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그려낸 영생을 누리는 기계인간은 부유한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가난한 자들은 그들의 부속품으로서 인생을 허비한다. 하지만 애초에 기계인간이 모든 인간이 동등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면? 메텔과 같이 착한 기계인간이 대다수라면?

오래 전 마츠모토 레이지가 생각한 미래가 당도한 지금, 옳고 그름을 떠나 장수와 영생의 가치를 색다르게 바라본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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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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