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4면의 무대, 4명의 배우의 조화.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글 입력 2018.08.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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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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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웅크리고 앉아있는 소녀와 그 뒤에서 사다리에 올라타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 딱 그 한 장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 연극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사진에서 풍겨오는 흥미로움은 나를 연극으로 끌어당겼다. 묘하게 어두운 소녀의 모습과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펑키한 느낌의 여자가 서로 대비되는 느낌이 들면서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또한, 여자가 매달려 있는 사다리의 모습에서 무대를 크게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생겨났다.
 
기대감을 가지고 보러 간 연극은 공연장에 입장할 때부터 충족시키게 만들었다. 이 공연은 CJ 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되었는데, 여기가 CJ 아지트가 맞나 할 정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공연은 관객석과 무대가 마주 보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는데, 이번 공연은 무대가 관객석을 분리시키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 공연장의 모습을 보고 “우와, 이게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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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어둠이 깔리고 주인공 ‘덕’이 “안돼!”라고 소리치며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후에 출연 배우들이 등장해 스토리에 대해 간략한 얘기와 ‘덕’이라는 소녀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한다. 이 장면에서는 조금 당황했었다. 앞으로 스토리 전개가 계속 배우들의 설명을 통해 진행된다면 재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었다. 다행히도 걱정은 불필요했다. 이 이후에는 중간중간 설명이 등장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시놉시스는 이렇다.
 
[주인공 ‘덕’은 아버지 ‘휴’와 함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휴’는 시력을 잃을 정도로 증상이 점점 악화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린다’가 가정 방문을 할 것이라고 통보를 받는다.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덕’ 자신이 보호시설로 넘겨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전을 짜기 시작하는데, 갑작스럽게 ‘덕’의 짝사랑 상대 ‘로렌스’와 ‘아그네사’가 등장하며 일이 꼬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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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모두 보고 나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두 가지였다. 무대 그리고 배우(연기)

기존의 일반적인 공연과는 달리 새로운 무대장치를 활용했다는 점은 이 공연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4면의 무대를 설치하여 객석을 4개로 분리시키는 것이 매우 실험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나는 2층에서 관람을 했었기 때문에 1층에서의 느낌을 알 수는 없겠지만, 1층의 관객들은 보다 더 흥미롭게 관람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대와 거의 맞닿아있었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를 더욱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서 관객 몰입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유롭게 원하는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움직이는 의자가 놓아져 있던 ‘몬스터석’은 배우들의 시선을 따라서 관람할 수 있어 집중력을 더하지 않았을까 한다.

4면의 무대 4개의 객석도 참 좋았지만 2층에서 관람했던 내가 더 좋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움직이는 무대장치들이었다. 몬스터가 올라타 있는 사다리가, 덕의 책상이, 집 문이, 무대가 움직였고, 심지어 후반부에서는 무대 2층을 사용하며 극의 역동성을 더했다. 대학로 공연, 아니 지금껏 봤던 공연 중 처음으로 색달랐던 무대였었다. 그저 구성만 색다른 것이 아닌 그 무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을 알차게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대 구성이 색다르면서 무대 장치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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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에 무대도 정말 기억에 남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정말 칭찬을 해주고 싶었던 부분은 배우들의 딕션이었다. 연극을 보다 보면 간혹 발음이 무너지면서 제대로 대사가 전달이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 연극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아그네사가 갑자기 락을 부를 때 제외하고) 자신들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대로 대사를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배우가 지녀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더욱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4명의 캐릭터들은 각각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달랐다. 그중에서도 몬스터, 린다, 아그네사 연기를 맡았던 ‘남미정’배우님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외적인 모습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고 표정과 제스처, 목소리를 통해 명확하게 3개의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 특히 ‘린다’와 ‘아그네사’가 함께 있는 것으로 연출되는 부분에서 캐릭터를 넘나들며 하는 연기는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아그네사’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 ‘린다’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그 역을 목소리와 제스처만으로 넘나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까지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가지고 있는 연기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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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대와 배우들의 연기력과는 달리 스토리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적 약자, 무정부주의자, 게이 등 현실에서 조금 다르게 평가를 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공연의 목적일 것 같은데,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메시지가 조금은 약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렌스 역이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로렌스’가 중간중간 웃음을 주는 포인트로 등장했던 것은 좋았다. 꽤 어두운 스토리를 담고 있으면서 너무 무겁지 않게 해주는 역할이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게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덕’에게 사람들 앞에서 오랄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왜 필요할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 장면을 위해 연습하는 것이 전화기를 통해 아버지와 린다에게 걸리는 장면은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사회적 약자를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 ‘린다’가 했던 대사는 끝나고 되뇔 정도로 마음에 들긴 했다.

“삶은 경쟁이 아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삶은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밑에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하고 있다.”

정확한 대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저런 느낌의 대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밑의 대사에서 아무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밑에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다는 얘기는 사회적 다수가 사회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따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약자들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이 연극에서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집에 사는 몬스터>는 약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공연을 하는데, 그 기간 안에 갈 수 있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새로운 방식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연극을 보는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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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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