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연출의 온전함, 사울 레이터 [도서]

사울 레이터 사진 에세이
글 입력 2018.09.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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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돌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사진은,
그리고 그의 짧은 몇 마디는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중요해지기를 애쓰지만 그만큼 많이 겉돌기도 한다. 목적보다는 그저 보이는 장면이 먼저, 어떤 과장된 해석보다는 매일 모든 순간이 사진이라며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의 신념은 겉돌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그는, 정말 그래 보였다. 의도된 스튜디오 안이나 과장된 목적 혹은 해석 없이 그저 담아내고, 찍은 그의 모든 작품들은 있는 그대로 담아졌기에 더욱 ‘그대로’일 수 있었다. 강요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는다. 수많은 연출과 의미의 홍수 안에서 정말 오랜만에 중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진 에세이집을 만났다. 유명함, 그리고 중요함을 피력하지 않는 게 좋았다.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벗어나는 것 역시 쉽지 않음을 안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A person's back tells me more than the 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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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뒷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고 다른 이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정면을 응시한 다른 어떤 것보다 뒷모습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뒷모습은 확실히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집에서 사울레이터의 이런 말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담아낸 거리의 사람들, 때로 창밖으로 응시해 담아낸 사람들의 모습은 연출되지 않고, 그들은 그저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들은 자신의 색으로, 연출되지 않은 거리의 색과 함께 자신의 일상을 계속 해나간다. 비단 뉴욕 거리를 잘 담아낸 색감이나 감각에 의한 영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영화 <캐롤>의 토드 헤인즈가 그의 영화를 그려낸 영감을 받은 지점이 이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 선명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게 아닌 우연히 포착된 것 같은 거리 속 사람들의 모습은 오히려 영화에 영감을 주기에 더욱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다.

뒷모습에서, 창밖으로 우연히 응시한 누군가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해낼 수 있을 것이므로. 평범하게 담아낸듯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더 다양한 누군가의 일상을 그려볼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하는 그의 사진들이다.
 
 
 
연출되지 않은 온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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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터가 하퍼스 바자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을 당시의 사진들을 제외하고, 뉴욕의 거리를 찍은 그의 사진들은 그저 시각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아무런 목적 없이 담아낸다고 했고, 거리의 사람들 역시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한 채 그들의 움직임을 계속 해나가므로. 사소한 것이라도 연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그의 작품을 완전하게 만들었다. 사진가의 시선과 카메라만이 있었으므로. 어떤 연출도 제안받지 않고, 어떤 해석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그의 시각만이 더욱 뚜렷해졌을 것이다.
 
그의 사진집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걸 좇으려 이것 저것 눈에 담고 또 손에 쥐려 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느낌일 때가 있다. 과연 나만의 시각이 특별해질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시각을 모방하거나 대중적인 흐름을 따라가곤 한다. 이런 나에게 그의 여러 작품들과 그 사이 사이에 있는 단호한 문장들은 나만의 시각을 가져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 어떤 거창한 해석도, 피사체도, 배경 혹은 의미보다 출발점은 내 시각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All about Saul Leiter -


원제 :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 사울 레이터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사진집
사진 에세이

규격
148*210

쪽 수 : 312쪽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5581-149-8 (0366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남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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