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8월, 놓치지 말아야 할 인디 트랙 Pt.1

잔나비, 민수, 최정윤, 10cm, 주윤하, 세이수미
글 입력 2018.08.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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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발견은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의 정기연재물 '2주의 발견'의 스핀오프입니다. 8월, 놓쳐서는 안되는 인디 트랙 6곡을 추천합니다. 내일은 다른 6곡으로 찾아올게요! 즐겁게 들어주세요.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더 좋습니다.




잔나비 - Good Boy Twist




잔나비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아빠가 어렸을 때 쓰던 방의 옷장 구석에서 발견된 오래된 CD플레이어,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올드팝 록 음반이 생각난다. 그런 적은 없지만, 그럴 것 같다는 말이다. 기타를 비롯한 악기 전반의 빈티지 사운드,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보컬 최정훈의 발음, 틈틈이 치고 들어오는 코러스들이 대놓고 60,70년대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지만 촌스럽지는 않다.

잔나비의 빈티지 사운드가 최신 사운드였던 60,70년대 초까지 주류가 되었던 로큰롤 음악은 춤이 절로 나는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다. 다리를 떨며 팬들의 마음을 훔치던 엘비스 프레슬리나 흥겨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 척 베리 같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곡은 더 인상깊다. 트위스트가 넘쳐나던 시대의 사운드로, 자신을 알지 못하므로 춤추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착한 아이’의 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악기를 넘어 뮤직비디오에서까지 느껴지는 강한 세피아톤의 빈티지함과 풍부한 코러스, 춤을 추고 싶은 팝 로큰롤곡이지만 춤을 추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주는 역설이 인상적이다. ‘let’s take a dance’ 파트에서 소리를 뒤로 쭉 밀었다가 강한 딜레이와 함께 앞으로 당겨오는 구성도 재미있다. ‘She’를 듣고 잔나비의 발라드에만 잠시 빠져 있었다면 이제 잔나비가 보여주는 락스피릿에 나의 스피릿도 같이 불태울 때다.

우린 늘 그랬듯
두 눈 질끈 감고 더 뛰어야 할까요?
아님,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춤을 춰야 할까요?
그게 허무의 몸부림이라고 한들 말이에요.

(앨범 소개 중, 최정훈)
 


민수(Minsu) - 섬




가수 정기고와 배우 정유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갑자기 등장한 음악은 나 또한 발매를 기다리던 곡이었다. 민수의 '섬'은 발매 전 아티스트가 자신의 SNS에 업로드한 짧은 가창 클립이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발매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때는 8월 초였으므로 '섬으로 가요 우리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시간이 멈출 것같은 곳으로 가요'라는 가사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민수의 꾸밈없는 음색과 또박또박한 발음은 귀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아련하게 울리는 빈티지한 느낌의 기타소리가 어우러져 쓸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의 곡이 완성되었다. 여유롭게 흘러가는 유연한 기타 연주, 기쁜지 슬픈지 감정을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민수의 보컬이 무척 매력적이다. 민수의 보컬에는 어색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 편안하다.

민수는 2017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데뷔곡은 '춤'으로, 인디 싱어송라이터 예술집단 콜릭티브 아츠(Collective Arts)와 함께 작업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싱글 '섬'은 음악 콘텐츠 제작소 CASPER에서 진행하는 'Beams' 프로젝트로 발매되었다. 'Beams' 프로젝트는 첫 발을 내딛는 뮤지션들이 빛이 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지원하는 CASPER의 앨범 제작 프로젝트 시리즈다. 민수는 싱어송라이터 활동 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최정윤 - 사라져




최정윤은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는 싱어송라이팅을 중심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소수빈, 조소정과의 콜라보 공연을 진행했고 지난 4월에 있었던 단독공연을 매진시키는 등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맑고 투명한 음색과 짧은 검정 단발머리에서 나오는 귀여움 또한 매력포인트다.

이 곡에서 최정윤은 연인과의 관계에서 확신을 앗아가고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상대에게 ‘엎질러진 내 맘 갖고 사라져!’라 말한다. 말하자면 발랄한 이별 선고 곡이다.(이럴 거면 헤어져!)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최정윤이 도맡았다. 코드 위주의 신디사이저 백킹이 또랑또랑한 최정윤의 보컬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중심을 잡는 베이스, 가볍게 터치하는 드럼, 지루하지 않도록 곡을 꾸미는 기타의 연주까지 균형이 잘 맞는 곡이다. 이 곡 또한 민수의 ‘섬’과 마찬가지로 캐스퍼(CASPER)의 Beams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최정윤은 4월 열린 단독공연에서 이 곡의 안무를 공개한 바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3분 20초부터 등장한다. 양 손을 허리춤에 얹고 ‘멀리 저멀리’에 맞게 손 한 쪽 씩 배웅하듯 밀어내면 된다. 쉽고 간단한 안무, 귀여운 노래다. 음악에 안무까지 균형완성.



