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글 입력 2018.09.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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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싱글 라이프를 정리하고 예비신부 신분이 되면서 짐정리 할 일이 많았다. 쌓아놓은 짐들을 정리하면서 마음의 짐을 하나둘 정리한다는 기분일까? 그 와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들고 온 물건은 바로 ‘화분’이다.

에코백에 정성스레 가져온 화분 하나, 첫 직장 생활 기념으로 사올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잎을 내고 제자리를 지키던 ‘산호수’. 작지만 앙증맞은 산호수 화분만은 내 신혼집에 들고 들어왔다. ‘강원도 출생이라 숲과 나무를 좋아해요’라는 농담은 지나치지 않다. 제 아무리 도심에 살아도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걷는 건 연어가 강으로 회귀하듯,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에 관심이 많고 남들보다 이름을 좀 많이 아는 편이다. 지나다가 아는 나무를 마주치면 옛친구 만나듯 반갑고, 또 자주 드나드는 카페 앞에 씨를 뿌린 오동나무도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작지만 큰 행복, 소확행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 있음을 나무에서 느낄 수 있다.

하나 더, ‘나무’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내 사람에게 처음 준 선물은 다름아닌 다육식물이다. 나무와는 살짝 멀다고 느낄 법도 하지만, 사실사철 초록빛은 내뿜는 이 다육식물은 각자의 이름을 새긴 머그컵에 선물로 담아 첫 커플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지금은 둘이 함께 한 화분에서 자라나고 있으니 우리의 사랑도 다육이도 함께 쑥쑥모드인가보다.

산호수와 다육식물, 두 친구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의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나무와 함께 새롭게 사랑을 싹틔우고 싶다. 우리가 함께 물을 주고 사랑으로 보담은 나무를 조곤조곤 말해주고 함께 귀기울이는 날이 그리 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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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나무, 빵나무, 목졸라나무, 다이너마이트나무, 거꾸로나무, 금화나무

이름 자체에서 호기심이 일어나는 이 나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들일까?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정답은 ‘예스’다. 조앤 K. 롤링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올법한 이 판타지스러운 나무들은 실제 지구에 살고 있는 나무다. 이 나무들의 별명을 지어준 이는 바로 작가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지구 상 가장 신비하면서도 수상한 열여섯 나무들의 편지를 모은 과학 그림책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는 산책을 하다 만난 지은이의 위트 넘치는 교양과 지식들이 똘똘 뭉친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14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정원에서 읽기 좋은 책’ 상을 받았을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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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새 한 마리가 목졸라나무의 싱싱하고 새빨간 열매를 먹었어요. 그리고 다른 나무로 날아가서 똥을 쌌어요. 이렇게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 위에서 나는 싹이 텄지요. 허공에서 뿌리가 자랐고 덩굴이 뻗어 내려가서 땅에 닿았어요. -14쪽 〈목졸라나무〉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나뭇가지들은 잎이 거의 달려 있지 않아서 마치 뿌리처럼 보여요. 초록섬의 전설에 따르면 내가 너무 거드름을 피워서 신이 나를 거꾸로 심었다고 해요. -18쪽 〈거꾸로나무〉

나를 지켜주는 것은 가시뿐만이 아니에요. 눈이 커다란 주홍색 아카시아개미 군단이 나와 함께 살아요. 여왕개미는 침으로 내 가시의 부드러운 속을 파내고 만든 보금자리에서 알을 낳아요.일개미들은 내 몸 위에서 보초를 서면서 나를 괴롭히는 동물들을 밤낮으로 물리쳐 주어요. 다른 종류의 개미들도 몰아내지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아카시아개미들에게 집이 되어 주고 내 꽃꿀을 먹이로 준답니다. -20쪽 〈소뿔나무〉

나무에 소시지가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배가 고플 때 냉장고를 뒤지지 않아도 되겠지요. 마당으로 나가서 주렁주렁 달린 소시지를 떼어 먹으면 되니까요. -22쪽 〈소시지나무〉

나는 3,000살까지 살지만 100살 무렵부터 키가 더는 자라지 않아요. 그 대신에 몸통 아랫부분이 자꾸만 굵어지지요. 죽은 뒤에도 내 몸은 여간해서 썩지 않아요. 수백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껍질이 갑옷처럼 나를 단단히 감싸기 때문이에요. 적갈색 껍질은 최대 30센티미터까지 굵어지고, 끈적한 수액이 없어요. 바로 이 껍질이 해로운 곤충, 곰팡이, 산불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지요. -32쪽 〈거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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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은 나무들은 어떤 말을 건넬까? 그저 내 곁에서 스치기만 했던 이름 모를 나무들에게 숨을 불어주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어지는 가을날이다. 노오랗게 빨갛게 단풍이 들어 낙엽되어 이별하기 전, 이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고자 한다. 나무가 속삭이는 이야기, 조금은 사라진 동심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말이다. 그리고 늘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준 산호수에게도, 커플 다육이에게도 책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주고 싶다. 둘만의 예쁜 별명도 지어주면서.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 Bizarbres mais vrais -


원제 : Bizarbres mais vrais

글 :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그림 : 세실 감비니
역자 : 권예리

펴낸곳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 그림책

규격
양장본 / 232×310×10mm

쪽 수 : 36쪽

발행일
2018년 8월 3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61389-1-2(77480)




문의
바다는기다란섬
010-4299-7324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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