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30이 빠진 '살롱문화' [문화전반]

글 입력 2018.09.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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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요즘.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 일명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관계를 맺고, 관심사와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온라인 만남에 대한 반작용일까, 한편에서는 오히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지성인과 예술가가 한데 모여 토론을 펼치고 지식을 나누던 사교 집회를 뜻하는 '살롱문화'가 2018년 한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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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방'을 뜻하는 살롱은 18-19세기 지성인들의 사교장소로, 당시 살롱을 출입하던 이들은 남녀노소, 신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화하고 토론했다. 그들은 출신이나 소속, 심지어는 이름이나 나이보다도 각자의 생각이나 취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살롱 문화를 표방하는 현재의 커뮤니티들도 이러한 살롱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온다. 가입 절차를 통한 멤버십 형태로 모임을 운영하지만, 과도한 소속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회장이 회원들의 신상을 모두 파악하고, 모임을 주도하는 구도도 아니다. 멤버 스스로가 주도하고 운영할 수 있다.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멤버 투표를 통해 정해진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토론 장소인 '아지트'에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다. 유료 독서모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누가 돈 주고 책을 읽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 트레바리가 180개 클럽과 멤버 수 3000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독서모임이 된 데에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것. 트레바리의 인기요소 중 하나는 '북클럽의 다양한 주제' 있다. 트레바리는 문학, 영화, 글쓰기처럼 친숙한 주제도 다루지만 천문학, 무용, 디지털 트렌드와 같은 평소에 접하기 힘들고, 혼자서는 읽기 힘든 주제의 책들을 같이 읽고, 토론한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인 '클럽장'이 토론의 진행을 돕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자연스러운 지적 성장과 함께 의미 있는 우정까지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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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가 각자 취향을 공유하는 멤버십 서비스 '취향관'은 합정에 위치한 2층 양옥을 리모델링해 살롱으로 탈바꿈 시켰다. 1층 공간에는 호텔을 연상케 하는 컨시지어와 바테이블이 차지하고 있고, 2층에 있는 원테이블룸에서는 멤버들이 커피, 영화, 철학, 와인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공유하고 대화하는 '살롱'이 열린다. 취향관에서는 하루에 적어도 1~2개의 살롱이 열리며, 취향관에서 기획한 살롱 외에 멤버들 간에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살롱도 존재한다. 고지현 대표는 취향관에 대해 '취향관은 공간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라고 말하며, "늘 문이 열려있어 필요할 때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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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프랑스의 살롱처럼 인문학자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살롱도 있다. 바로 인문학 연구자와 음악, 미술분야의 예술가와 기획자가 함께 만든 '문래당'이다. 문래당은 인문과 예술, 공학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비평적으로 토론하는 ‘샘이 나는 세미나’, 지역사회와 연계한 청소년, 시민 인문학 강좌인 ‘학당 물레’, 무협소설을 통해 동아시아의 고전과 역사, 사상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팟캐스트 ‘무협토크 주화입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공개 세미나와 소모임을 열어 각자의 지식과 생각을 외부와도 공유하며, ‘친목’보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의 대부분은 유료다. 사람들은 왜 가까운 지인끼리 만나서 이야기 할수도 있는 걸 굳이 돈 주고 낯선 사람들이 모여있는 불편한 자리에 가려고 할까? 이에 대해 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이나 주제가 있는데 그걸 또 친한 친구들이랑 말하기 뭐한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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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어쩌면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거리낌 없이 속에 있는 생각이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살롱에서는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눈 멤버들끼리도 서로의 나이나 직업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 대한 프레임 없이 공통의 주제 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플랫폼이 옮겨오면서 젊은 층에겐 간결하고 짧은 표현이 쿨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는데, 여기서 인스타그램에 진지한 생각을 적은 장문의 글을 올렸다간 아마 "진지충", "오그라든다"며 눈총을 받기 일쑤일 것이다.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도 못하다가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서 하루 종일 그것에 대해서만 구구절절 얘기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젊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커뮤니티인 '살롱문화'에 계속해서 끌리는 이유는 비단 온라인 사회의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부담 없이 얘기하고, 전문적이지 않아도 되지만 그 안에서 나름 전문성을 갖추게 되고, 또 그안에서 소중한 인연까지 이어나갈 수 있으니 이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순 없다. 살롱의 의미가 '친목다지기'로 변질되지만 않는다면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대표적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을 것이다.





사진출처

영화 <아마데우스>
취향관 인스타그램
문래당 공식블로그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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