10cm - 매트리스




맺고 잇는 포인트가 분명한 리듬, 동글동글한 소리의 기타, 다정하게 늘이는 말꼬리, 10CM 특유의 찌질한 귀여움 같은 것들이 이 곡에 꼭꼭 담겨있다. 지난 정규앨범 [4.0](폰서트, Help 등)에 담긴 이야기들은 방을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고,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오직 너와 나뿐이라는 배경 위에 놓여 있었다. [4.1]이라는 싱글 앨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매트리스는 그 세계관의 일부다.

‘새로 산 침대와 그 속의 우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곡에는 설레는 감정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그가 ‘이불을 자꾸 끌어오는데 그러지 않겠다’, ‘다리를 올려놔도 좋다’, ‘넌 또다른 밤을 나와 있어줄까’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며 귀여운 찌질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와 앨범 자켓 촬영 등은 설치미술 작가 이정형과 함께했다. 대걸레 막대 마이크, 하나씩 걷으며 짜잔-하는 베일(혹은 커튼) 등 전부 이정형 작가의 작품이다. 유튜브로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이 강조되니, 설치미술(시각)과 음악(청각)이 이처럼 멋진 콜라보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예술 확장성의 증거이기도 하다.

상위권으로 차트에 진입한 10CM의 매트리스는 방탄소년단의 기승전’결’ 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 많은 음악차트의 1위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권정열 본인은 차트를 절대 보지 않는다고 과히 강조했지만 그 또한 열심히 음악차트를 캡쳐해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곡을 내면 안정적으로 차트인하는, 소위 ‘인디’로 분류되는 뮤지션들의 존재가 왠지 든든하고 즐겁다. 음원 차트의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니까!



주윤하 – 혐오스러운 나의 인생




진한 트럼펫 솔로의 독주로 시작하는 이 의미심장한 곡은 곡 전반적으로 끈적한 재즈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뭉툭하고 굵은 보컬은 작게 진동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하는 가사는 간주의 트럼펫 솔로로 이어져 한껏 감정이 고조된다. 특히 2분 55초쯤부터 터지는 드럼과 함께 볼륨이 높아지고, 모든 악기가 즉흥 연주를 하듯 뜨거워지는 부분이 압권이다.

‘뜨거웠던 2018년의 여름을 보내며 만든 노래(앨범 소개글)’라고 했다. 제목에서는 ‘혐오스러운 나의 인생’이라고 했지만 마무리는 무척 힘차다. ‘다 타버린 꿈을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찬란하게 빛나라 인생아’ 마무리하는 이야기는 곡의 폭발력과 맞닿아 그 전복적인 힘이 어색하지 않다. 이번 여름 뜨겁게 보낸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가을을 나볼 힘을 주는 노래.



세이수미 ‘Just Joking Around’




세이수미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부산, 광안리, 맥주, 바다다. 그리고 여기에 그리움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작업 배경은 부산이지만 그들은 전국에서 공연을 하고, 이를 넘어 영국의 유명 인디 소속사와 제휴를 맺는 등 세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부산, 광안리, 맥주, 바다’를 떠올렸을 때 자연히 따라오는 감정은 그리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사 속에 나오는 ‘Where we’re together’은 세이수미 정규 2집 제목과 같다. 세이수미의 드러머 세민이 사고로 인해 더 이상 함께 음악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이후 2집 작업을 재개하면서 그를 추억하고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멤버들의 마음이 담긴 제목이었다. 세민의 회복을 바라며 세이수미는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함께해서 즐거웠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있고 세이수미는 그 시절을 열심히 노래한다. 장장 5분 51초, 약 6분에 달하는 곡 길이는 그리움의 깊이처럼 켜켜이 쌓여 깊어지는 감정을 서서히 보여준다.

5분 즈음 곡은 갑작스런 반전을 마주한다. 내내 서정적으로 폭발적이었던 분위기가 빠른 비트로 전환, 로큰롤에 가까운 노래가 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로 했어, 너는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그걸 잊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니 더 선명해지는 걸, 너의 웃음이 그리워. 그냥 농담이나 해보자. 춤추던 너의 손과 짧은 다리.’(의역)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그리움은 웃음이 묻어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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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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