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간이 기억하는 당신의 세계 [공연]

글 입력 2018.09.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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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시간'이라고 대답할 만큼 나의 인생에서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쌓여온 시간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있고 그 시간들이 존재하기에 지금 나의 생각과 행동이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순간을 동시에 살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로 시간의 개념을 뒤집는 연극이다. 이 전제만으로 극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상황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는 언제나 딱 한 번만 겪을 수 있고 지나간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겪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처럼 시간이 가진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속성은 그것을 어찌 해 볼 수 없을까 하는 욕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듯 하다.


남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나열하고 때로는 상상한 것을 더하고, 또 여러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남자는 현재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해석하고 새롭게 만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가려 한다. 시간의 해체라는 외형적인 형식과 신체행동 연극이라는 극단 동의 작업방식이 만나 관객은 과거로부터 쌓여져 온 결과론적인 현재가 아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현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됨으로써 역설적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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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려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살인하고 교도소에 가게 된 남자. 모든 순간을 동시에 살 수 있게 된다는 전제를 떠올렸을 때 나는 두려운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렇게 살 수 있게 된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뀔까? 시간을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그렇게 한 두번 씩 지나온 인생에 개입해 바꿔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인간은 행복할까?

극에 등장하는 남자의 상황을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나비효과'가 떠오른다. 오래전에 봤어도 아직까지 충격적인 느낌이 생생한 영화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했던 선택을 되돌리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비극을 맞는 내용의 '나비효과'를 보면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뭔가 섬짓하면서도 당연한 교훈을 체감했었다.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 한 쪽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일방향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살아가면서 보내는 시간들은 어쩌면 쌍방향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서로에게 순간순간 영향을 미치며 선택과 기억을 변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어떻게든 지우고 싶은 일, 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후회했던 일을 미래의 나는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후회는 그 일을 잊고싶다는 욕망을 낳기도 하지만 인생 전체의 판을 뒤집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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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도 '시간'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을 많이 볼 수 있는 만큼 장강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번 공연도 흥미로운 교훈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선택, 시간, 인생, 과학적인 개념 등을 신체언어를 중심으로 한 감각적 연출로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면 꼭 이 작품을 관람하도록 하자. 공연 기간동안 원작 소설가와 출연배우, 그리고 연출가와 뇌과학자를 모시고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2회 진행된다고 하니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한층 더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9.04(화) ~ 09.16(일)

시간
평일 7시 반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극단 동

제작
남산예술센터, 극단 동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장강명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4년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2015년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중편소설 『아스타틴』,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등이 있다. 2016년에는 『댓글부대』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극단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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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동은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한 연극을 만들어왔다. 연출과 배우의 역할 구분이나 경계를 없애고 함께 제안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작업을 통해 공동의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 관객을 새롭게 만나기를 원하며 늘 극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 민낯시리즈 3부작 <쉬또젤라찌> <게공선> <베서니, 집> 등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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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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