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볍게 땡큐, 그냥 땡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8.27 23: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ddd.jpg
 


변화의 시작


92f520dcc9e09905d3f92b75978ac3fb_bWr1mxUo62fJTofb8q57OONZ.jpg
 
 
혼자 사는 사람들만이 모인 '싱글 마을'. 그곳에 늙고 병든 '엠마'가 살고 있다. 혼자서도 세상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텐데, '엠마'는 어떤 영문인지 그저 가만히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무기력하고 의미 없는 삶. 살아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는 삶. '엠마'가 영위하는 삶이 바로 그것이다.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본 게 언제였는지…. 세상과 벽을 쌓은 '엠마' 곁에는 텔레비전만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요한 공간 속에 요란스러운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엠마'는 문을 열었고, 그녀 앞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이 서있었다. 독거노인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도우미 로봇이었다. '엠마'는 지금껏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왔고, 더욱이 그녀에게는 변화를 맞이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그를 도로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로봇은 그녀의 공간에 자리 잡은 채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변화를 마주한다는 것


92f520dcc9e09905d3f92b75978ac3fb_kC4enKIpXlFV3pQp447uRMrduQhbVG.jpg
 
 
그 로봇은 기침도 하고 물도 마실 줄 안다. 게다가 사람보다 더 따뜻한 손을 가졌다. 그 로봇의 이름은 '스톤'이었고, '엠마'는 '스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엠마'로 하여금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스톤'의 진심 어린 태도였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스톤'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았고, 사람만큼 참 따뜻했다. 소통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지만,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소통을 절실히 필요로 하던 '엠마'였다.

청소를 하기 위해 '스톤'은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는다. 그리고 '엠마'의 기억 저 편에 있던 조각들도 먼지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너무 아픈 나머지 잊으려 애쓰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꽁꽁 숨어버리고 만 조각들…. 그 쓰라린 기억들이 폭풍처럼 밀려오자 '엠마'는 고통에 울부짖는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결국 모두 '엠마'를 채우는 추억이 된다는 걸.

그토록 부정하던 기억들과 마주하면서 '엠마'는 다시 세상과 조우한다.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문을 두드린 '버나드'와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다가올 행복을 위해 운동도 시작한다. 산책과 외출은 '엠마'의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며, 있는 힘껏 어두운 곳으로 파고들던 삶과는 이제 작별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엠마'에게 '스톤'은 손을 내밀었고, '엠마'는 그 손을 붙잡았다. 아프고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기억이 마냥 그랬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용기 있게 마주하면서 말이다.




서연주.jpg
 

[서연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