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on] 영화 [서치], 기술의 진화에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서스펜스를 표방한 가족영화
글 입력 2018.08.3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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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후기입니다. 문단 앞에 가 있다면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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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성 중심의 할리웃 영화계에도 아주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여성 중심의 프랜차이즈 범죄물(<오션스 8>), 첩보+코미디물(<나를 차버린 스파이>)이 나오더니 이제는 <서치>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를 중심으로 아시안 배우들이 주연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백인 남성 중심의 영화 91846827편 속에서 이 영화들을 찾은 것이기는 하다. <서치>를 처음 주목한 것도 영화가 한국계 미국인 가정을 중심 서사로 내세우되 그들만의 특수성을 강조하지는 않아서다. 감독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여태까지 테두리 밖의 사람들로 밀려났던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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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의 뻔함은 연출의 신선함으로


영화의 주요 플롯은 실종된 딸을 찾는 것이다. 생물 스터디 때문에 늦는다던 딸 마고가 밤중에 부재중을 몇 통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아버지 데이빗은 딸을 찾는 과정 속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급기야 이것이 실종인지 가출인지 모호해지는 상태까지 이르고, 데이빗은 더욱 혼란에 빠진다.

플롯만 보면 참 뻔한 이야기다. 실종된 자녀를 찾는 이야기에 액션과 살떨리는 협박이 더해지면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떠오를 것이고, 아이가 바뀐 것을 알게 된 어머니의 진한 모성애 이야기라면  <체인질링>의 안젤리나 졸리와 겹친다. 아이에게 부모가 몰랐던 면이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니 이 또한 뻔한 요소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연출 방식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모니터, 스크린을 통해 진행된다. 가장 많이 나오는 화면은 데이빗과 마고의 맥북 모니터이며 딸과 동생의 사이를 의심하는 장면은 몰래 설치한 카메라 중계 화면, 심지어 딸을 찾는 장면도 뉴스 속보 화면으로 나온다. 1990년대-2000년대의 윈도우 픽셀, 유튜브가 처음 나왔을 때의 디자인 등으로 등장인물들의 과거 서사도 쉽게 보여준다.

화면 연출 뿐만 아니라 실제 인물들의 소통 방식도 그렇다. 데이빗이 마고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친구들에게 연락할 때에도 핸드폰으로 문자나 영상통화를 주고받고, 마고는 현실 생활에서보다 유캐스트라는 셀프 라이브 방송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 편해보인다.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굴도 실명도 모르는 상대에게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컴퓨터와 TV 모니터 화면, 스마트폰 액정 화면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또 스크린으로 감상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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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카메라에서도 빛났던 존 조의 호연


존 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스타트렉>에서였다. 실제로 그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국내 대중적 인지도를 확 높였다. 그 이후에도 조연급으로 다양한 연기를 펼쳤고, 이를 인상깊게 본 감독은 그를 섭외하기 위해 주인공의 가족을 한국계 미국인 가정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서치>에서 존 조는 자신의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딸에게 '더 보이스'를 보자고 하는 장면이나 쓰레기통을 비우라고 재촉하는 생활 연기부터 딸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까지 어색함 없이 소화한다.

특히 그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첫째, 이 영화가 거의 존 조의 원맨쇼이기 때문이며 둘째, 이 영화의 카메라 앵글이 뉴스 보도 화면을 제외하면 전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배우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카메라 앞에 와서 연기를 해야한 다. 맥북 화면에서는 얼굴 표정이 타이트한 클로즈업으로 잡혀 몸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큰 제약이 있다. 제한된 화면으로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감정을 전해야한다는 하드코어 미션에서 그는 당당히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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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스펜스를 표방한 가족영화


기술의 진화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다. 형식의 새로움이 눈을 사로잡으면 다음은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는다. 딸을 찾는 아버지도, 아들을 감싸는 어머니도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영화의 이야기, 인물의 삶을 이끌어가는 중심 원동력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서스펜스 장르로서 <서치>의 장점은 마지막 20분 쯤,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반전 부분에서만 빛난다. 서스펜스로서 작동하는 요소가 '범인 찾기' 이외에는 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길고 어렵지만 그것이 딱히 험난하다거나 대단히 위험해보이지 않는다. 밤에 호수에 가는 것이 위험한 정도..? 그리고 딸의 비밀도 사실 별로 대단하지 않다.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것, 가끔 마약을 한다는 것이 끝이다. 영화 속 언급 강도에 비추어 볼 때 마리화나가 우리나라처럼 큰 범죄로 비춰지지도 않는다. 애초에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 친구들이 '넌 아빠랑 친하잖아'라고 말할 만큼 꽤 원만했던 사이의 부녀지간이었다. 갈등이 폭발하는 수많은 가정에 비해서 무척 무난~한 가정의 무난~한 아이가 선의의 행동을 하다가 실종된 것이다. 그러니 '딸아이의 숨겨졌던 충격적 진실!'따위는 없다.

뿐만 아니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빅 형사이 데이빗에게 거짓말한 내용들을 크로스체크할 동료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CCTV는 혼자 확인하러 다녀왔다고 해도, 해당 지역을 이미 탐색 완료했다고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데 아무도 탐색한 적이 없다는 것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영상 형식의 새로움은 앞으로 상업 영화의 형식이 얼마나 다양해질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한 지점이며, 존 조의 연기가 무척 뛰어나고, 명확한 웃음 포인트도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며, 영화를 다 본 뒤에는 가족애에 젖어 기분 좋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스한 카톡 한 번,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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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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