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자가 아니었던, 집에 사는 몬스터 [공연]

혼자라고 끝없이 외치지만 사실은 넌 혼자가 아니었어.
글 입력 2018.08.28 08: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집에사는 몬스터_web poster.jpg
 

대학로에서 보게 된 첫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얼마 전 보았던 연극 비평가와는 첫느낌도, 마지막 느낌도 완전히 달랐다. 우선, 포스터만 보고 문화초대를 신청할 때는 아주 가볍게 생각했다. 집에 사는 몬스터라는 제목이 연령층이 낮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연극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한 것 같다. 또, 자신의 한 켠을 지키려는 덕의 이야기라는 홍보문구 역시 사춘기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성장기를 다룬 내용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연극을 보러 갔다.

cj아지트 대학로점의 지하 2층에서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관람객을 아주 큰 목소리로 반기는 안내원들의 목소리가 우렁찼다는 점이 가장 큰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연극이나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정말 서비스가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계산하는 편의점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판매객들의 서비스가 좋다는 생각은 딱히 든 적이 별로 없는데, 추가적인 문화생활에서의 서비스는 매우 좋은 편이다. 단순히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하는 서비스는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듯하다. 스스로, 서비스를 판다는 생각을 해야 그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번에 같이 보러갈 사람이 없어 혼자 공연을 보러 갔다. 연극을 보는 곳은 너무나 불편했다. 1층 좌석은 3칸 정도의 단으로 높이차를 두어 구성되었는데, 따로 좌석으로 이동하는 공간을 만들어두지 않아, 사람들 무릎 앞으로 지나가야만 자신의 좌석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땅값이 비싼 대학로의 특성상 더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었겠지만 그 점이 공연 전에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맨 뒷줄의 첫 자리에 앉았는데 하필이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새롭게 들어올 때마다 서서 자리를 비켜주거나, 아니면 무릎을 최대한 옆으로 비틀어서 공간을 만들어야만 다른 사람들이 내 자리를 지나 자신들의 자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새로 오는 사람들도 계속 죄송하다면서 지나갔는데, 자기 돈으로 사서 앉는 좌석을 가기 위해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며, 시간 안에 도착했는데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 극장을 다시 찾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사는 몬스터dress_0184.jpg
 

공연은 안돼, 안돼 하는 덕의 외침과 함께 무언가에 크게 부딪히는 소리로 시작이 된다. 불이 켜지고 공연장의 모습이 드러나고 4명의 등장인물이 덕이라는 소녀의 생김새와 성격을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설명한다. 처음에는 조금 집중하기 힘든 스토리텔링이었다. 한 사람 한사람의 발성도 좋고 분명하기도 했지만 속도를 맞추지 않고 서로간의 말 사이의 공백의 틈도 규칙적이지 않아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에 바로 이어서 말하거나, 다른 사람은 조금 틈을 들여서 말하기도 해서 정신이 조금 없었다. 물론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시작 부분이라 흥미롭게 보기는 했지만 말하는 주인공들을 쳐다보느라 초입 부분을 많이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처음 부분의 덕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영화감독이 만약 캐셔로 일하는 덕의 미모를 보고 캐스팅을 하려고 한다면 덕이 어떻게 대응을 할 지 잠깐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덕이 그때 매우 단호하게 잔액만을 계산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어서 덕의 성격이 그냥 냉정하고 단호할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맨 마지막의 덕의 모습은 그런 모습보다는 그냥 작전을 짜면서 기분좋아하고 유쾌한 아이로 나와서 조금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사는 몬스터dress_0027.jpg
 

다발성 경화증이 점점 심해져 눈까지 멀어가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덕은, 사회복지사가 자신과 아버지를 떼어내어 고아원으로 데려갈까봐 평범한 가족으로 사는 척 작전을 짠다. 아버지에게 요리를 하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실패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어지럽힌 집 안을 정리하는 시간 외에는 덕은 글을 쓰고, 연극반에 다니기도 한다. 연극반에서 게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오랄을 요구하는 로렌스를 짝사랑하기도 하는 평범한 면모를 가졌다.

