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밌게 일하고 일처럼 놀자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9.0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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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인간의 저자, 로제 카이와는 ‘놀이’를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일체의 근심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는 놀이를 통해 실제생활의 피로를 푸는 것과 놀이영역과 생활영역이 뚜렷이 구분될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정의와 설명이 놀이를 온전히 표현했다고 볼 수 있을까? 놀이의 본질이 무엇인가?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일상생활 속에 들어와 그 행위로부터 긴장과 근심이 생겨도 즐거움을 느낀다면 놀이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일상생활의 행위 자체를 놀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일까?

작년 5월, 나는 연극동아리의 정기공연에서 배우를 맡아 한 달 내내 연극을 일 순위로 생각하며 생활했다. 연극이 처음이라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고, 대본은 두꺼웠지만 감정표현이나 발성 같은 대본 암기보다 어려운 일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연극을 성공적으로 올리고 싶었기에 통학 지하철에서는 무조건 대본을 보았고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10시까지 연습을 했다. 5월 한 달 동안 나의 주된 일상생활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연극이었다. 매일매일 긴장하고 피로가 누적됐음에도 나는 연극을 놀이라고 생각했다. 피로와 긴장 속에서도 궁극적으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놀이와 일의 관계는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놀이는 실제생활과 상호작용한다. 즉 놀이와 실제생활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먼저, 스포츠선수나 연극배우처럼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삼고 있는 “놀이”가 직업인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그들에게 놀이는 일상생활이며 놀이로 인해 생계걱정이나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 등으로 긴장을 하고 피로를 받지만 동시에 즐거움을 얻는다. 물론 그들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그들만의 놀이가 따로 있겠지만, 놀이가 직업으로써 기능할 수 있음은 놀이와 실제생활이 상황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놀이는 단순히 피로를 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교육적인 기능으로 실제생활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이 교육적 기능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아나우드에 따르면, 놀이는 아동의 인지학습을 조직화하고 활발하게 하고, 아동의 불안과 정상적인 발달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또, 아동의 자기중심성을 감소시켜 사회화의 기술을 습득시키고 타인에 대한 아동의 감정이입을 깊게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마지막으로, 실제생활도 놀이에 영향을 미치며 그 예로 아이들의 역할놀이를 들 수 있다. 역할놀이의 배경은 주로 집이나 학교로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모방하며 놀이를 한다. 이 때 아이들이 맡는 역할의 종류나 그 역할이 하는 일이나 하는 말 등은 일상생활을 모방할 수밖에 없다.

배우나 가수, 스포츠인의 인터뷰를 보면 ‘힘들지만 이 일이 재밌어서 하게 됐다.’ 등의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현대에는 인터넷의 발명으로, 최근에는 유투브의 인기로 놀이와 일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먹방으로 어마어마한 수입을 벌고 있는 인기 유투버 ‘밴쯔’는 그의 방송에서 종종 ‘자신에게 일은 자기관리차원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고, 먹방 유튜브를 찍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한다.

즉, 놀이는 실제생활과 관련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놀이가 직업인 사람들의 예는 극단적인 예시였다. 그리고 "놀이"의 정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다. "놀이와 인간"이 앞의 글처럼 복잡한 생각을 하게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재미를 느끼는 "놀이"를 업으로 삼는 것이 점점 더 가능해지고 있으며 놀이와 일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놀이가 일이 된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물론 일이 되었을 때도 그 재미를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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