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용산, 우주 그리고 갤럭시 오디세이

글 입력 2018.08.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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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오디세이-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전시를 보기 위해 어릴 적 이후 아주 오랜만에 온 용산은 이번 전시와 너무나 잘 맞는 도시였다. 전시를 보러 가는 길은 공중에 떠 있는 채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이 모든 게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 통로를 통해 미래로 떠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런 착각 속에 도착한 나진 상가는 또다시 과거처럼 느껴졌다. 다닥다닥 붙은 전자제품 가게에서 예전의 번영을 그리워하는 듯한 향수를 느꼈다. 처음엔 전시장을 찾지 못하고 헤매었으나 상가의 통로를 걸으니 전시장이 나왔다. 지금껏 가본 전시 중 가장 설레고 흥분되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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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예전에는 상점이었을 공간들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이곳저곳 넘나들며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우리는 은하철도 999에 탑승하는 마음으로 보딩(boarding)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은하철도 999의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가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은하철도 999의 인물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오밀조밀하게 넓게 퍼져나가는 관계도를 보며 노장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은하철도 999와 함께 했을지 상상해보았다. 또 은하철도 999의 미니어처가 있었는데 그걸 보며 우리는 영화 <설국열차>를 떠올렸다. 땅에서 사람의 눈으로 끝과 끝을 볼 수 없는 기나긴 기차, 각 칸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힘든 속성을 가고 있는 기차라는 존재는 많은 사람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으로 넘어가니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었을 당시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집 모습이 전시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라디오와 TV가 함께 나오는 장치, 옛날식 선풍기, 카세트테이프 등을 보며 나와 내 친구는 살아보지도 않은 그 시대를 추억하며 수다를 떨었다. 다른 공간에서는 은하철도 999를 모를 세대를 위해 주인공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철이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주 어린 세대가 아니라면 은하철도 999의 내용은 잘 몰라도 철이와 메텔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상을 걸쳐보며 즐거워했다. 전시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취업이 어떻고 자격증이 어떻고 얘기하던 우리는 철이 옷을 입으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14살로 돌아간 것처럼 꺄르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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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방을 거쳐 가니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펼쳐졌다. 윤제호 작가의 <공간에서 공간으로 in 갤럭시 오디세이>는 거울이 양면에 배치되어있고 발광 큐브와 디지털이미지가 혼합된 공간이었다. 계속해서 색과 음악이 변하는 공간에서 텅 비면서도 계속해서 변하는 무한한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시회의 길 끝에는 기계백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은하철도 999를 기획했을 때는 기계백작이란 존재는 상상 속으로만 가능했을 텐데, 전시에 등장한 기계백작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기계와 인간의 결합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인간은 정말 짧은 시간 내에 상상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걸 느끼며 전시의 제목인 ‘오래된 미래’를 곱씹었다.

메텔과 철이를 직접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밑에 도안이 있고 그걸 따라 그리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림에 원체 소질이 없는 나는 따라 그리는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 공간이 맘에 들었다. 이후 전시를 보면서 만화작가들도 연속되는 장면을 그릴 때 도안을 따라 그려 빠르게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만화가가 되어본 듯한 기분도 느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VR이었다. 전시를 쭉 보면서 내가 명색이 우주더쿠인데 VR정도는 한번 해봐야 한다고 다짐했고 3000원을 내고 VR을 체험해보았다. VR을 처음 해보았는데 장비를 착용하자마자 감탄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시선에 따라 우주가 무한히 펼쳐졌다. 순식간에 전시장소에서 우주로 워프했다고 생각했다. VR이 시작되고 메텔과 철이, 그리고 은하철도 999가 등장했지만, 기차 너머로 보이는 우주가 사라질까 봐 계속 기차의 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다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생각했다. 우연히 이번 전시를 본 후 며칠 뒤 VR 카페에 가서 VR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VR 자체가 매우 발달해있어 전시회에서 느낀 오감과 신체를 지배하는 것 같은 감각이 VR을 하기만 하면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VR 카페를 다녀온 후에도 전시회에서 보고 느낀 우주는 여전히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주나 심해같이 인간이 가기 힘든 곳을 VR을 통해 체험을 해보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어릴 적 생각했던 미래가 정말 성큼 다가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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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방, 바람에 따라 색이 변하고 조금씩 흔들리는 가시고기를 닮은 전시, 행성들이 책의 표지인 과거 은하철도 999 만화책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와 친구는 우주를 조종해볼 수 있는 마지막 방을 좋아했다. VR로 느낀 것보다는 약했지만 우주 속에 들어온 듯한 그 공간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나가고 나와 내 친구만 남았다. 우리는 나가기 아쉬워 천천히 그 공간을 돌아보다 중앙에 있는 공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우주가 변했다. 엄청난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 번이고 공을 돌려 우주가 내 손안에 있다는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전시장 밖으로 나오니 낡았으면서도 새로운 용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시, 오래된 미래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전시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자칭 우주덕후로서는 만족스러운 갤럭시 오디세이, 우주여행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용산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발굴한 것이고, 그 도시가 이번 미디어아트 전시와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것을 보며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봤다는 것이다. 전시에 갈 여러분이 용산과 전시 중 하나라도 사랑에 빠질 것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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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


일자 : 2018.06.15(금) ~ 10.30(화)

휴관일
9/24 (월), 9/25 (화)

시간
월, 화, 수, 목, 일요일 12:00pm~8:00pm
(7:30pm 까지 입장가능)
금, 토요일 12:00pm~9:00pm
(8:30pm 까지 입장가능)

장소
용산 나진상가 12-13동

티켓가격
성인 (만19세~만64세) : 13,000원
청소년 (만13세~만18세) : 11,000원
어린이 및 미취학 아동 (만12세 이하) : 9,000원
시니어 (만 65세 이상) : 9,000원

주최
(유)마츠모토레이지프로젝트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유)마츠모토레이지프로젝트
070-8837-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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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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