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땡스 프롬 터틀스 1.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를 만들다 [문화 전반]

휴대용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는 왜 없지?
글 입력 2018.09.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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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브랜드명이에요. 꾸꾸와 도도. 반갑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안녕하세요, 꾸꾸입니다. 저는 얼마전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명은 <꾸꾸와도도>, 상품명은 ‘땡스 프롬 터틀스(Thanks From Turtles)’입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땡스 프롬 터틀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그 사업이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규모 사업은 돈이 얼마나 들까요, 그리고 얼마나 돈이 될까요. 저와 도도는 과연 안암에 건물 세 채를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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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단


오랜만에 콜드컵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항상 텀블러나 콜드컵을 챙겨 다니는 사람은 아닌데, 집에 찬 우엉차가 있어서 들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마침 눈에 띈 것이 콜드컵이었고요. 넘치지 않을 정도로 넣어서 빨대 없이 나왔습니다. 세트로 주는 플라스틱 빨대는 좀 쓰다가 안을 닦을 솔이 없어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나오니 얼음이 무척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우엉차와 물이 분리되는 겁니다. 저어서 섞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무 카페에 들어가서 빨대를 하나 쓰거나, 편의점에서 물을 사면서 빨대를 하나 달라고 하면 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쓰지 않으려고 콜드컵을 가지고 나온 걸요! 적당히 흔들면서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우엉차를 다 마시고 생각했습니다. 텀블러를 가지고 나오든, 콜드컵을 가지고 나오든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를 항상 쓰게 된다는 사실을요. 심지어 머그컵을 사용하는 매장에서도 말입니다. 얼음이 녹아 섞이지 않으면 맛이 밍밍해지니 빨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빨대로 마시는게 입에 묻지 않아 편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모든 플라스틱 제품 중에서도 빨대가 퇴출 1순위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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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연합뉴스 현장 IN


<얼마전, KBS 소비자리포트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을 방영했습니다. 플라스틱 대란 이후 우리나라 재활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룬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재활용처리장에서는 빨대가 가장 난감하다고 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다른 플라스틱에 섞여 오면 골라내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버려진다고 했습니다. 일부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모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요.

그렇게 버려진 빨대는 바다로 갑니다. 햇빛과 바다에 의해 풍화되어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되어 해양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해양생물을 먹게 됩니다.)





빨대의 유해함에 관해 가장 유명한 영상은 거북이의 코에서 빨대를 뽑아주는 영상일겁니다. 이 영상은 2015년 8월 텍사스 A&M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크리스틴 피그너가 촬영 후 유튜브에 올리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상 속 거북이는 코에 무언가 끼어있어 매우 고통스러워 합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인가 했지만 이내 오래된 빨대로 밝혀졌습니다. 고통스럽게 피흘리는 거북이를 달래며 빨대를 빼니 무려 10-12센티미터. 한 뼘 정도의 길이입니다. 그만한 길이가 코에 들어가 있었다니, 오랜 시간동안 뺄 수 없었다니…

이 영상을 접한 뒤부터,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거셈을 알게 된 이후부터 저는 최대한 빨대를 쓰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매장에서 유리잔에 커피를 받고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짜증이 났습니다. 기왕 환경에 도움이 될 거라면 ‘제대로’ 도움이 되고 싶단 말이죠. 결국 플라스틱을 또 쓰게 되다니… 퀘스트를 실패한 느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플라스틱 빨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는’ 것을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편하기 때문입니다. 빨대는 정말 간편해서 사용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습니다. 이동중에 컵을 열고 마시면 흘릴 위험도 높고요. 이런저런 핑계로 저는 텀블러를 들든 아니든 꼭 플라스틱 빨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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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경제 뉴스래빗


다시, 우엉차를 다 마신 1호선 안입니다. 스테인레스 빨대만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통처럼 간단한 케이스가 있으면 빨대를 다 쓰고 케이스안에 보관했다가, 집에 가서 세척하면 되니까요. 부득이한 이유로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더라도 빨대만은, 그렇게 안좋다는 빨대만은 사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라면 빨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니 이미 그런 상품이 꽤 많았습니다. 해외 채식 식당에서는 아예 세트상품을 스스로 구성해갈 수 있도록 파우치와 스테인레스 빨대, 솔이 비치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 상품을 찾아보았는데, 제가 원하는 것보다 빨대가 너무 많았습니다. 딱 제가 원하는 만큼의 양과 원하는 파우치로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런 빨대 슬리브를 만들까, 재봉틀을 빌려볼까 생각하다가 6호선으로 환승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친구(도도)와 카페에 갔습니다. 아이스 홍차라떼를 시켰고 카페에서 잠깐 수저를 빌려 저어 먹었습니다. 도도는 빨대를 달라고 했고, 저는 가져다 주며 1호선에서 한 상상을 풀어놓았습니다. 도도가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우리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돛배에’ 노래를 하듯 짝짜꿍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레스 빨대, 세척솔, 그리고 이것들을 휴대할 수 있는 파우치가 한번에 담긴 저렴한 상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날 밤 우리는 상품명을 여럿 내놓았습니다. 그 중 서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은 이 상품을 구매함으로서 거북이가 당신에게 고마워한다는 뜻을 담은 ‘땡스 프롬 터틀스(Thanks From Turtles)’였습니다. 우리는 주식 상장과 안암 건물 3채의 행복회로를 돌리며 새벽 4시까지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이것이 <꾸꾸와도도>의 ‘땡스 프롬 터틀스’의 발단입니다. 앞으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보여드릴 거에요.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을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어떤 상품을 만들게 될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과연 꾸꾸와 도도는 안암에 건물을 3채씩 올릴 수 있을지 지켜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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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꾸와 도도의 행복회로.jpg


*안암 건물 3채는 제가 자취방을 찾다가 만난 집주인 이야기입니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신축 건물, 구형 오피스텔, 고시원까지 안암에 건물이 3채시더라고요.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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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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