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라지 못한 소년들의 이야기 [도서]

영화 "파수꾼"과 프리즘오브 9월호
글 입력 2018.09.0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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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에 한 영화만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프리즘오브」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다룬 창간호에서부터 소문으로 익히 들었던 영화 잡지다. 이번 9월호에서 평소 관심이 있었던 독립 영화 <파수꾼>을 다룬다고 해서 영화와 함께 잡지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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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돼...”


프리즘오브 9월호에서 영화 <파수꾼>을 두고 다루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독립영화로서의 파수꾼’과 ‘자라지 못한 소년들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잡지에서는 한국 독립영화 를 개봉일과 관람객수로 정리한 계보로 글을 시작하면서, 2011년 3월 개봉한 <파수꾼> 이후 독립영화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살펴본다. 돌이켜보면 상업영화관에서 한국 예술/독립 영화의 이름을 본 기억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몇 년 새 조금씩 SNS 홍보나 박스오피스에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지슬>이나 <한공주>,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과 같은 제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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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파수꾼’이라는 기사(글 김소희)에서 ‘<파수꾼>에 평자들이 주목했던 이유는 ’독립영화‘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는 구절이 인상 깊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한 플롯과 연출에는 손사래 치면서, 그렇다고 대놓고 흥행을 겨냥한 뻔한 상업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관중인 나로서는 항상 영화를 평가할 때 작품성과 대중성을 놓고 저울질해보곤 한다.

실제로 <파수꾼>은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다.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불안정한 내면의 심리를 치밀하게 파고 들면서도, 어느 편에도 함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지양하여 관객이 쉽사리 영화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독립 영화가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한국 영화계에서 <파수꾼>이라는 영화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이후의 독립영화계에 어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것(모델이 생긴다는 것이 독립영화계에서 꼭 옳은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은 이 기사에서처럼 이 영화가 가진 균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네가 최고다.”

 
영화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파수꾼>은 기태, 동윤, 희준이라는 세 고등학생 소년들의 우정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기태의 자살은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소년들은 불안의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는지를 면밀히 다룬다. 프리즘 오브에서도 이 세 인물을 각각 중점적으로 다루며, 우리가 누구의 편도 쉽게 들지 못하는 이유를, 그리고 우리 모두 세 인물이 가진 약점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는 인간임을 살펴본다. 영화의 군데군데에 삽입된 칙칙하고 음울한 아파트 풍경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소년이 고난을 딛고 어른이 되는 희망찬 성장 서사는 아니다. 오히려 세 소년 중 누구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겠다. 기태는 죽었고, 동윤은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했고, 희준은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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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영화가 비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플롯 내에서 소년들은 멈춰있지만, 관객들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기태의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가는 아버지와의 대화와 회상을 통해 동윤과 희준은 결국 ‘이해’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태가 도저히 용납 불가능할 정도로 발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게 모진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객 역시 기태, 동윤, 희준이 보여주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그리고 관객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받게 된다. 프리즘오브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청소년 대담’ 기사를 인용하며 맺는다.
   

사정현: …그래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위로가 돼요. ‘저 사람은 저럴 수 있겠구나’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고요.

정혜원: 제가 그 ‘이해한 사람’이거든요(웃음). 저는 기태 같은 친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는데, <파수꾼>을 보고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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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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