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그가 바라본 세상

글 입력 2018.09.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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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색깔의 우산을 들고 길을 걷는다. 비가 오면 우중충한 하늘에 비해 불을 켠 간판들로 거리가 더욱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 찍은 사진을 좋아한다. 물이 맺혀 있어 더 촉촉해진 풀과 물웅덩이가 주는 매력은 매번 그곳에 내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길 위에서 사진을 찍던 사울 레이터의 시선은 어디 머물렀을까? 그가 남긴 사진을 보며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보면 어쩐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딱히 없다. 그 말인즉슨, 우산에 가려진 어떤 사람, 건물에 가려져 형체만 보이는 사람, 빠르게 걸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 등 사람이 카메라 화면을 쳐다보는 사진이 많이 없다. 그래서 인물보다 그 인물이 만들어내는 동작, 형체, 움직임에 더 눈이 간다. 그림자에 가려 더 명확해진 얼굴선과 뒷모습에서 그간 내가 봐왔던 사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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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것을 기록하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에 없는 길거리의 풍경이나, 간판, 색깔 등을 볼 좋은 기회다. 내가 사는 곳과 다른 풍경은 항상 사진만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1960년대의 가게와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현대적인 이 도시에서 과거의 때가 타고 아날로그적 사진은 옛 영화를 보는 듯 눈이 즐겁다. 스프레이로 각 잡힌 머리, 큰 모자, 신문 가판대 등 그 당시의 헤어스타일, 패션, 상황들.

사울 레이터는 그가 좋아하는 자신만의 시각을 그저 쭉 찍었을 뿐이다.


나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확신하지 못할 때를 좋아한다.
우리가 왜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모를 때,
갑자기 우리는 보기 시작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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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최대한 프레임 안에 거치적거리는 물건을 빼거나 상황을 통제한다. 깔끔한 배경으로 계산된 물건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찍는다. 그러나 사울 레이터의 프레임 안에는 계산되지 않은 길 위의 역동적인 상황과 사람들을 담아낸다. 오히려 계산되지 않은 사진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이 사진에서 눈에 걸리는 굵은 선 하나가 나에게 또 다른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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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점의 사진은 대개 흑백사진이다. 색을 뺀 사진은 다른 사진보다 나의 상상력을 더해서 바라봐야 했다. 이 색은 무슨 색이고, 이쪽은 이런 색일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내가 생각하는 색을 그 사진에 더해 감상했다. 색을 잘 쓰는 사진작가로 유명한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도 흑백에서 색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책 중간 중간 색이 들어간 사진은 흑백과 대비되어 그 색이 도드라져 보였다. 빨강과 노랑이 주는 뚜렷한 색감에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였다.

창 너머, 길 위에 그가 남겨놓은 시선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나만의 시선으로 꾸준히 세상을 바라보자.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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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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