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가족이란 무엇일까 [도서]

가족을 욕함으로써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글 입력 2018.08.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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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글 제목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해보자면, 가족이라는 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 생각은 사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을 읽기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경험하고 보고 들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부모가 되는 것은 분명 엄청나게 경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당히 잔혹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켜야 할 것이 생기기에 생애 그 어느 순간보다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자식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 ‘남의’ 자식의 기회를 빼앗고, ‘남의’ 자식을 헐뜯는다. 나 역시 우리 부모님께서 남의 자식을 밀어내고 세워주신 보다 앞선 출발선의 혜택을 누렸으며, 남의 부모님 역시 날 밀어냈다. 그 뿐일까.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사이, 가장 가깝기에 가장 깊게 상처 줄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여 가족을 만든다는 것은 각종 메스컴에서 떠들어대는 것만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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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족은 예쁘게 포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채 책임감 없는 아버지, 한낱 짐으로 전락해버린 부모와 형제, 서로를 증오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껏 우리 눈앞에 펼쳐졌던 보기 좋은 판타지들과는 상당히 다른 그림이기에 읽고 난 후 기분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게 현실이다. 가족에게 상처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엄마가, 아빠가, 아내, 남편이, 혹은 아들, 딸이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언제나 그러하듯 현실은 마냥 아름답지만도 않다. 그저 예쁘게 포장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모든 포장지를 성실하게 들춰내는 책이다. 하여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겠다. 마냥 예쁜 줄 알고 들어갔다가 뒤통수 맞고 당황하는 일 없게 미리 알려주는 예방주사 말이다. 나에게는 이 책이 예방주사인 것 같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기 때문이다. 한 사람과 평생토록 애증을 주고받고 싶다. 또한 이 책의 모든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겠지만, 하여 필연적으로 아이한테 크고 작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훌륭한 인간을 세상과 만나게 해보고 싶다. (물론 아이 때문에 내 커리어가 끊어지지 않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가정, 어떤 부모를 지향해야 할까.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있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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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이 내게 준 아이러니는, 가족 체제에 반기를 듦으로써 오히려 가족, 그것도 ‘좋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조나단 데이턴과 발레리 페리스 감독의 영화 <미스리틀 선샤인>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모두가 하나같이 비정상인 가족들이 7살 소녀 올리브의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누구는 동성애자, 누구는 파산한 성공전문가, 누구는 마약쟁이 등 가족구성원들은 모두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궤도를 벗어난 인물들이다. 하지만 작은 차 안에서 복닥거리며 여행을 하는 와중 서로의 결점을 보듬을 수 있게 되고 마지막 순간, 이 부족한 인간들은 다함께 힘을 합쳐 막내 올리브가 대중의 비웃음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낸다. 요지는, 어떻게 지켜내느냐이다. 비록 사랑스러울지언정 예쁘지는 않은 올리브가 미인대회에 출전해 다른 아이들과 비교될 것을 필연적으로 직감한 가족들. 하여 올리브의 도전을 막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지만 그들은 조금 다른 방법을 택한다. 예쁜 춤을 춰도 모자랄 판에 바보 같은 춤을 추는 올리브를 향해 야유가 쏟아지자 이 부족한 인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대로 뛰어올라가 올리브와 함께 바보가 되어준다. 올리브의 앞이 아닌, 뒤에 위치해 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하여 세상의 모든 부모 역시 불완전하며 세상의 모든 자녀 역시 불완전하다.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해도 자식에게 단 한 올의 상처를 주지 않는 부모는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애써도 부모의 가슴에 단 한 번도 대못을 박지 않는 자녀는 없다. (물론 이러한 말로 이 책 속 인물들의 사연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정도의 신체적/정서적 상처와 가족의 해체는 그 무엇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족한 존재들의 결합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함께’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교류함으로써 나의 존재를 인식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선물이 오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이 아닌 뒤에 위치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수직적인 계열을 기반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욕심을 투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서로를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나는 이러한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분명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뒤에 있어주는 존재 말이다.

분명 이 책을 덮은 직후에 든 생각은 ‘역시 가족은 별로야.’였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이 가지는 필연적인 불완전함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그래도 한번 해볼까?’로 생각이 바뀌었다. 나 스스로도 조금 어리둥절하다. 순간적인 기분 탓이려나. 하여튼 내가 내린 가족에 대한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좋은) 가족 : 분명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있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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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 2018년 문학이 던지는 최고의 질문 -


지은이 : 신중선

펴낸곳 : 내일의문학

분야
문학〉한국소설

규격
134 * 200 mm

쪽 수 : 268쪽

발행일
2018년 8월 16일

정가 : 값 14,000원

ISBN
978-89-98204-49-5(03810)




문의
내일의문학
02-313-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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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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