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은하철도999 : 갤럭시 오디세이展

999, 미완성 청춘의 마지막
글 입력 2018.09.0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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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모처럼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보러 간다. 즐겁고 설레는 마음. 이번에 볼 전시는 '은하철도999 GALAXY ODYSSEY'이다.

부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마츠모토 레이지는 만화 은하철도999를 만들어낸 작가이다. 전시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열렸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전자상가에 가볼 일이 여태 없었다. 가까운 곳으로, 되돌아오기 쉬운 곳으로 떠나는 안전한 여행이다. 네이버 지도 어플이 신용산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 뚜벅뚜벅. 눈 앞에 길고 천장이 낮은 터널이 나온다. 여기를 지나야 한다. 하얀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인다.

걷는 길에 바닥을 보니 뭔가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항라머리걷독수리, 왠 새 이름이람? 인텔 시피유 펜티엄 프로 이오륙 케이, 이런 것도 쓰여 있다. 동물(특히 새)과 기계 이름을 이 터널 속 길에 남겨둔 이유가 무엇일까? 마땅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지, 그냥 그렇게 남겨두기로 한다.


[크기변환]터널입구.jpg

[크기변환]터널.jpg

[크기변환]터널 바닥.jpg
 


발견

터널을 지나니 저 멀리 전시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용산전자상가는 이런 느낌이구나, 터널 끝에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기분으로 두리번거렸다. 전시장의 구조도 입구에서 출구까지 한 줄로 이어져, 기차의 복도 같기도 하면서 내가 지나온 터널의 연장선 같은 형태였다.


[크기변환]멀리보이는 간판.jpg

[크기변환]전시장입구.jpg
 
[크기변환][회전]티켓.jpg
티켓을 받았다. 은하철도999 열차의 티켓 같은데?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가는 열차다.
행성 타이탄과 명왕성을 경유한다고 한다.
이런 세심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열차에 본격 탑승하기 전에 우선 마츠모토 레이지에 대해 알려주는 칸에 들어갔다. 작가의 인사 영상을 볼 수 있었다. 80세라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정정한 모습이다. 은하철도999 시리즈를 통해 그는 최고의 스타작가가 되었는데, 그때 그는 40대에 접어든 나이였다. 오랜 시간 만화에,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내는데 공을 들인 사람이었다. 은하철도999의 열차는 한때 실존했던, 구시대의 증기기관차를 참고했다고 한다. 증기기관차는 고유의 느낌과 멋이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아 쉽게 볼 수 없어서 더 그렇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은하철도999의 제목에서 999는 ‘어른을 의미하는 1000이 되기 전’, ‘미완성의 청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젊음과 성장은 어느 시대에서나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지 않을까?



입장

전시는 한 칸씩 들어가 구경하고 나오며 여기 내 발로 걸어오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느낌들을 포착하는 재미가 있었다. 원작의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2차 창작물을 선보이는 칸들이 특히 흥미로웠다. 나는 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이 아니어서 작품 소개에서 원작 에피소드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부분도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그중 ‘화성에 부는 적풍’이란 에피소드가 있다. 맨눈으로 본 밤하늘에서 가장 붉게 빛나던 화성에 이런 이야기를 입히는 풍부한 상상력!


인공 하늘을 만들어 인간도 살 수 있는 곳이 된 화성.

그러나 지구에서 가까운 화성보다는 조금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인간의 허영심과 모래바람이 부는 척박한 환경 탓에 화성의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 기계 몸을 구하기에는 너무 늙고 지쳐버린 사람들과 우주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모인 그곳에는 노인이 운영하는 술집이 있다.

유령도시처럼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곳에 덩그러니 놓인 마지막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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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안에 은하를 띄운 메텔.
철이와 메텔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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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와 메텔의 여행을 담은 듯한
아름답고 푸른 네온 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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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속 그림


작은 기념품도 샀다. 우주를 향해 연기를 흔적처럼 남기며 달리는 열차를 그린 엽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념품 가게에 놓은 작은 모니터에는 은하철도999 만화가 우리말 더빙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그걸 조금 보다가 전시장의 출구로 걸어 나왔다. 이 전시 열차의 길이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아쉬움을 남기고.


[하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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