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대 소녀 덕의 성장기,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세 명의 불청객, 새로운 관계 : 덕의 성장기 '집에 사는 몬스터'
글 입력 2018.08.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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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작품 선정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나는 어떤 뮤지컬 배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연극과 뮤지컬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그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만 관람했다. 그때는 작품을 보러 가기보다는 그 배우를 보러 갔다는 것이 더 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러다 그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 그 배우와 함께 출연했던 배우의 다른 공연 등으로 점점 스펙트럼을 넓혔고, 본격적으로 공연 관람을 취미로 삼은 후에는 관람객들의 평이 좋은 작품, 많이 언급되는 유명한 작품, 실력 있는 연출이나 작가, 작곡가의 작품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마침내는 공연을 올리는 제작사에도 각각의 취향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 또한 고려사항에 넣게 되었다(이 모든 선정 기준을 관람할 작품을 거르는 거름종이로 쓰는 대신 하나라도 걸리면 관람을 선택하는 거미줄로 사용함에 따라 내 통장이 텅 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창작자를 선정하고 충분한 논의와 시간을 들여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우란 문화재단의 프로젝트 개발 지원 프로그램은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과 음악극<태일> 등의 관람을 통해 재단 개발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주었다.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올해 초 트라이아웃으로 작품을 짧게 올렸던 연극<집에 사는 몬스터>가 본공연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우란 문화재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작품 관람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역시 이전에 관람했던 <어쩌면 해피엔딩>과 음악극<태일>처럼, 어딘가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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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무대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흔히 관객이 정면을 바라보면 직사각형의 무대가 보이는 프로시니엄 무대나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객석이 마주 보는 형태의 무대도 아니고, 십자가 모양의 주 무대와 가운데 객석을 뚫어놓고 십자가의 한 축을 둘러싼 직각 무대(표현하기 어려우니 사진을 참고하시길)라니. 심지어 무대에 둘러싸인 일부 객석의 의자는 360도 돌아가는 바퀴 달린 의자여서 관객이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방향을 자유롭게 틀어가며 관람하게 되어 있었다. 이 신선한 무대와 객석으로 인해 극장에 막 입장했을 때는 너무 낯설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 독특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어느 무대에서보다 가장 가깝게 관객들을 만나며 주인공 '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연 초반 우르르 등장한 4명의 배우가 각자 한마디씩 대사를 공을 주고받듯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적으로 해줄 때, 관객은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배우 너머의 관객과 눈이 마주칠 수 있는 이 특이한 무대와 더불어 관객에게 말을, 그것도 작품 밖에서 들려주는 이 기묘한 낯섦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공연 초반부터 작품 내내 지속해서 등장하는 딕- 하는 버저 소리나 덕의 상상 속에서 그와 대화하는 파멸의 요정과 같은 요소들은 관객들에게 작품의 현실성과 괴리를 느끼게 하여 공연장 전체를 '덕'만의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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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덕 매카타스니는 아버지 휴와 함께 스코틀랜드의 커콜디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휴의 증상이 심화되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린다 언더힐이 가정 방문을 할 것이란 사실이 통보된다. 덕은 자신이 보호시설에 넘겨질 것을 걱정하며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작전을 짠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덕이 짝사랑하는 로렌스가 나타나고 뒤이어 아그네사라는 여인까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만 가는데…


주인공 '덕'은 어릴 적 오토바이 사고로 엄마를 잃고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빠와 둘이 살아가는 소녀로, 무기력하고 대마초를 즐기는 생활력 없는 아빠의 병수발을 들면서도 소설을 쓰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열여섯이다.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덕은 씩씩하게 아빠가 어지른 것을 매일 정리하고 아침마다 일어나 소설을 쓰며, 연극반에서 극작을 하고 로렌스를 짝사랑하는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10대 소녀다. 작품은 자칫 우울하게 그려질 수 있는 덕의 환경을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그의 성격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세 방문객의 방문으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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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결국 혼자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주인공 덕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력마저 잃은 아빠와 떨어져 보호시설로 보내질 것을 염려한 덕은 사회복지사 린다의 방문을 앞두고 여러 가지 계획을 짠다. 보호시설 송치를 피하기 위해 아빠와 계획을 짜고 두 명의 불청객의 방문을 해결하고 사회복지사에게 무탈한 가정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덕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덕은 타인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게 된다. 의지할 곳 없어 홀로 꿋꿋했던 덕은 아그네사의 등장으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로렌스의 등장으로 그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린다의 등장으로 함께 소설을 쓸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그의 좌충우돌한 계획들이 외부의 몬스터들의 침입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그 자신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극의 초반, 확고한 덕의 세계를 보여주는 추상적인 상징물의 나열이 작품을 다소 난해해 보이게 하지만, 이윽고 불청객들이 등장하면서 작품은 급격히 유쾌해진다. 로렌스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로맨스가 첨가되면서 이야기가 더욱 가벼워져 외국 하이틴 영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초반과 중후반의 이 이질적인 분위기 차이를 약간 부드럽게 연결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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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다소 산만하단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각 캐릭터의 통통 튀는 매력은 작품을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막 쌓아 올려 견고하게 다지기 시작한 자신만의 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덕의 모습이 주는 사랑스러움, 자녀를 방치하는 듯하지만 속으로 덕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아버지 휴, 평범하기보다는 이상한 쪽에 가깝지만 무해한 두 명의 불청객 아그네사와 로렌스, 덕에게 친절을 베풀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는 사회복지사 린다까지. 여러 인물로 급격히 변신해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에 더해 굳게 닫아 두었던 방문을 이제 막 열기 시작한 덕의 성장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를 보고 싶다면 9월 2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를 찾으시라.





집에 사는 몬스터
- The Monster in the Hall -


일자 : 2018.08.20(월) ~ 09.02(일)

시간
평일 20시
토요일 15시, 19시
일요일 15시

08.21 화요일
08.27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티켓가격
몬스터석 35,000원
1층석 30,000원
2층석 15,000원

제작
라마플레이(LAMA PLAY)

주관
CJ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5분




문의
라마플레이(LAMA PLAY)
070-7705-3590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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