4명의 주인공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섹스, 죽음, 우울함과 같은 괴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해서 2차 반전을 느꼈지만, 주인공들의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로, 그러나 유쾌하고 대담한 템포로 그런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는 과정은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덕은 강인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10대 소녀'라고 하면 늘 나오는 그런 여리여리한 주인공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행동하는데, 그런 행동에 계속해서 힘이 들어가있어서 어린아이가 정말 세상에 모든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서 살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은, 덕이 아버지의 집 안을 치우다가 계속 몬스터에 걸렸다면서 다치며 발가락 베인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몬스터가 덕 안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방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그렇게 일컫은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몬스터가 사라지고 현실 속 사람들의 서사에만 집중이 되어버린다.


집에사는 몬스터dress_0117.jpg
 

극의 중간중간, 로렌스나 아버지의 여자친구를 옷장 속에 넣으려는 것이나, 옷장 속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등등의 웃음 포인트도 꽤 많았고, 남미정 씨의 1인 3역도 정말 대단했다. 하나의 사람이 복장의 변화나 화장의 변화 없이도 말투와 행동의 차이로 전혀 다른 역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같은 위치에서 연기를 해도 누가봐도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이 눈에 확실히 보였다.

물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김은석 씨도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무기력한 아버지 연기와 동시에, 이야기의 서사를 설명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로렌스 역할을 맡은 이종민 씨도, 마찬가지로 덕의 머릿속에 울리는 몬스터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하고, 덕이 상상하는 린다의 연기를 할 때도 있고 덕과의 로맨스를 하는 로렌스 연기도 무사히 실행해낸다.

영화나 드라마와 연극이 다르게 느껴진 점은 그들이 낯설었다는 점이다. 요즘의 한국 영화는 늘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다음 영화에서 또 주인공을 하고, 조연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늘 비슷한 이미지의 조연 역할을 한다. 그 영화들이 서로 전혀 관련성이 없는데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나오니 영화가 진부해지고 한국판 영화들은 흥행이 저조하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특히 50대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늘 똑같이 번갈아가면서 나와서 지겹고 진부하다. 게다가 이야기의 주제 역시,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그 아이가 사실은 내가 그동안 미워하던 옆집의 누군가라거나 그러다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용서를 구하고 엄마가 둘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 연극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배우들의 중복성이라거나 이야기의 진부함에서 모두 벗어났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일탈로 느껴지기도 하는 그 흐름에 끼어들어 현실을 잊게 되는 그 마법에 걸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연극에서 다루고 있는 그것이 현실보다도 더욱 현실같은 느낌에 빠지는 것이다.


집에사는 몬스터dress_0002.jpg
 

사회복지시설로 가고싶지 않은 덕, 그리고 자신의 아이와 늘 함께하고 싶지만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기때문에 우리는 할 때까지 했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이제 나는 정말 혼자라고 외치면서 비내리는 길을 달려 사고가 날 때까지 오토바이를 운전해버리는 덕. 그러면서 그애는 외친다. 차라리 오토바이가 미끄러져서 나무에 부딪혔으면 좋겠다고. 그런데도 막상 오토바이가 미끄러지자, 덕은 안된다고 소리를 지른다.

덕은 혼자라고 외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로렌스와 린다 등등 다른 주인공들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라고 외치는 연극 속에서 결국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이상 인생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니 거기서 벗어나고는 싶은데, 죽는 것 외에는 어떻게 벗어나야 할 지 모르는 덕. 하지만 그러면서도 죽는것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덕. 인간이 죽음을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극이었다.





집에 사는 몬스터
- The Monster in the Hall -


일자 : 2018.08.20(월) ~ 09.02(일)

시간
평일 20시
토요일 15시, 19시
일요일 15시

08.21 화요일
08.27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티켓가격
몬스터석 35,000원
1층석 30,000원
2층석 15,000원

제작
라마플레이(LAMA PLAY)

주관
CJ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5분




문의
라마플레이(LAMA PLAY)
070-7705-3590





웹상세.jpg
 

[박지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