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경영 11호,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 [도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글 입력 2018.08.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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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를 옮겨 본다.
"오빠는 늙어서 뭐하고 살고 싶어?"
"나는 내 이름을 건 책방 주인이 될거야."
"책방? 왜?"
"일단 조용해.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잖아. 내가 선택한 책들로 가득찬 공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지고. 말년을 보낼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고 생각해."

이 대화를 나눴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늙어서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글쎄, 8월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도 완독하지 못한 나로서는 현저히 떨어진 나의 책력을 반성하게 된다.

책에 관심 조금 있던 사람에서 본격적으로 책 덕후가 된 계기는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된 휴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빙자하여 백수 생활을 즐기던 나는 너무나도 무료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재밌겠다 싶은 책이면 망설이지 않고 질러 버렸다. 무슨 속독학원에라도 온 듯 빨리, 많이 읽기만을 고집하다가 '정말 이렇게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싶어서 블로그에 조금씩 서평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평단이라는 나의 첫 대외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평단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ART insight 온라인 에디터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이 책이라는 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8월 한 달 동안 한 권도 읽지 않았냐고? 그냥 8월은 좀 그런 달이었다. 내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연애전선에 큰 폭풍이 한 번 휘몰아치고 지나갔으며,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데 끝나가는 휴학 때문에 자괴감이 빠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를 숨막히게 했던 건 다가오는 졸업을 앞두고 이제는 정말로 내 살 길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끊임없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심정으로 독서경영 11호를 받아들었다. 책이고 뭐고 여러가지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는 이 때에 잡지 한 권이 뭘 줄 수 있겠냐는 심정으로. 

'그런데 이 잡지를 읽었더니 책에 대한 사랑이 다시 샘솟고 잃어버린 열정도 되찾았다!' 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 인생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데, 고작 책 한권에 모든 게 바뀌는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런 책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 전까지 당신이 쌓아온 모든 것이 그 책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리라. 나는 그저 다시 떠올렸을 뿐이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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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11호 76 페이지.
신간 큐레이션 <그런 책은 없는데요>


책을 사랑한 나머지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에 빠져버린 사람.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내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통해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 드러내 놓고 책과 사랑에 빠지는 10가지 단계에 관한 글을 쓴 사람. 혼자 읽는 것보다 같이 읽고 나누는 게 더 재밌다고 독서모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 책을 사랑하다 못해 책과 연결된 모든 문화를 사랑하기에 이른 사람들의 글이 한 권의 잡지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게 바로 무언가에 깊이 빠진 사람의 열정과 매력이었지.'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죽어있던 나의 책력을 되살려볼까 한다. 발행인 칼럼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현실은 멀리서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현실 속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위태롭다." 곱씹어 볼수록 맞는 말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내게 무언가를 사랑하는 느낌을 되새겨 준 독서경영에 감사드린다. 먼 훗날 내가 책방 늙은이가 되었을 때 책방 어느 한 켠에 독서경영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독서경영 글.jpg
 

[백광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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