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판소리 오셀로

글 입력 2018.09.0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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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와 처용,
두 남자의 마음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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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극이 아닌 음악으로 접근해온 소리꾼 박인혜와 창작 판소리를 기획하다 벽에 부딪혀 연극으로 돌아섰다는 임영욱이 만나 만들어낸 작품, 판소리 오셀로를 만나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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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우리가 얻는 많은 것중에 하나가 거울에 비추어 보는듯 반추하는 시간을 갖게되는 것일텐데요, 어쩌면 언론의 과잉시대에 사는 현대인이 소신을 갖는 힘이 고전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작품 '판소리 오셀로'는 신라시대의 한 이방인 처용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명장 오셀로의 닮은 상황과 다른 결론을 이렇게 펼쳐갔습니다.

당시의 두 이방인은 신분이 상승해 아름다운 아내를 얻었는데, 둘 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상황을 만나지만, 처용은 처용가를 부르는 초탈한 모습을 보인 반면, 오셀로는 질투에 사로잡혀 비극적 결말을 스스로 초래합니다. 감정에 휩쓸리느냐 절제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상식 조차도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인간은 그저 나약한 존재로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원작에 없지만 화자가 오셀로에게 ‘질투라는 짐승에게 결코 먹이를 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인간이 믿음과 의심 사이의 갈등속 어느 지점에서 자신을 관조하는가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판소리의 현대화, 대중화를 굳이 외치지 않아도 이런 창작무대가 갖는 의미는 많을텐데요, 소리꾼 놀애 박인혜씨가 홀로 80분 동안 쉼 없이 쏟아내는 소리와 연주자 4명이 각자 2개 이상을 맡아내는 국악기 소리는 극의 공간적, 시간적 그리고 서사적 정서와 인물의 심리에 따른 주관적 정서들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을 쥐락펴락하며 펼쳐갔습니다.

힘있고도 변화무쌍한 소리로 다역을 소화해내는 박인혜의 일인창의 감동과 가야금, 아쟁, 피리, 양금, 생황 등 전통 악기들의 조합은 무대의 단아함과 함께 한국적인 해학미까지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번 관람후 정동극장의 작년 작품 중 '적벽'과 '련'을 관람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요, 당시 동행인과 느꼈던 공감중에 하나가 '한국고전이 뮤지컬의 형식에 어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려한 전통의상과 안무가 갖는 미적인 배경과 전통 국악기가 관객을 몰입시키는 유전자적 흐름이 느껴졌다 할 수있는데요, 물론 원작이나 연출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무대였지만 서양의 어느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이 다시 떠오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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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창작공연 제작극장인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근현대 예술정신을 계승하며 1995년 개관하였고,  <춘향연가>,<배비장전>등 우리 고전을 무대화 한 전통공연을 선보였으며, <가온>,<전통ing>등 창작공연을 통해 앞선 기획과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작지만 큰 극장을 모토로 끊임없이 변화해 오고 있습니다.

전통의 가치, 창작의 힘을 믿는 정동극장은 예술적이고, 대중적이며 완성도 높은 전통공연 제작을 목표로 다양한 장르의 연중 기반 공연을 만들어가며 한걸음 더 가깝게 관객과 만날 예정이니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주목해봐야 할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희비쌍곡선‘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임영욱과 소리꾼이자 배우인 박인혜가 함께하며, 판소리에 기반해 동시대적인 주제와 감성을 다루는 창작집단이다. 이들의 작업은 많은 경우 전통공연 보다는 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혹은 강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이들이 장르와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으며 ‘더 적절하고 매력적인’ 표현양식을 찾는 데 작업의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판소리’는 이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음악이자 이야기의 방식으로, 이들은 판소리가 열어 보이는 넉넉함 품을 믿으면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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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을 만나게 될 <판소리 오셀로>는 오는 9월 22일까지 공연예정인데요, 정동극장의 옛 정취와 함께 만나보시길 바라면서 개인적으로 임영욱 연출과 박인혜 소리의 만남으로 무대에 오를 차기작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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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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