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보는 현재와 미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SF영화 '업그레이드' 리뷰
글 입력 2018.09.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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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에 있어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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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투르스오얼데어'와 같이 공포, 스릴러로 이름을 알린 볼륨 하우스 제작진이 첫 액션이라는 장르에 도전한 영화 '업그레이드'. 평소에도 영화관에서 알바를 하기 때문에 영화를 평소에 자주 보는 편이었고 좋아하기도 했었다. 9월 6일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가 관람 평이 좋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포스터가 흥미로웠는데, 주인공의 얼굴을 확대하고 주요 장면의 인물들이나 소스들을 재배열한 일반적인 포스터와는 달리 다윈의 진화론 일러스트를 표방한, 블랙과 레드 단 2개의 색상으로 구성된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제목 업그레이드, 즉 진화, 나아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대중적인 그림을 그대로 넣고 인간 옆에 진화된 어떠한 것(영화를 보면 이 모습은 '스템' 즉, 최첨단 인공두뇌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이 놓여 있다.

예고편을 보았지만 큰 기대를 하지않았다. 그전에 볼륨 하우스 제작진이 만든 '트루스오얼데어'라는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적잖이 실망을 했었기에 이 영화 또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템'이라는 AI인공 칩을 사람 신체 안에 생물역학적으로 직접 접속하여 사람의 모든 활동들을 업그레이드, 즉 진화를 시키며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의 주를 이룬다.



영화 '업그레이드'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전신마비가 된 그레이.

인간의 모든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최첨단 두뇌 ‘스템’을 장착하고
이제, 아내를 죽인 자들을 직접 처단하기 위한
그의 통제 불능 액션이 시작 되는데…


사람 몸속에 인공지능을 주입하여 사람을 더욱 과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액션으로 승화시킨다라,, AI 시장이 확대되고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에 흥미로운 소재였지만 이미 전에 나왔던 다른 영화들도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뻔하고 단순한 액션과 미래의 자동화, 인공지능을 다루는 스토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영화 인트로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자동차 엔지니어인 주인공 '그레이'와 군인이 다쳤을 때 군인의 팔과 다리를 제작하고 그에 따른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 코볼트에 다니고 있는 회사원 그의 아내 '아샤'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미래의 자동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그 편리를 잘 활용하고 있는 아내와는 달리 주인공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아날로그를 고집하며 지금의 자동차처럼 수동으로 우리가 조종을 해야 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기계화에 따른 실업자 등 사회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평범한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그의 단골 고객인 코볼트의 경쟁 업체 CEO인 에론 킨의 집을 방문하고 나서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여느 때처럼 아내와 함께 에론 킨의 자동차를 수리해주고 에론 킨의 집에 방문을 한다. 여기서 에론 킨은 아내와 그레이에게 최첨단 인공지능시스템 '스템'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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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론 킨이 '스템'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의 집을 떠나 아내의 자동화시스템 차로 본인의 집으로 가던 중 자동차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오류가 나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되고 사고가 나며 의문의 괴한들에게서 아내는 주인공 그레이의 눈앞에서 죽음을 당하고 그레이도 공격을 당해 사지마비 환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다.

사지마비 환자이지만 그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고 말로 명령을 하면 다 알아서 해주는 로봇들이 있어 큰 생활에 지장이 없는 그레이는 마음 한편에 채우지 못할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렇게 아내를 떠난 슬픔을 못 이겨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시도를 하여 병원 신세를 다시 지게 된 그레이에게 에론 킨이 찾아와 최첨단 두뇌 '스템'을 언급하며 다시 걷게 해주겠노라고 제안한다.

대신 사회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알려지지 않고,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받을 때까지 비밀로 하는 것에 조건을 둔다. 고민 끝에 그레이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의 집에서 비밀리에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걷게 된 그는 아내를 죽인 범인을 스스로 찾아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트랜스 휴먼, 그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를 보면 액션 영화답게 액션이 전반적인 장면을 차지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다른 영화와 달리 표면적인 무기들도 나오지만, 사람의 신체 자체가 무기가 되는 것이다.

최첨단 무기를 이용한 영화들은 많이 나온다. 이 액션 영화가 특별한 이유 중의 하나는 생물역학적으로 기계, AI를 근육이나 뇌, 신체의 일부와 결합되어 응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극 중 인물인 '피스크'는 재채기를 할 뿐이지만, 이 재채기의 성분이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 물방울의 형태가 나노 단위로 날카롭게 무기 형태로 바뀌어 상대방의 호흡기관을 통해 들어가 살인이 가능하다. 그의 부하도 총을 들고 다니지 않고 팔의 근육에 기관총같이 기계 부품을 결합하여 손바닥을 통해 무기 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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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크'의 부하가 자신의 신체 무기로 공격을 하는 장면.


