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빛의 사냥꾼, 모네의 발자국을 따라서 [여행]

글 입력 2018.09.0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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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모네 빛을 그리다’ 전을 관람한 적이 있다. 전시의 테마는 모네의 정원으로, 모네가 즐겨 그렸던 지베르니의 풍경을 주제로 다양한 구성을 연출하였다. 평소 모네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모네가 그린 꽃 작품들을 선호했기에 당시의 전시가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모네의 작품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시작으로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에트르타, 루앙에 이르기까지 모네 그림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전시에서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남아, 모네의 작품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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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찾은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었다. 오랑주리는 오렌지 온실이라는 뜻으로, 이전에는 겨울철 오렌지를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모네는 수련 연작을 이곳에 전시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이는 그의 빛에 대한 사랑과 관련이 깊다. 오랑주리 미술관 내부의 수련 연작이 전시된 공간은 8자 모양으로 된 두 개의 방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천장은 햇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빛의 방향에 따라 그림의 밝기와 느낌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방문한 날에도 햇빛이 들었다가, 구름이 끼는 등 날씨가 자주 변화했는데, 이런 변화에 따라서 달라지는 작품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빛을 사랑했던 화가답게,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가 느꼈던 빛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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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전시의 배경이었던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에 방문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방문했던 지베르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모네의 정원은 다양한 꽃들로 가득했다. 이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공간이었다. 일본식 다리가 그려진 풍경으로 유명한 작품의 배경이 된 일본식 정원은, 나무들이 다소 무성했지만 그림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곳곳의 꽃과 나무들, 연못에 비쳐 흘러가는 구름들, 잘 꾸며진 모네의 집까지. 오래 머물고만 싶은 곳 지베르니였다.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물과 나무, 꽃들을 보며 모네가 그렇게 잡고 싶어하던 순간의 빛들이 어떤 것이었을지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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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를 거쳐 이동한 곳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에트르타였다. 노르망디 지역은 날씨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프랑스 전 지역이 맑을 때도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노르망디에는 햇빛, 구름, 비가 동시에 그려진 날씨 표시가 존재한다. 햇빛이 비치다가도 구름이 끼고, 비가 오다가도 금세 맑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가진 곳이다. 모네는 이곳 에트르타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비가 세차게 오거나 바람이 불 때에도 캔버스를 나무에 묶어 두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다행히 에트르타에 있었던 시간 동안 비는 맞지 않았지만, 절벽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꽤 강하게 불었다.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절벽 위에서 보는 바다와, 엄마 코끼리, 아빠 코끼리, 아기 코끼리로 불리는 절벽의 모습은 눈을 사로잡았다. 이곳이 왜 모네를 포함한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하는 장소였는지 알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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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루앙 대성당 연작으로 유명한 루앙이었다. 학교에서 미학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이 루앙 대성당 연작이었기에 루앙에의 방문도 많은 기대가 되었다.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날씨에서 그려진 루앙 대성당 연작은 그 시간대와 날씨가 주는 느낌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의 루앙 대성당은 아침의 모습, 빛, 공기까지도 기억나게 해 주었고, grey weather, 회색빛의 날에 그려진 루앙 대성당의 작품에서는 흐린 날의 정서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본 루앙 대성당은, 이 건물을 한 눈에 볼 수 있을까, 그리고 한 화폭에 그려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정말 크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모네는 변화하는 루앙 대성당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서 성당 바로 앞 건물에서 성당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빛을 포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그가 쓴 편지에서는 꿈에 루앙 대성당이 모네 자신에게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내용이 나타난다. 자신이 그날 포착하지 못한 빛의 순간은 없는지, 매일같이 반성하면서 말이다. 빛을 사랑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

화가 모네 작품 속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면서, 좋아했던 모네의 작품들을 떠올려보고,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 여행의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모네의 작품을 넘어서, 모네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빛의 사냥꾼으로 불릴 만큼 빛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모네의 마음, 그리고 이에 따라오기도 했던 중압감까지도 견뎌내야 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죽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련 연작을 전시할 오랑주리 미술관을 고르며, 빛을 담아내고자 했던 모네의 노력 덕분에 지금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삼았던 한 인간의 노력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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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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