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작품과 헤어질 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8.31 23: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주 일요일에 제일 좋아하는 공연 <프랑켄슈타인>이 폐막했다. 6월 말에 개막했던 그것은 무더웠던 한여름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작품과 강제이별을 당해 지금도 마음이 허하다. 두 달 전에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고 공연을 보고 나오면 암울한 내용에 진이 빠져 집에 왔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프랑켄슈타인>이 외로움과 맞서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필자 자신만의 힐링극임을 깨달은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전 배역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3연 그 자체를 떠나보냄이 슬펐다.

 
크기변환_2bobbo-sintes-500650-unsplash.jpg
한여름의 힐링이 끝이 났다.
@Bobbo Sintes, Unsplash



힐링이 되는 인생작


누구나 살면서 ‘인생작(품)’을 만난다. 작품에 심하게 몰입을 하면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계속 생각나고 영상(드라마, 영화 등)의 경우에는 작품 속 소품 등 TMI까지 알아본다. 필자도 지금까지 살면서 소위 ‘앓았던’ 작품들이 있다. 그중 몇 개는 힘들었던 순간에 나타나 마음속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했다. 다중인격을 다룬 <킬미힐미>에서 주인공이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당시 큰 어려움이 있었던 필자에게 그 드라마는 나름대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지름길이 되었다. 마지막 화가 방영되었을 때쯤 필자의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었다. 주인공의 여섯 인격이 사라지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작품 속 주인공처럼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격려했다. 드라마의 결말은 만족스러웠다. 마침내 마음이 폭풍우 치는 시기에 함께 했던 드라마와 웃으면서 작별했다.

 
크기변환_2217B6D4054CECEF821.jpg
드라마 <킬미힐미> 포스터



순간의 기억을 위하여


공연에 빠져든 이후, 인생작을 대하는 방법이 조금 달라졌다. 영상과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장의 유무이다. 영상은 재생이 끝나도 다시 반복해서 보면 그만이지만, 공연은 그 순간의 장면을 머리로 기억해야 한다. 또 재연은 돌아올지라도 이전 시즌 배우들이 모두 돌아온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배우를 보지 못하고 공연을 지나쳤을 때,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한 번을 볼 때 최대한 집중해서 관람하고 캐스트를 골고루 보려고 노력한다. 물리적으로 남는 것은 티켓과 후기 기록 그리고 기억밖에 없지만, 그것들을 앨범과 같이 다시 펼쳐보면 그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다. 
 
이번 여름을 공연과 함께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인생작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올라오는 공연을 관람했을 때 그 여름의 아련함이 떠오를 수 있길 바란다.


표지 출처-Spencer Pugh, Unsplash 




에디터 명함.jpg
 
 
[한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