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은하철도 999 갤럭시 오딧세이展 [전시]

글 입력 2018.08.2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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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2018. 6. 15 -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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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볼거리가 정말 많은 전시이다. 사진 찍기도 좋고, 분위기도 묘하고, <은하철도 999> 만화를 테마로 한 컨셉도 너무 좋았다. 묘한 복고풍 세기말 감성 +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 컨셉은 최고였다. 강력 추천 200% 전시이다. 전시공간 전~체가 전부 포토존인걸. 추억 쌓기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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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에서 전자상가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몇년 전에 노트북 수리하러 몇번 와본 적이 있어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과연 이 길이 맞는가 의구심이 들 때 쯤 <갤럭시 오딧세이>전시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었고, 창 밖으로 건너편에 전시장소를 알리는 큰 포스터가 보여서 마음 편히 걸어갔다.

<오래된 미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나진상가는 정말로 '오래된 미래'느낌이 났다. 옛(?) 건물들을 전시장소로 탈바꿈했는데 그 탈바꿈한 컨셉이 '우주'와 '미래'였다. 과거 장소에 미래 지향적인 컨셉이 맞딱뜨려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세기말 감성 '은하철도 999'의 전시장소에 걸맞는 분위기였다. 바닥에는 영상으로 숫자와 네모난 면들, 반도체 무늬 등을 그려 미래적인 느낌을 냈고, 배경음도 하림이 만들어 공간을 더 판타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 상점을 전시 방(?)으로 만들어서 각 상가들을 다니는 동선이 재미있었다. 도시재생의 공간은 이런 맛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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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티켓 표처럼 생긴 입장권을 받고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공간은 '은하철도 999' 작품소개 공간이었다. 아카이브 공간. 세계관과 함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설명에 가장 와닿았던 문구가 있다. 은하철도는 말 그대로 은하를 다니는 철도일 테고, 999는 왜일까 궁금했었는데 의문이 풀리는 설명이었다.


<은하철도 999> 제목의 999에는 
어른을 의미하는 1000이 되기 전을 뜻하는 것으로
미완성의 청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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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들어간 공간은 딱 할머니집 분위기가 났다. 아주 어릴 때 내가 기억도 잘 나지 않던 시절, 혹은 태어나기 전의 분위기였다. 노란 장판과 조막만한 TV와 자개장과 함께.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던 그 시기, 공간을 꾸며놓았다. 마치 응답하라 1998처럼. 만화방을 그대로 옮긴 공간도 있었고, 다양하게 생긴 옛날 TV를 모아 만화를 틀어놓은 곳도 있었다. 엄청 큰 만화책도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할 거야
너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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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력 추천할 정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의상 체험이다. 철이의 옷과 메텔의 옷이 걸려있어서 직접 입고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얼마나 신박한 아이디어인가. 철이 옷은 망토와 모자가 전부이다. 사실 모자가 너무 작아서 머리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망토를 두르니 제법 (코스프레한) 나름 주인공같아 보였다. 게다가 메텔 옷은 정말이지.. 까만 털 원피스와 망토, 길다란 모자가 있었다. 곳곳에 거울들도 있다. 완전히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덥지만 땀 흘리면서 옷 입고, 멋진 문구와 함께 사진 잠깐 찍고 금세 벗었다.


자신의 미래를 믿는 사람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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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공간은 '은하철도 999'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 섹션은 '오마주'이다. '은하철도 999' 혹은 더 나아가 우주, 미래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었다. 일러스트 작품도 있고, 설치 작품도 있고 다양했다. 매력 포인트 두 번째. 미디어아트 공간이 따로 있었다. 사방이 거울인 공간에 빔 프로젝트로 변화하는 기하학 도형을 비춘다. 음악도, 순식간에 변화하는 영상도 전부 미래적이며 공간 속에 느껴지는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건 무조건 경험해야 한다. 느껴보아야 한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이렇게 순전히 '감각'적인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전시에서 밖에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다만 바닥까지 거울이어서 치마일 경우에는 다 비쳐보일 수 있다. 이를 미리 주의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보러가시는 분들은 치마보다는 바지가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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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이렇지, 기술이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얼마나 더 즐거운 전시가 많아질까. 얼마나 더 많이 감각을 이용하고 느낄 수 있게 될까 기대가 된다. 이 작풍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계백작>인데 네모난 화면 속 이 얼굴만 있다. 그리고 이 큰 기계가 CCTV처럼 계속해서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그리고 표적을 맞추듯 타겟팅을 한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기계 앞을 왔다갔다 했더니 내 쪽으로 고개돌리고 오는 거 같기도 하고. 이게 진짜로 사람 모양이거나 평면이 아니라 엄청나게 사실적이라면 무섭지 않을까? 우리 일상 속에 숨어있는 CCTV가 있지만 너무 작아서 그렇지. 사람처럼 있다면?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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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섹션이 세 가지일 뿐이지 순서는 마음대로 다닐 수가 있었다. 철이의 라면가게도 있었다. 라면가게 컨셉이지만, 실제로 있는 라면 자판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당시 작가들이 실제로 작업했던 것처럼 따라서 트레이싱도 할 수 있었다. 눈은 좀 아프지만, 대충 따라그려도 너무나 멋있어 보여서 뿌듯했다. 그렇지 이 옛날에는 동작 하나하나 다 그렸었지.. 그리고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 만화가의 작업실을 고대로 옮겨놓은 방도 있었다. 역시 유명해지면 엉망인 작업실도 고대로 옮겨서 전시를 하지. 작업실도 매력적인 포토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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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 세 번째. 우주 공간이다. 까만 공간에 입구 제외한 세 벽면이 다 우주 화면이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공간 전체를 꾸밀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건 맛보기 정도이고 말이지. VR는 눈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면 이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걸. 그래도 우주를 큰 벽면에 가득 채운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묘했다.  이 전시 공간에서 가장 멋진 점은 화면을 돌릴 수 있다!! 저기 사진 가운데이 있는 노란 조명이 든 동그란 공(?) 은 돌릴 수 있다. 큰 짐볼을 이리저리 굴리면 우주 화면도 같이 돌아간다. 우주를 여행하는 느낌이다. 우주여행 최고. 정말 낭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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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도 다 소개하지 못한 공간들이 많다. 다프트 펑크와 합작한 <인터스텔라 5555> 뮤비도 볼 수 있다. 푹신한 곳에 누워서 한 벽면 통째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쉬어갔다. 마름모의 LED 설치 조형도 있고, 꽃이 가득한 공간도 있다. 그리고 사과같은 크고 동그란 LED가 있는 복고풍의 바, 술집도 있다.

