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리의 소음이 들리는 사진집, 사울레이터의 시선을 엿보다. 책'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글 입력 2018.09.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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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거리의 소음이 들리는 사진집,
사울레이터의 시선을 엿보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그의 사진을 보다보면 거리의 소음이 가득해진다."


*


작년 교양수업을 사진수업을 들은 이후로
사진에 관심이 있었고,
종종 사진을 찍으러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영감이 가득 차는 것 같아
조금은 지쳐 있던 일상에서 신선한 자극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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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선은 가장 가까울수록 잘 볼 수 있다.

원근법에 따라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보이며, 가까있는 것보다 덜 선명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잘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위를 잘 보고 있을까? 사울 레이터의 사진집을 보다보면 그의 시선은 오로지 그의 일상 속 그저 배경으로 보이던 것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범한 것들, 매일 스쳐가는 유리창, 매일 똑같은 시간에 마주했던 사람들, 건물들, 그의 사진들은 어디로 멀리 훌쩍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며 사진들을 하나 하나 만날 때마다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들렸고, 지각한 사람들이 달리는 소리, 가판에서 무언가를 파는 사람들의 외침, 자전거에 달린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런 일상의 소음들이 꽤나 낭만적이었다. 항상 걸어다닐 때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편이라 일상의 소음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특히, 최근 일을 시작하면서 피곤해진 탓인지 더욱 그런 소음들을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책을 읽은 다음날, 이어폰을 빼고 거리를 걸어봤다. 스스로 차단했던 시선들이 더욱 넓어진 기분이었다. 나보다 멀리 있는 건물들이 아니라 내 무릎 위치에 있던 낮은 화단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은 거리 안에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사소한 것들을 캐치해냈다.

흐려진 유리창 너머에 있는 행인의 뒷모습, 작은 틈새에 있는 스쳐가는 사람들, 확 서로를 안던 연인들,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의 기록이었다. 스튜디오보다 거리를 좋아했던 작가 사울 레이터의 소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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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찍는다. 친숙한 장소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늘 세상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함께 일한 편집자들은 스튜디오 촬영을 좋아했다. 편집자들이 왜 스튜디오를 편하게 여겼을까. 거기서 점심 약속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가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거리에서 작업하는 게 좋았다."

"나는 유명한 사람의 사진보다 빗방울로 덮인 유리창이 더 흥미롭다."




#드러나지 않아서 행복했던 그

그의 작품들은 곧바로 빛을 보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작품에 꽂혔다. 사람들은 그를 색의 선구자라고 불렀고, 그는 그저 오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게 한 그 신념이 그를 선두자로 만든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를 되게 작은 거라고 표현하지만 누구도 봐주지 않는 어떠한 것을 홀로 오랜 시간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반면, 그가 드러나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그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 커다란 특권이었다고 말한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어느 누구의 시선을 충족시키려는 사진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시선을 충족시키려는 사진을 찍었을테니 말이다.

그가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간의 축적이며, 그의 힘이다.

어떠한 것에 시선을 두는지 혼란스러울 때, 왜 그것을 보고 있는지 그 답을 확실하게 낼 수 없을 때, 그는 그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에는 형체의 경계가 무너진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한다. 더불어 선명함과 흐릿함이 혼재한다. 선명함은 그의 시선이 닿는 곳, 흐릿한 곳은 스쳐간 그의 시선 자국, 그의 그런 작품을 보다보면 시선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드러운 그의 초대에 나는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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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 대부분을 드러나지 않은 채 지냈다. 그래서 나는 늘 아주 만족했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커다란 특권이다."

"나는 색의 선구자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내가 선구자인지 몰랐지만, 선구자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저 쭉 계속하기만 하면 선구자가 된다."


'사울레이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의 90퍼센트가 그의 사진이라니 멋있지 않나. 

온전히 그의 삶 속에서, 그가 만들어 낸 것들은 그 자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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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예술에 대해 신선한 자극이 되어준 책
<사울레이터의 모든 것>은
어서 출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제 시선에 좀더 과감하게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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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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