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밖으로, 어쩌면 안으로 '집에 사는 몬스터'

글 입력 2018.08.2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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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사는 몬스터_web poster.jpg
 


Review
<집에 사는 몬스터>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자신의 '한 칸'을 지키려는 소녀 '덕'의 이야기로, 지난 2년간 우란문화재단의 프로젝트개발지원 과정을 거쳐 개발된 작품이다. 트라이아웃 공연을 보진 못했지만, 익히 들어 관심이 큰 작품이었다. 이번 기회에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만나게 되었다.


[시놉시스]

덕 매카타스니는 아버지 휴와 함께 스코틀랜드의 커콜디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휴의 증상이 심화되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린다 언더힐이 가정 방문을 할 것이란 사실이 통보된다. 덕은 자신이 보호시설에 넘겨질 것을 걱정하며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작전을 짠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덕이 짝사랑하는 로렌스가 나타나고 뒤이어 아그네사라는 여인까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만 가는데…


밖으로, 어쩌면 안으로

덕은 말 그대로 방 한 칸, 자신의 공간을 지키려는 아이다. 그런 그에게 커다란 일들이 하루에 여러 개씩 벌어진다. 마치 덕을 집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처럼. 집에 들이닥친 커다란 일들은 사실 '사람들'인데, 이들은 덕을 곤란하게 하려는 장치들 같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일들을 품고 있다.

덕과 휴를 방문한 언더힐은 곳곳의 어려움을 찾아 언제든 새로운 기회를 줄 '책자'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회복지사다. 언더힐이 온 동안 옷장 안에 갇혀 있던 로렌스와 아그네사는? 로렌스는 본인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동성애자로 오해받고 있어 덕을 찾아왔고, 아그네사는 게임 속에서의 휴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찾아왔다. 언더힐이 안과 밖을 이어주려는 사람이라면, 로렌스와 아그네사는 저마다의 '기회'라던가 '보금자리'를 찾고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이 연극은 저마다의 욕망과 저마다의 안팎이 엮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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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조와 관계는 일정하지 않다. 시선에 따라, 위치에 따라 누군가는 안이 되고 누군가는 밖이 된다. 도저히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알 수 없어지는 문처럼. 일명 '몬스터 석'이라 이름 붙인 관객석은 회전의자로, 그들의 안팎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채택해 바라볼 수 있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이것은 공간뿐만 아니라 쪼개지고 부서진 시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대사와 새로운 독백, 그리고 새로운 환상은 이전의 것을 만나며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때로는 이전의 것과 완전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소 특이하고 괴상한 형태가 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의미 있는 형상을 지니기도 한다. 특히 새로운 환상, 예를 들어 덕이 써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팝업처럼 실제 덕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은 새롭게 교차하고 만나, 장면 장면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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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러한 면과 면에서, 관객은 서서히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독특하다 치부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읽어내고, 또 그 내면 속 변화를 감지해낸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그 변화를 응원하게 된다. 무대 위의 그들은 분명 관객석 속의 나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들의 안과 밖에 내가 있고, 어쩌면 나의 안과 밖에 그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쩌면’이 아니라 ‘분명’, ‘명백히’. ‘집에 사는 몬스터’에는 내가 소속되어 있다.


‘홀로! 혼자다!
결국 홀로 B급 도로에서
모페드를 타고 빗속에 있다.’


그렇다. 결국 혼자다. 그러나 그 삶은, 완전히 독립되진 못한다. 저마다의 삶은 저마다의 형태로, 누군가의 안과 밖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너질 것만 같이 위태위태해보여도,  개인의 삶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그 삶이 설령 몬스터를 집에 두고 사는 삶이라 해도. 한편, 비가 갠 뒤 무지개가 하늘에 걸리듯 지독한 삶도 언젠가는 변화의 지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예컨대 훌륭한 오토바이가 몬스터가 되고, 그 몬스터가 무려 4인을 태우고 애타게 한 명을 쫒는 귀중한 이동수단이 되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응원한다. 내 밖의, 내 안의 누군가가 행복한 변화를 맞이하기를. 덕이, 휴가, 로렌스가, 아그네사가, 그리고 언더힐이 나름의 괜찮은 삶을 찾기를.





집에 사는 몬스터
- The Monster in the Hall -


일자 : 2018.08.20(월) ~ 09.02(일)

시간
평일 20시
토요일 15시, 19시
일요일 15시


08.21 화요일
08.27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티켓가격
몬스터석 35,000원
1층석 30,000원
2층석 15,000원

제작
라마플레이(LAMA PLAY)

주관
CJ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5분

문의
070-7705-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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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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