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짝사랑 중입니다. [사람]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
글 입력 2018.08.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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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겠다. 나는 짝사랑중이다. 이 말을 왜 아트인사이트 한복판에서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 되면 후회할 것도 같다. 사실 원래 쓰려고 생각해놓은 소재가 있는데 아무리 애써도 그 분 때문에 집중이 안되서 그냥 포기하고 심경고백이나 하련다. ‘짝’사랑이라니. 자존심 상하지만 사실이다. 글 쓰다가도, 걷다가도, 자려고 누워서도, 일어난 직후에도, 영화를 보다가도 그 분이 생각난다. 그 분과 함께 이걸 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문득 그 분은 내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인지한다. 다소 비참해진다.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뒤에서 허망한 상상만 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어제는 그 분이 꿈에 나왔다. 정말 행복한 꿈이었다. 급작스럽게 잠에서 깨 현실임을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의 초라함에 온 몸이 그대로 가라앉는 듯 했다. ‘나 따위가 무슨’, ‘내 분수도 모르고’ 아직 해도 안 뜬 새벽녘에 이미 몇 십번은 들락거린 그 분의 SNS를 또 다시 들여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랑의 시작은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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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동경’이라는 형태로 가장 먼저 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면서부터 사랑이라는 감정은 한 인간의 내부에 자리를 잡고 움트기 시작한다. 다만 문제는 이거다. 누군가를 멋있다고 인식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그를 우리보다 높은 위치에 앉히는 결과를 수반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그 높이의 간극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감히 예상해보건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높이 차이가 꽤 문제가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 분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인다. 그 분은 너무 멋있는데 그에 비해 나는 뭐 하나 잘난 게 없다고 느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겁이 난다. 하여 앞에서는 쭈뼛쭈뼛, 언제나 도망치듯 돌아서다가 나중에 가서야 땅을 치며 후회한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솔직히 그 분과 내가 겹치는 게 있어서 필연적으로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라면 친한 척이라도 해보겠다. 그러나 그 분은 내가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분이며, 한 번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꽤 거금을 지출해야한다. 그 거금을 이미 3번은 지출했지만, 나 혼자 비밀스럽게 벌여온 삼세판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자 네 번째 판을 벌이기가 다소 두려운 것이 현재 상태이다.
 
사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면 나설 수야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 놈의 자존심이 문제다. 내가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하는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이 억울해서 앞에서는 열심히 도도한 척 해놓고 뒤에 가서야 벽에 머리를 찧는 것이다. 어차피 만나기도 힘든 사람이니 안 본 채로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일한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의 두뇌는 참으로 끈질기게도 그 분을 떠올린다. 이런 내가 너무 초라하다. 나는 어쩌다가 짝사랑이라는 늪에 빠져들었나.

 
 
희망의 시작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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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는 것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단어라는 것을 짝사랑 덕분에 알게 된다. 혹시 그 분도 나를 의식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내가 먼저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 웃기지도 않은 희망이 계속 내 발목을 잡는다. 잠시 마주쳐있던 눈빛이 사실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눈빛이었다면? 그 때 내 쪽을 응시하는 듯하던 시선이 정말 나를 향한 거라면? 이런 생각에 괜히 1할의 희망이 차오르다가도 ‘어처구니없는 의미부여’라는 9할의 현실을 머지않아 깨닫는다. 나는 분명 자존감 높은 당당한 신여성인데 왜 이토록 그 분 앞에서만 약해지는지 모르겠다.
 
하여 요즘은 뭘 해도 100% 즐겁지가 않다. 좋은 날씨, 친구와의 수다, 맛있는 음식, 좋은 책과 영화는 분명 날 즐겁게 해주지만 미안하게도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결핍은 꿈쩍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커다란 그림퍼즐의 마지막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들어맞지도 않는 조각들을 이리저리 대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무슨 조각이 필요한지는 이미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계속 다른 조각을 우겨넣어 공백을 메워보려고 애쓰는 내 자신이 애처로우면서도 한심하다.
 
거금이고 나발이고 조만간 다시 한 번 그 분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나의 정신적 안녕을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 같다. 고백을 하겠다, 뭐 이런 말이 아니라 그저 몇 마디 대화나 나눠보러 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항상 긴장한 걸 들킬까봐 자존심이 상해서, 혹은 그 분이 다른 사람을 볼 때와 똑같은 눈빛으로 나를 볼까봐 두려워서 얼굴만 슬쩍 보고 냅다 도망쳤었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이라도 용기내리라. 억지로라도 용기내서,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얻어올 것이다. 관계의 진전, 혹은 확실한 포기. ‘역시 그 분도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 아니면 ‘역시 그 분은 나한테 개미 똥구멍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둘 중 하나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그래도 왜 예수 생일인데 지들이 난리냐는 시니컬한 척으로 홀로 어찌어찌 넘겼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러기가 싫다, 진심으로. 하여 이 자리를 빌어서 아트인사이트랑 약속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얻어오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분을 이렇게 억지로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나중에 분명 후회를 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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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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