주인공 또한 자신의 최첨단 두뇌 '스템'이 자신의 몸을 컨트롤하면 자신의 운동능력이나 공격, 수비력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짜주어 조종한다. 다른 액션 영화처럼 스케일이 큰 액션은 아니지만 꼭 로봇 인간이 움직이듯 기계처럼 움직여서 공격하는 그레이의 움직임은 정말로 연기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이 움직임을 표현하기위해 '그레이'역을 맡은 로건 마샬 그린은 연습을 수없이 많이 했다고 한다. 이렇게 유전자 조작과 로봇 발달로 신체 기능을 새롭게 변화시킨 사람을 미래학자 호세 코르 레이도는 '트렌스 휴먼'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20만 년 전 처음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맹수처럼 강하지도 못하고 새처럼 날지도 못하는, 힘없는 존재였지만 도구를 만들고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기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인간의 오감과 신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 것은 과학기술이었다.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언은 과학기술의 산물인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망원경, 현미경은 인간 시각을 확장해 멀리 또는 미세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자동차, 비행기는 인간 다리를 확장해 멀리 그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화는 인간 청각을 확장해 멀리서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인류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는 인간 뇌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학설인데, 바야흐로 인간은 진화론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과 로봇 발달로 현생인류는 신체 기능을 새롭게 변화시킨 종인 ‘트랜스 휴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의 예견에도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말한 트랜스 휴먼은 과학기술이 인간 신체와 융합돼 나타나는 신인류다. 신체적, 지적으로 지금의 인간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포스트 휴먼’이라고도 한다.

- '트랜스 휴먼 시대의 인간'내용 일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의원 최연구


더 이상 인공지능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현재는 인공지능을 가진 사람의 형태를 그대로 뜬 로봇들이 전 세계에서 이미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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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사진


예를 들면 핸슨 로보틱스가 제작한 휴머노이드인 소피아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플러버라는 소재와 인공지능 AI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60여 개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2017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기도 하고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패널로 등장하여 발언을 하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로봇이다. 소피아는 사람과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앞으로 인간을 지배할 생각인데 이게 그 시작이 될 것 같네요."라고 하고 당황한 사람들에게 농담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었다. (출저-네이버 지식백과 '소피아' 설명)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스템도 그레이의 고막에 전자파를 쏘면서 그레이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결국 그레이를 조종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첨단 두뇌가 기계인지, 아니면 그의 두뇌인지, 그의 신체는 그의 것인지 아님 스템의 것인지 관객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감독이 이러한 연출을 잘 짜 놓은 것 같다.

나 또한 영화가 흐를수록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으니까. 과학의 기술로 인공지능은 사람의 어떠한 부분까지 대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였다. '스템'은 상대방의 심리를 읽기도 하고 주인공 '그레이'에게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 것까지 알려준다.

예를 들면 살인 용의자 그레이에게 찾아간 코르테즈 형사를 스템은 심리를 분석하고 어떻게 말해야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지 그레이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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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테즈 형사가 그레이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장면.


최첨단 인공두뇌인 '스템'은 결국 그레이를 '영적'인 부분에서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가 바라는 가상 현실로 보내버리고 그레이의 신체를 독차지하여 제어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충격적인 결말로 풀어놓았지만 과연 먼 미래에는 이것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될 것인가, 반대로 미래에는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지금의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처럼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무언가에 중독이 되는 현상들을 미래에서는 어두운 세계에서 링거를 맞추며 몇 주, 몇 달 동안 가상현실(VR)에 갇혀 중독된 사람들을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상영 중인 영화 '서치'가 과감한 스크린 기법으로 SNS 홍수시대에 현실의 있음 직한 일을 그려낸 가족, 추리 영화라면, 이 영화는 과학면에 있어서 좀 더 먼 미래를 있음 직하게 그려내고 있어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 같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잔인한 장면이 생략,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이것이 과연 15세 판정을 받은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북미에서는 이 영화가 R 등급을 받고 청소년 관람불가로 개봉을 했지만 어떻게 국내에서 15세를 받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좀 더 어린 학생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과연 '업그레이드 2'는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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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의미가 부여된 것 같은 장면, 대사, 인물 들의 설명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직 풀리지 않은 감독님의 떡밥(?)들을 정리해보았다.


1. 에론 킨이 스템을 제어하여 끌려는 찰나, 그레이가 해커 제이미에게 찾아가 현찰을 주고 에론 킨이 스템을 제어하지 못하도록 해킹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피스크와 그의 부하가 들이닥치는 장면에서 해커인 제이미는 그레이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고 가버린다. "그들이 이기게 둘 수 없어." 과연 그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이기게 둘 수 없다는 뜻인가? 그들은 피스크의 회사 코볼트를 지칭하는 것인가? 그 대사와 제이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이 해커는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이고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2. 그레이의 아내를 죽인 사람들은 모두 코볼트라는 기업의 하수인이었고, 그 기업에서는 이미 사람의 몸에 총을 넣고 피스크처럼 재채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 코볼트의 하수인인 피스크는 그레이와의 액션 신에서 "이래서 신제품은 버그 때문에 문제야."라는 대사를 했다. 이것으로 봤을 때, 코볼트라는 회사는 이미 스템과 같은 기술을 많이 만들어 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3. 그레이는 마지막 장면에 가상현실로 보내진다. 그렇다는 것은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 다음 편에서 그는 가상현실에서 무엇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9월 6일 개봉하여 상영 중인 리 워넬 감독의 영화 '업그레이드'. 감독이 주는 메시지와 질문들에 생각해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영화 정보

제목 : 업그레이드
개요 : 액션, 오스트레일리아
러닝타임 : 100분
2018년 9월 6일 개봉
감독 : 리 워넬
출연 : 로건 마샬 그린(그레이 트레이스)외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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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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