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9.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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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세대


샵(#) 혹은 해시태그란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이다. 주로 게시물을 올릴 때 그 게시물과 관련된 것들이나 하고 싶은 말을 글 말미에 덧붙이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관람 후기를 올리고 싶다고 하자. 그럼 공연장이나 표 사진과 함께 ‘#지킬앤하이드, #샤롯데씨어터, #조승우, #너무멋있음, #또보고, #싶다’를 덧붙이는 식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일 듯하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해시태그를 왜 사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냥 게시물에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게 되고, 게시물도 올리기 시작하며 해시태그에 대해 차츰 알게 되었다.

일단 해스태그는 꽤나 매력적이다. 주로 글의 핵심 내용을 해시태그에 쓰기 때문에 핵심을 한 눈에 볼 수도 있고 최근에는 개그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의 ‘오지라퍼’라는 코너에서 해시태그를 개그 소재로 삼기도 했다. ‘오지라퍼’에서 개그맨 이상준은 매주 관객들의 SNS 해시태그를 통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긴 관객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해시태그를 우스꽝스럽게 읽으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그 방송을 본 후부터 해시태그를 발견하면 이상준님 특유의 ‘샵’ 발음이 자꾸 생각나 나도 모르게 그의 발음을 따라하게 된다.



게시물을 콘텐츠로


해시태그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게시물을 콘텐츠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해시태그 검색 기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해시태그를 검색할 수도 있고 팔로우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지킬앤하이드), 검색을 하면 그 해시태그를 덧붙인 사람들의 게시물이 한꺼번에 쭉 뜬다. 정보가 한 군데로 모아지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전의 정보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돼 SNS상에서는 콘텐츠의 휘발성이 강하다고 한다. 해시태그 검색&팔로우 기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다양한 게시물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이용자들로 하여금 마음껏 그 콘텐츠를 누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SNS에선 자신의 일상을 많은 사람들과 쉽게 공유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무궁무진한 분야의 해시태그가 있지만 이러한 SNS의 특성을 살려 일상과 관련된 인기 카테고리들의 매력 포인트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공스타그램 - 현재 전체 공개 게시물 1,620,73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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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woofficial_


공부도 콘텐츠다.

공스타그램은 주로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또는 고시생이 자신의 공부일지(기상시간, 플래너, 독서실 책상 사진 등)를 올리며 공부에 대한 얘기를 하는 피드를 뜻한다. 공스타그램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는 물론이고 준비하는 시험도 가지각색이다. 수능부터 외국어 자격증, 회계사시험, 임용고시, 각종 공무원 시험 등등 이 사람이 무슨 과목을 공부하고 있나 보는 것도 공스타그램의 매력 중 하나다.

공스타그램은 작성자와 팔로워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먼저 작성자에게는 매일 기상 인증 및 계획 실행 여부를 올리는 것을 팔로워들과의 약속으로 여겨 이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응원 댓글이 달리고 팔로워가 늘어가는 것을 힘든 수험기간의 낙으로 여길 수도 있고 꾸준히 피드를 올림으로써 성취감을 얻을 수도 있다.

팔로워들은 공스타그램을 보며 (물론 그렇게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공부자극을 느껴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고, 같은 수험생으로써 공감이 되는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을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스타그램을 비롯해 자신이 몇 시간 동안 공부한 영상을 빨리 감기하여 몇 분으로 줄이는 타임랩스 영상이나 같이 공부하는 컨셉으로 찍은 공부 영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공부도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이 확실하다.

수많은 공스타그램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정갈한 글씨와 예쁜 학용품이다. 인기 있는 공스타그램의 글씨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서 샀어요?’ 는 굉장히 많이 달리는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질문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자신이 쓰는 필기구들을 모아 따로 포스팅한 사람도 있다. 공스타그램은 작성자 본인에게도, 팔로워에게도, 어쩌면 학용품 판매자에게도 모두 선한 영향을 끼친다.


 
#홈카페 - 현재 전체 공개 게시물 775,911개


‘홈 카페’는 집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커피를 내리고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드는 것으로 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던 맛과 분위기를 집에서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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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__


신메뉴를 열심히 개발하긴 하지만 그래도 거기서 거기인 일반 카페들과 다르게 개인의 개성이 담긴 예술적인 음료를 만들어내는 걸 보는 즐거움이 크다. 음료 제조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예쁜 카페에서 비싼 값 치르고 마셔야 할 것 같은 음료들을 집에서 만들어먹는다는 것이 대단해 보여 ‘나도 집에서 저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홈 카페 피드를 올리는 사람들 중에 그들이 사용한 컵이나 접시를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또 팔로워들의 성원에 힘입어 실제로 카페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


@keykney 65.4k

소개글에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라고 적으신 keykney, 키크니 분. 현재 약 350개인 #일러스트 게시물 중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분야가 뭔지는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위트 있게 일러스트로 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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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daeun 111k

소개글: 치열하게 살고 먹고 놀고 분노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일상을 어찌됐든 뽀작하게 기록하는 재미에 삽니다

일상 일러스트라는 점에서 ‘#일러스트’와 ‘#일상’ 사이에 두었다.

일기 쓰듯 자신의 일상을 자신만의 그림체로 표현해주는 작가.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자신의 하루를 정성스럽게 그리고 적은 피드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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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daeun



#일상


@ah.hyeon 137k

차분한 분위기, ‘하루 하루 교토’의 저자인 만큼 뭔가 일본의 분위기가 난다. 하얀색, 베이지색, 오후의 나른한 햇살 같은 분위기. 데일리룩, 음식, 여행, 풍경 사진 등 비슷한 분위기의 다양한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나는 항상 타인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고민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나도 많은 일상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팔로우하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힐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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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hyeon



색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시간보내기용을 넘어 생산적인 활동이 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인스타그래머들은 게시물로써 자신만의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인스타그램이 더욱 발전한다면 ‘인스타그래머’가 인기직업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유투브가 유투버라는 직업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인기 인스타그래머들의 피드를 보며 느낀점이 하나 있다. 역시 콘텐츠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많은 게시물을 아우르는 한 가지 색깔, 자신만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기술을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이제 스스로에게 더욱 몰두하는 일만 남았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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