VR도 있길래 전시 온 기념으로 궁금해서 해봤다. 첫 VR !  은하철도 999 안에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옆에 메텔도 있고 철이도 있고.. 갑자기 악당이 나타나서 총을 잡고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선장이 와서 우리를 구해주고.. 별 다른 내용은 없지만, VR이라는 기계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잠깐 재미를 맛보기에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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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만화 선정도 좋았고, 작품의 세계관과 작업실, 옛날 분위기 재현, 직접 옷입고 사진찍을 수도 있고, 배경음도 묘하고, 현대 동시대 미술과 콜라보도 환상적이었다. 나진상가 공간 전체를 포토존으로 만든 것이. 미디어 아트도 있고, 공간을 체험해 느낌도 묘하고, 일러스트도 있고, 뮤비도 있고, VR도 있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완전 풍부해 시간도 알차게 썼다. <모네-빛그리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 전시처럼 체험+포토존인 미디어아트 전시였다. 특히 여기는 상가 자체를 통째로 전시로 사용해 더 매력있었다.

여기 홍보를 많이 해서, 인스타나 페북에 떠서-연이어서 하면, 사람들 많이 올텐데. 사진 찍으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미어터질 수 있는- 충분히 그럴 만한 전시이고 공간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보기는 편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알고 찾아오면 좋았을 텐데 나도 괜히 아쉽기도 했다.

6월부터 10월까지 전시인데, 아마 더워서 사람들이 없나 싶기도 하다. 시원해지면 사람들이 좀 오겠지? 다른 전시들이 흥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번화가와 먹거리인데, 여기는 용산 전자상가라서.. 뭐가 있으려나. 빈티지하면서도 컨셉좋은, 사진찍기 좋은! 브런치나 식당, 분위기 있는 카페가 있으면 찾아오기 더 좋을 텐데 아쉽다. 딱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라 그런걸까. 너무 아쉽다.

한시간 반정도 전시를 봤다. 많이 넓지는 않아도 하나하나마다 세심하게 신경쓴 게 보여서 전부 발목 잡았기 때문이지. 이런 전시는 흥해야해!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겠다. 사진찍기 좋은 전시, 독특한 전시, 미디어아트 전시, 체험형 전시, 우주, 은하철도999, 복고풍 전시, 현대미술, 설치미술, 인스타 감성 전시 등 어떤 목적이라도 좋으니까 많이들 보면 좋겠다. <은하철도 999: 갤럭시 오딧세이>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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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기간 :   2018. 06. 15 – 2018. 10. 30
장소 :   용산 나진상가 12-13동(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100, 나진상가 12-13동_용산역 3번 출구) 
관람시간 :   월,화,수,목,일요일 12:00PM - 08:00PM
                  금,토요일 12:00PM - 09:00PM 
휴관일 :   2018. 09. 24(월), 25 (화)
입장요금 :  성인 (만19세~만64세) 13,000원
                 청소년 (만13세~만18세) 11,000원
                어린이 및 미취학 아동 (만12세 이하) 9,000원
                시니어 (만 65세 이상) 9,000원 
주최 :   (유)마츠모토레이지프로젝트
제작 / 지원 :   ㈜빅제이엔터테인먼트, 무브먼트서울, ㈜상화  /  OGGI Pictures, Japan
참여작가 :   하림, 송호준, DGURU(from IDIOTAPE), 신남전기, 윤제호, 탐이부, 집시, 장인표, 길호, 유하다 
전시문의 :   070-8837-0999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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