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성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예술]

나흘간의 사랑과 그 여운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18.09.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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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만큼, 첫사랑은 모두의 기억 속에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런 첫사랑의 여운 같은 작품이다. 다가오는 가을처럼 천천히 젖어들고, 완성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나흘간의 사랑과 그 여운에 관한 이야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소개한다.



너와 나, 단 한 번의 순간




아이오와의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 둘을 키우며 조용하고 무료한 삶을 살던 프란체스카와 전 세계를 누비며 방랑자 같은 삶을 살던 사진작가 로버트.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인연은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로즈먼 다리로 가는 길을 물으면서부터 시작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평생 잊지 못할 운명 같은 나흘을 보내게 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요.


로버트는 지금껏 많은 세상을 사진기 너머로 보고 느끼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속해야 할 곳을 찾지 못해 외로워하는 인물이다. 사진기와 세상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살아오던 로버트에게 첫 만남부터 강렬하고 확실한 이끌림을 준 프란체스카는 아주 기나긴 시간을 건너 만나게 된 것만 같은 기적 같은 인연이자, 방랑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따뜻한 집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또 넓은 세상을 꿈꾸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조용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오던 프란체스카가, 자신이 꿈꾸던 넓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로버트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그들은 서로의 연인이자 각자의 삶에 있던 결핍을 채우는 존재이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인연은 운명 같은 사랑이라는 말에만 기대지 않는다. 지금껏 살아온 그들의 삶과 삶 속의 결핍, 잊고 있던 가치, 품었던 꿈과 같은 모든 것들이 그들의 인연에 의미를 부여한다.



완성되지 않아 더 빛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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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나흘이 지나고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한다. 잊었던 꿈과 사랑, 그리고 남겨질 가족들 사이에서 프란체스카는 잠시 괴로워하지만, 결국 로버트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가족들 곁을 지킨다. 그렇게 평생 잊지 못할 그들의 인연은 결국 완성되지 못한 채로 로즈먼 다리에 묻히게 된다.


나는 가족에게 내 삶을 바쳤어.
그리고 내게 남은 나머지를 로버트에게 주었단다.


프란체스카는 엄마로서 가족이 주는 따뜻한 행복과, 로버트와 함께하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그들의 결말은 이미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 첫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가 사랑한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에 관한 책임을 다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완성되지 않음으로써 더 환하게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나흘뿐이지만, 그 나흘이 남긴 것들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여운 같은 이들의 사랑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확실히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 사이의 미묘한 끌림을 무대 위에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그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고 짙은 여운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섬세하고 유려한 작품이다. 여름과 겨울 사이 어딘가, 선선한 가을 냄새가 코끝을 간질일 때쯤이면 항상 생각나는 로버트의 짙은 여운 같은 노래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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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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