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린세스 오리와 집에 사는 세 마리 몬스터 [공연]

글 입력 2018.08.30 23: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포 없음*


태풍이 온다고 예고된 8월 23일, 나는 용감하게 대학로로 갔다. 갈 때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약간의 불안과 후회를 품고 갔지만 올 때는 웃음과 후련함을 담을 수 있었다.


집에사는 몬스터_web poster.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다. 나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연극을 보는 편인데 단순한 로맨스나 개그 연극은 거의 보지 않는다. 원작이 있거나 어느 정도 서사와 주제가 제대로 갖춰진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집에 사는 몬스터’는 그런 점에서 시작점이 좋았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에 대한 리뷰는 총 3가지 갈래로 나누어진다. 극 외부, 극 내부, 개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느낀 점이다.


[시놉시스]

덕 매카타스니는 아버지 휴와 함께 스코틀랜드의 커콜디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휴의 증상이 심화되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린다 언더힐이 가정 방문을 할 것이란 사실이 통보된다.

덕은 자신이 보호시설에 넘겨질 것을 걱정하며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작전을 짠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덕이 짝사랑하는 로렌스가 나타나고 뒤이어 아그네사라는 여인까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만 가는데…




극 외부

공연사진3.jpg
 

01 독특하고 낯선 연출방식

익숙한 대학로 식 연출은 분명히 아니다. 홍보문구에도 나와 있듯이 하나의 무대를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여러 프레임이 겹쳐진 4면 구도로 구성한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보느라 정신없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일종의 뮤지컬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모두 따라갈 수 있었다.

계속해서 들리는 삐-소리는 일종의 지령이기도, 상황전환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마치 영화에서 큐 사인을 날리듯 배우들에게 “움직여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정신 차리라는 신호로 작동하기도 했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신선한 방식이었다.


02 극에 대한 접근방식

시작하기 전과 중간에 ‘집에 사는 몬스터’는 이것이 연극임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액자 구도가 총 3번 정도 사용된다.


시작 전
홍보 영상 후 배우들이 무대 위에 올라오면서, “이것은 덕이라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시작 후
내레이터가 ‘덕’이라는 인물에게 지시를 내리며, “덕은 ~~한다.”

중간(극 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덕이 아버지와, 또는 로렌스와 꾸며낸 연극을 하며, “이렇게 해! 알았지?”


특이했던 것은 내레이터가 등장하는 점이다. 총 두 명이 등장하는 데, 한 명은 몬스터 중 하나인 ‘요정’이고 다른 한 명은 극 중 로렌스 역의 남자 배우이다. ‘요정’은 덕의 심리를 보여주고 남자는 연극 속의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의 감독마냥 덕에게 행동을 지시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03 비극과 희극

비극으로 시작해서 희극으로 맺는다. “안 돼..! 안 돼!”라는 처절한 소리로 시작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마무리는 마찬가지의 소리를 내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종료시킨다. 수미상관의 구조로 똑같은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그것을 반전시킴으로써 관객들을 안심시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04 작품의 주제

교과서에게 작품을 배울 때 항상 작품명 밑에는 그것의 주제가 있다. 이 연극의 주제는 가족의 화해와 소녀의 성장이다. 굉장히 흔한 것 같기만 그렇기 때문에 낯선 연출방식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토종 한국인인 내가 스코틀랜드 식의 감성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나라든 ‘가족’과 ‘성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이므로.



극 내부

공연사진2.jpg
 
 
01 동화적인 비극

성장 연극답게(?) 동화적인 비유가 계속 나온다. 주인공 덕은 자신의 소설에서 공주이고 아버지 휴는 야수이다. 미녀와 야수가 떠오르지만 공주가 야수의 수발을 든다는 점이 다르다. 야수 휴는 미녀 대신, 노르웨이에서 온 여왕 아그네사를 만나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

덕(duck)은 극의 후반에 백조가 되어 아버지 휴, 친구 로렌스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성공한다. 어긋날 수 있었던 아슬아슬한 전개에서 소녀의 성장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어서 만족했다.


02 비극과 희극

극 외부에서 수미상관으로 비극과 희극의 단면이 나타났다면, 극 내부에서는 사회 복지사 린다 언더힐을 둘러싼 연극에서 그 흔적이 보인다. 휴의 눈이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연극은 게임처럼 희극적이지만, 그 내용은 비극적이기에 아이러니하다.

연극만 보면 유쾌하고 바보 같지만 실제 모습을 떠올려보면 슬픈 장면이다. 딸은 미운 아빠지만 어떻게든 헤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아빠도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결과는 많은 실수와 허우적거림이다.


03 몬스터에 대한 해석

‘집에 사는 몬스터’에서 몬스터는 무엇인가. 바로 거실에 있는 엄마의 오토바이 duke, 파국의 요정, 아빠이다. 이들은 모두 덕을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치우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오토바이에 덕은 자주 발을 찧고, 파국의 요정은 나타날 때마다 덕을 조롱하거나 우습게 만든다. 아빠는 현실에서 먹은 피자판을 치우지 않고 화장실에서부터 오줌자국을 흘리고 다니는 등 원수 같은 존재다.

오토바이 duke에 대해 검색해보니 실제로 KTM 사에 duke라는 모델이 있다. 얼핏 101이라고 모델명을 들은 것 같았는데 검색해보니 101은 없었다.


듀크125.jpg
duke 125


04 유쾌한 ‘아그네사’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무정부주의 페미니즘의 선두주자이며 락과 메탈을 사랑하는 아그네사는 노르웨이에서 온 거친 여전사이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여성 캐릭터인 그녀는 빳빳한 염색모에 가죽옷을 입고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행동도 전혀 여성스럽지 않고 괄괄하다. 그럼에도 휴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한 배우가 ‘아그네사’와 우아한 사회복지사인 린다 언더힐을 동시에 연기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변화가 굉장히 커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 점도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 보고 있는 이야기가 연극임을 상기시키는 부분인 것 같다.



개인 의견

업로드용꾸미기_좌석.JPG
실제 좌석 (출처 : 인터파크 티켓)


내가 앉은 좌석은 전형적인 시야방해석이다. 정면도, 사이드석도 아니고 무대장치로 인해 거의 시야의 1/3 이상이 가려지는 곳이다. (심지어 1층이라 더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점이 불편했지만 다음과 같은 점 때문에 의외의 재미가 있었다.

덕이 글을 쓰며 꿈꾸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볼 수 있고 덕과 아빠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호박귀신 잭이 창문 넘어 어떤 가족을 훔쳐보듯, 더 큰 호기심으로 대화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극에서 계속 강조했던 연극-관객의 거리두기, 관객의 일깨우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좌석이 내가 앉았던 무대 모서리의 시야방해석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웬만하면 시야방해석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집에 사는 몬스터
- The Monster in the Hall -


일자 : 2018.08.20(월) ~ 09.02(일)

시간
평일 20시
토요일 15시, 19시
일요일 15시

08.21 화요일
08.27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티켓가격
몬스터석 35,000원
1층석 30,000원
2층석 15,000원

제작
라마플레이(LAMA PLAY)

주관
CJ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5분




문의
라마플레이(LAMA PLAY)
070-7705-3590





[배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