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삼각김밥은 참치 마요, 이유는 묻지 마요, ‘그냥이 어때서’ [도서]

글 입력 2018.09.0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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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면 현대인들의 고충을 주제로 쓴 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간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등등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책들이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연히 ‘그냥이 어때서’라는 책을 발견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배낭멘곰, 윤수훈 작가가 쓴 책이었다.

그는 뮤지컬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수많은 에세이 작가 중에서도 한참 어린 편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런 근심, 걱정,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썼다. ‘때로는 이유가 없는 게 이유가 되기도 하는’ 그런 글, 화장실에서 읽을 만한 그런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져 얼른 읽어봤다.



1. 지극히 사사로운 하지만 나다운 이야기

모든 일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할까?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윤수훈 작가의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있어 남의 그림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작가의 여정에 빠져든 듯하다. 작가의 글은 때론 쉽게 술술 읽히다가도 때론 한참을 바라보아야 하는, 깊은 고민이 담긴 글도 있었다.

그는 20살에 방황했던 시절의 고민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아이였던 그는 그림을 포기하고 재수생이었던 스무 살에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다. 19년을 짜여진 시간표로만 살았는데 카페 알바를 하며 1부터 10까지 스스로 계획을 짜고 선택을 해야 했으니 당연 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또, 뮤지컬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이 길로 먹고 살수는 있을지 수많은 고민을 했기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버틴다’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좋아하는 여행과 요리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자신만의 인생 레시피를 만들어나간다. 자신 있게 “그냥이 어때서!”라고 외치는 그는 지금도 그다운 고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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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그리고 꿈을 향해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까지도 찾지 못해서 대학을 졸업할 때가 다 되어 방황하기 일쑤다. 그럴 때 아무 이유 없이 여행을 가도 괜찮고, 작가처럼 요리를 하며 꼭 레시피에 쓰인 대로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막 해도 괜찮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에 집중을 하다 문득 생각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냥’이라는 대답은 생각 없어 보이는 말이 되었기에 항상 이유를 물어보기 바쁘다.

그러나 ‘그냥’은 어쩌면 가장 나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든 대체 가능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유가 없는 선택을 해도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2.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혼자 먹는 게 어때서,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하는 거야,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당신은 사실 예쁘다, 가짜 비밀의 향연 등 흔히 우리가 공감할 만한 고민들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사사로운 글이지만 꼭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았기에 그의 글을 읽다보면 꼭 내 얘기를 말하는 듯했다. 누구나 다 해봤던 고민을 담담하게 얘기하며 그때의 그 감정을 툭하고 건드린다. 그래서 더 빠르게 읽어나갔다.

작가는 화장실에서 읽을 만한 소소한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았다. 가장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읽으면서 내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가 모든 리스크를 제쳐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냥이 어때서라고 외칠 수 있을까하는 질문들을 말이다. 이십대라서 하는 고민들이 아니었다. 본연의 모습이 어떤지, 내 마음 속 깊숙이 있는 숨겨진 내 모습들은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영화 ‘주먹왕 랄프’에서 악당들이 모임에서 외우는 말이 있다. “난 나쁜놈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착한놈이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난 이런 내가 참 좋다.”

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직도 선택의 갈림길에서 항상 헤매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난 이런 내가 참 좋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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