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FEATURE. 음악 소.나.기 ③ - '열병'

음악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소나기에서는 '짠내나는' 곡들을 추천해드립니다.
글 입력 2018.09.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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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FEATURE.
음악 소.나.기 –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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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쬐던 햇빛에 이번 가을은 정말이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코끝을 에던 겨울의 추위가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다시 봄이 오긴 할까, 싶었다. 약속은 되도록 기피하고 싶었고, 뉴스에서는 이 기록적인 더위를 110년만의 폭염이라며 치켜 세웠다. 매일 치솟는 날씨에 감탄하는 동안, 그래도 여름은 힘을 잃은 낙엽처럼 하루씩 떨어졌고 가을도 눈 앞에 다가왔다. 정말이지 오지 않을 것 같던 날도 분명히 오고, 그러는 동안 시간은 분명히 흘러간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바로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마음은, 좋으면 좋았던 대로 나쁘면 나빴던 대로 긴긴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완전히 소멸하지는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꽤나 오래 전에 나눴던 우리의 대화는, 우리가 써내려간 글자는 절대 촌스럽지 않다는 데 위안을 받는다.

우.사.인에서 다룰 소나기의 마지막 주제는 ‘짠내나는 마음’이다. ‘짠내’라는 말은 다소 해학적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결국 어떤 대상을 향한 열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으면 좋은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지겨우면 지겨운 대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건 몸뿐만이 아닌 나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솔직함이 부러운 곡들이다.





1. 에디킴 – 워워

 


에디킴은 참신하고 세련된 아티스트다. 16년에 발매했던 싱글 ‘팔당댐’만 봐도 그렇다. 맘에 드는 여자를 알고 싶다는 마음을 팔당댐이라는 소재와 연결할 줄이야. ‘너 사용법’이나 ‘이쁘다니까’에서 들었던 것처럼 매일 섬세하고 달달할 것 같지만,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숱한 감정을 뿜어낸다.

에디킴의 가장 최근 앨범인 ‘워워’는 상대방을 향해 느끼는 조바심과 떨림을 담고 있다. 제목은 숨기기 힘든 마음을 애써 ‘워워-‘하고 진정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성을 넘나들며 뿜어내는 달큰한 목소리와 솔직하고 귀여운 가사가 듣는 재미를 한결 더한다. ‘밥 먹자던 말 속에 의미가 있다면, 난 그냥 진짜 맨날 배고플 거야. 어떤 걸 먹던 진짜 잘 먹을 거야’ 큰 이모티콘 그림보다 뒤에 작게 붙어있던 하트가 눈에 들어오고, 안부 차 건넨 말에 없던 의미를 덕지덕지 붙여내고, 고민을 몇 번씩이나 하다가 겨우 마음을 넌지시 꺼내는 사랑 앞의 약자는 사랑스럽다.

 
2. Lounge color – 답장좀주세요

 


‘라운지 컬러’는 작년 7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세 개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을 내고 음악활동을 시작했던 시기로만 본다면 1년 남짓의 기간이지만, 각종 대회에 참여하고 뮤지션리그에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음악에 발을 담근 아티스트이다.

3개의 싱글 앨범 소개글에 보면 공통으로 ‘다채로운 회색 톤’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희뿌연 톤의 음악을 지향하는 뮤지션답게, 그들의 음악 역시 전반적으로 흐린 빛을 띈다. 그리고 그다지 밝지 않은 분위기의 음악에서도 경쾌함을 띠는 오묘함을 느낄 수 있다.

‘답장좀주세요’는 노래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제목에 간결하게 제시된 경우다. 초침을 세며 메일함을 뒤져봐도 답장은 오지 않고, 오지 않는 연락과 별개로 나는 계속 그대를 기다리겠다는 거다. 다른 사람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잠을 피해가면서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려본 경험은 아마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일 터. 거기다 담담한 목소리로 안달나는 상황을 듣고 있자니 친구의 경험담을 듣는 기분이 든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틈틈이 짬만 조금 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내가 원하는 건 답장, 그리고 확실한 마음 뿐인데. 상대방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내가 조금 더 표현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님 그 사람이 정말로 바쁜 건지. 쌓이는 걱정을 뒤로하고 마음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상상된다.

 
3. 와인루프 – 그랬던 너인데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날 울게 만든다’고 했다. 과거형의 제목에서 대비되는 오늘을 떠올리게 만든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차분하게 시작된 음악은, 후반부에 다다라 절절한 고음으로 마무리된다. 노래의 흐름에 따라 피아노 소리 역시 한결 힘이 느껴진다. 한숨을 크게 뱉고 겨우 입을 뗐던 누군가의 노래는, 역시나 그리움을 숨기지 못한다.

거리낄 것 없이 완만한 동그라미부터, 뾰족하게 가시 돋친 트라이 앵글까지 - 와인루프 음악의 모양과 색깔은 다양하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순간, 앞으로 두고두고 그리게 될 젊음의 순간, 그리고 영원히 간직될 이별의 순간까지. 2012년을 시작으로 와인루프는 삶의 세밀한 조각들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4. 나이트오프 –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둥둥 구름 위를 걷는 기분, 계단을 내려올 때처럼 가벼운 발걸음 같은 기타 소리. 거기다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까지. 나이트오프는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과 Mot의 이이언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 조합은 ‘둘이 같이 음악을 해보면 재밌겠다’던 지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고, 결정적으로는 언니네 이발관의 해체가 촉매가 되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오롯한 음악을 해오던 뮤지션들의 만남인 만큼 ‘믿고 들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두 베테랑은 음악을 깎아온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분위기를 뽐내지 않는다. 목소리와 기타 소리에 발맞춰 서로에게 녹아들 뿐이다.

이따금씩 하루가 지독히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익숙함에서 멀어짐으로써 권태를 벗어나고자 한다. 기분전환은 크게 거창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명분을 만들어 집 밖을 벗어나고,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보고, 괜히 멋을 내보고, 쇼핑을 하는 것. 이처럼 아주 작은 변화가 전부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씩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게 있다는 거다. 아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걸어볼까, 커피를 마실까, 동네의 모든 골목을 다녀 볼까. 고민하다가 이 노래 역시 ‘오늘의 날씨는 실패’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노래에서 말하는 ‘오늘의 날씨’가 어땠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우중충한 날씨에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수도 있고, 우중충한 마음에서 시작된 계획을 따르기에는 지독히 맑은 날씨가 실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내일을 기대하면서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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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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