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SNS 시대가 낳은 영화 '서치' [영화]

실험적 형식의 SNS 추적 스릴러 가족 영화를 만나다
글 입력 2018.08.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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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에 영화를 미리 만나볼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시사회. 이미 개봉한 영화라면 관람객들의 평가를 미리 알아보고 보러 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개봉 전인 영화를 볼 때는 내가 남들에게 영화에 대한 추천이나 비판을 하게 되는 입장이 된다. 까딱하면 황금 같은 시간을 괴롭게 보내야 하는 위험도 따르긴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궁금증을 해소하고 좋은 영화를 발견하면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재미가 있기에 기회가 되면 시사회에 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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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목요일 저녁,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이 실종됐음을 알게 된다. 경찰의 조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실종된 날 밤 마고가 향하던 곳이 밝혀지며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마고의 노트북.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딸의 진실이 펼쳐지는데...


며칠 전에도 영화 '서치'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장르가 스릴러고, 존 조라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 뿐이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관람하고 싶었던 작품이긴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 데다 사실 크게 관심을 가졌던 영화는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입성했다. 101분이라는 길지는 않은 러닝타임이 흐르고, 영화가 끝나자 생각했다. 아, 이 영화 소개, 써야겠다.



달라진 시대, 실험적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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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나 사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노트북 화면, CCTV 화면, 생중계 화면 등을 통해서만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주인공 데이빗이 딸의 행방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고 SNS를 뒤지는 모습을 모니터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심지어는 갑자기 화면보호기 화면의 해파리 같은 움직임으로 화면을 꽉 채워 관객을 움찔하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과연 이렇게 독특한 형식으로 마지막까지 영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지만, 노트북 화면에 이어 CCTV화면, 헬리콥터가 찍는 생중계 화면으로 매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는 감독의 연출에 감탄하기도 했다.

현대의 문화를 잘 드러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가족 공동 노트북에 저장된 데이빗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파일은 관객들에게 무척 그들 가족이 무척 화목했다는 것과 마고가 아직 어릴 적 엄마를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트북 화면 한구석에 표시되는 캘린더의 알림으로 관객이 그들 가족의 역사를 파악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데이빗이 사라진 딸 마고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SNS와 1인 방송은 현대의 다양한 매체와 그로 인해 생겨난 문화 현상을 잘 드러낸다.

SNS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기록되는 행적들, 개인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CCTV, 허락받지 않고 촬영되어 올려지는 유튜브 영상과 그에 달리는 댓글, 인터넷에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하는 익명의 사람들, 화상으로 업무를 보는 모습과 메시지로 대화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는 가족의 모습.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현대인의 실생활의 단면들은 훗날 이 영화가 '2018년 즈음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생활했나'를 알 수 있는 참고 자료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현세대의 일상을 잘 보여주었다.



현실적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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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실종된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있을 때, 영화 '테이큰'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자, 내용도 그렇고 상당히 결이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테이큰' 속 아버지는 전직 특수요원인 데다 딸의 납치 뒤에는 상당히 거대한 조직이 있고, 그에 따라 화려한 액션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리즈로 나올 정도로 잘 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 내 아빠가 전직 특수요원인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반면 영화 '서치' 속 아버지는 굉장히 평범한 인물이다(머리가 좀 똑똑한 것 같긴 하지만). 영화 장르도 액션과는 거리가 멀고, 추적도 몸으로 하기보다는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다.

딸을 찾기 위해 벌이는 노력도 꽤 현실적이다. 화목했던 데이빗의 가정은 아내가 죽은 이후로 살짝 삐걱댄다. 딸과 메세지를 주고받고 화상통화를 하는 등 꽤 잘 지내는 듯하지만, 실은 딸이 피아노를 그만둔 것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아버지다. 딸이 실종되자 그는 딸을 찾기 위해 딸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려 하지만, 아는 번호가 없다. SNS에 있는 수백 명의 친구들을 뒤지고 그들에게 각각 연락을 돌리는 모습이나 로그인을 위해 필요한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 모습 등은 뿅 하고 운명처럼 튀어나오는 단서와는 거리가 있다.

스릴러 영화인 만큼 빼놓으면 아쉬운 반전들도 크게 억지스럽지 않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정확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종종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느껴지는 결말을 영화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의 반전은 납득 가능하다. 감독이 흔히 얘기하는 밑밥, 즉 복선을 눈에 잘 띄지 않게 촘촘히 넣어두고 영리하게 회수했기 때문이다. 개연성을 위해 앞에 복선을 넣어놨다가 그게 너무 눈에 잘 보여서 뒤 내용이 쉽게 예상되는 경우 극의 쫀쫀함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관객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밑밥을 잘 깔아놓아 관객의 머릿속에 느낌표를 띄운달까. (혹시 이 글을 먼저 읽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숨겨진 복선 찾는 재미도 찾아보시길)



스릴러? 그보다는 가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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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이 극의 시작과 끝, 그리고 모든 동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흔히 스릴러에서 나오는 잔인한 살해나 폭행 장면,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에도 잘 짜인 플롯 덕에 극이 루즈하거나 심심하지도 않다. 주인공 데이빗이 딸이 처음 실종되었을 때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모두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화목한 가정이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언젠가부터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부녀 사이의 금기가 되어 버리면서 부녀 관계는 어딘가 결핍되어 있었다.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의 여정은 방황하던 두 사람의 관계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여정으로 연결된다.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딸 마고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닫는 데이빗의 모습은 자식을 가진 부모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부모를 가진 자식에게도 자신의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어떤 인물을 통해서 어긋난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 대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줬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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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스포일러 포함


영화엔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을 큰 화면으로 보니 눈이 상당히 피곤했다는 점이나 중년 여성의 범죄는 왜 항상 자식에 대한 희생 때문인가, 에서 나오는 진부함이 대표적이다. 빅 형사라는 캐릭터에 대한 위와 같은 아쉬움이 좀 남지만, 주인공의 조력자(악역임이 밝혀지지만 비중 있는 캐릭터고, 매체에서 주로 남성이 맡는 직업인 형사라는 점에서)로 여성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주인공 가족에 동양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감독의 의도도 칭찬하고 싶다.

실험적 형식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 영리한 복선과 애틋한 가족애를 품은 영화 '서치'는 29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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