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돼', 프리즘오브 9호 "파수꾼" [도서]

프리즘오브 9호 "파수꾼" 이야기
글 입력 2018.09.06 21: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 매거진 프리즘오브 9호는 독립영화 <파수꾼>에 대해 다룬다. 각 호수마다 영화 한편씩을 다루는 이 매거진은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펼쳐둔다.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고 느낀 점을 적는다는 것에 있어서 ‘나’라는 주체를 빼놓고 말하기는 힘들다. 나의 시선에 갇혀 버린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 매거진은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선물해줄지 모른다.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재조명하고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때론 미처 몰랐던 것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프리즘오브 9 파수꾼을 읽으면서 나는 영화의 후속편을 보는 듯 빠져들게 되었다.


377bcabfd3e8b28c8fa0e24720090366_XN2HRG3dVV1MMczCxdtiRIp6AKJsfLrf.jpg
 

<파수꾼>이란 영화를 관람하고는 여운이 굉장히 길었다. 시간 때우기 식으로 가볍게 볼 영화도 아니었다. 영화를 다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웠음에도 어두운 천장에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내가 이렇게 그들을 생각하고 있는 이유를 찾으려 해도 쉬이 찾아지지 않았다.

영화 줄거리를 잠깐 이야기하자면 한 소년이 죽었고 뒤늦게 그 죽음을 좇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사실 영화 내내 아버지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알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고 친했었던 친구들을 찾아가 묻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수록 아버지에겐 의문만 더해질 뿐 어떠한 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는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태의 죽음에 ‘아버지’라는 인물을 배제하고 생각했다. 그저 ‘친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PRISM: 파수꾼은 어떤 영화인가- 아들이 죽었다는 짧은 글안에는 아버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적혀있다.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영화 속 아버지처럼 아버지라는 존재, 불완전했던 기태의 가족 등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집’ 밖에서 원인일 찾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기태는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는 것을 꺼려 했으며 친구들에게 기족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언젠가 친구들끼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대화에 끼지 못하는 기태를 보며 비웃는 듯한 눈빛을 주고받는 그들을 보며 기태는 상처를 입는다. 이후 희준에게 고백하듯이, 화내듯이 말한 가정사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가정사는 기태에겐 콤플렉스로 자리 잡았고 그것을 아버지는 알지 못했다.


'넌 집에 가면 엄마가 밥해주고, 공부하라고 얘기해주지. 난 집에 가면 내가 밥 해먹어. 가끔 아버지 얼굴 보면 인사하고. 아침에 눈 떠보면 학교 지각이라서 막 왜 안 깨웠냐고 화내거든? 근데 안 계시잖아. 엄마가. 아무도 없어. 그 정도야,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우리집 관련된 얘기야’


절실했던 친구 사이가 단 한 번에 틀어져 버린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변의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에서 권력 위에 있던 기태는 친구들을 부하를 부리 듯하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게 자신의 말을 거절하게 된 희준에게 욕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른다. 그런 기태의 모습이 참 아이처럼 느껴졌다. 결국 희준은 학교를 떠난다.


'저 새끼들도 마찬가지야. 너 친구로 생각해서 네 옆에 있는 거 아니야. 네 친구 아무도 없어. 나도 너 친구로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고. 알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친구 사이의 권력관계는 어렸을 때 분명히 존재했었다. 어떻게든 무리를 지려고 하고 그 안에서 서열을 세우는 일들이 말이다. 힘이 센 친구와 학교를 다니면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희준과 기태 친구들은 어릴 적 나와 같았다. 또 기태이기도 했고, 동윤이기도 했고 희준이기도 했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뭐가 그리 복잡한지, 학창시절을 다 지내온 나로서 그 아이들을 볼 땐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은 교실 안에 하루 온종일 살을 부딪히며 지냈을 세 친구를 생각하니,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은 기태를 생각하니 친구관계라는 것이 그 시절 얼마나  큰 삶의 일부였는지 깨달았다.


크기변환_20180906_212911.jpg
 
크기변환_20180906_212849.jpg
 

매거진 후반에서는 <파수꾼>을 감명 깊게 본 청소년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파수꾼의 주인공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특히 파수꾼에 등장하는 친구 관계에 대해 인터뷰를 한 내용이 공감이 많이 됐다. 서열이라는 요소에 깊이 공감하는 점이나 학교 내 세력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등이 말이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파수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크기변환_20180906_212924.jpg
 

매거진은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도 다룬다. 영화에 쓰인 오프닝 장면과 핸드헬드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영화는 초점이 맞지 않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형제가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오는 장면이었다. 눈앞에 뭐라도 들어간 것처럼 답답하긴 했으나 이 역시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니 놀라웠다. 핸드헬드 기술도 그렇다. 이 기술을 학교 교양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데 매거진에서 보니 반가웠다. 이 기법은 10대 특유의 에너지를 드러내기도 하고 기태 자살 직전의 모습을 담으며 불안한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 청소년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태, 희준, 동윤이 보여주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과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들을 지키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는 학창시절, 누군가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 세 친구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들도 그렇다.




신예진.jpg
 

[신예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