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하프시코드' 이런 소리는 처음이라서

바로크 시대 · 하프시코드 · 바흐 · 헨델이 합쳐지는 순간
글 입력 2018.09.0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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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앙타이.jpg



피에르 앙타이 Harpsichord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사실 난 이 공연이 하프시코드 공연이라는 걸 모르고 영상을 클릭했다. 사진들을 살짝 보니 피아노라 피아노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근데 영상 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생각지도 못한 선율이었던 것이다! (피에르 앙타이 연주 영상이다. 나처럼 피아노 선율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눌러보지 않았다면 들어보길 권한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뭔가 강렬하고 색깔이 쨍한 느낌이었다. “피아노가 맞나? 아 하프시코드?” 피아노의 외관을 하고 있는데 들리는 소리는 분명 달랐다. 피아노가 부드러운 카스텔라 같다면 하프시코드의 소리는 무지개 케이크 같달까. 음들이 분명하고 진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었다. 자기주장이 강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글플 땐 한없이 서글퍼지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라 내겐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되었다. 이 악기는 어떤 악기인지.


하프시코드.jpg

 
하프시코드(Harpsichord)는,

14세기경 이탈리아 또는 플랑드르 지역에서 고안된 건반악기다.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독주 및 합주 악기였다. 하프시코드, 쳄발로, 클라브생 다 같은 말이다. 외관은 현재 그랜드 피아노를 닮았지만, 다른 점은 꽤 많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소리도 다르고, 건반의 색깔도 다르고 건반이 1단이나 2단으로 되어있다. 피에르 앙타이는 2단 건반이었다. 그는 때론 서랍식 커플링을 해서 치기도 하고, 위에 건반을 치기도 하며 다양한 연주를 했다. 그만큼 하프시코드의 큰 장점은 여러 음색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하프시코드 잭.jpg


또 피아노와 발음기구가 다르다고 한다. 피아노는 현을 해머로 친다면, 하프시코드는 픽(플렉트럼)이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니?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아 나도 찾아보았다.

플렉트럼은 텅의 축에 고정된 채 앞뒤로 움직이는 텅의 중앙에 꽂혀 있다. 건반을 누르면 지렛대 끝에 연결된 잭이 올라가면서 플렉트럼이 현을 뜯게 되는 것이다.



바로크 시대


현재 클래식 음악의 필수 악기인 바이올린과 첼로가 만들어졌고, 오르간과 쳄발로가 완성된 것이 바로크 시대이다.

바로크는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중엽에 걸쳐 유럽에서 유행한 예술 양식이며, 유럽 문명사에서는 보통 17세기를 ‘바로크 시대’라 지칭하고 있다. 17세기 유럽은 교황권과 지방 분권적 봉건 체제가 붕괴되면서 강력한 왕정의 시대가 열린 때였다. 그럼으로써 음악의 중심이 교회에서 궁정이나 귀족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또한, 바로크 시대가 되면 성악곡이 주를 이루던 르네상스 음악과는 달리 기악곡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악기의 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종교적인 음악에서나 세속적인 음악에서나 악기의 반주가 곁들어짐으로써 기악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비발디, 바흐, 헨델” 등이 이 시기의 뛰어난 음악가이다.

이 공연의 주제가 왜 “바로크 시대로의 여행 바로크 Signature”인지 몰랐는데 하프시코드란 악기를 찾아보면서 당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악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피에르 앙타이가 바흐와 헨델의 곡을 연주하는 이유 또한 이들이 바로크 시대의 대표 음악가들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부끄러운 깨달음이었다.


헨델1.jpg
 

내가 중학생일 때 자칫하면 음악의 어머니 헨델을 곧이곧대로 여자분으로 인식할 뻔한 적이 있었다. 나의 중학교. 음악실의 책상은 나무 책상이었다. 모든 음악실이 그랬는지 몰라도 특유의 성당에서 미사 볼 때 있는 기다란 책상이 음악실에도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져 연필로 파면 파지는 그런 책상. 학생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음에 가면 원래 파여 있던 곳이 더 깊이 파여 있고, 다 파였나 싶으면 옆에가 또 파여 있었다. 그럼 나도 합류해 거기에 깊이를 더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몰래 파고 있었을 때 음악 선생님의 강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
여기서 내가 어머니라고 했다고
너네 헨델을 여자로 생각하면 큰일 난다!
그만큼 바흐와 헨델에게서 많은 곡이 나왔고
음악을 발전시켰다는 뜻이야.
여자 아니고! 다들 들었지?”


그래, 그때는 그 말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고개를 들어 귀를 기울인 걸 보면.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 누가 봐도 위대한 단어로 보이지 않나. 그래서인지 바흐와 헨델이 어느 시대 사람인 건 기억하지 못해도 이들이 시대를 주름잡았던 작곡가였다는 바흐와 헨델이라는 이름은 각인되었다.

*

그리고 이번 공연을 위해 정보를 찾으며 <바로크 시대, 하프시코드, 바흐, 헨델, 비발디> 이 뿔뿔이 흩어져있던 단어들이 제대로 맞춰져 합쳐졌다. 합쳐지니 뭔가 멋지고 그 시대가, 하프시코드가 바흐와 헨델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특히 하프시코드가 가진 역사가 우아했달까.

그래서 다가오는 20일, 피에르 앙타이가 연주할 바흐와 헨델의 곡들이, 그리고 하프시코드의 선율이 궁금해졌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 소리만으로도 꽉 찬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공연장에선 하프시코드 소리가 어떻게 울릴까 궁금하다. 실제로 직접 귀를 들으면 어떨까 기대된다.

이런 소리는 처음이라서. 내 인생에 있어 듣기 어려울 흔치 않을 소리일 테니 귀를 활짝 열고 듣고 오려 한다.





< PROGRAM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위해 작곡된
6개의 작은 전주곡
6 Little Preludes written
for Wilhelm Friedemann Bach

*
연주될 구체적인 작품은 공연 당일
연주자에 의해 결정되어 발표될 예정입니다.


건반을 위한 영국 모음곡 제4번
F장조, BWV809
English Suite for keyboard No.4
in F Major, BWV809

Prelude | Allemande | Courante
Sarabande | Minuet 1 | Minuet 2 | Gigue


건반을 위한 토카타 D장조, BWV912
Toccata for keyboard in D Major, BWV912

Toccata | Adagio | Fugue


건반을 위한 모음곡 a단조, BWV818a
Suite for keyboard in a minor, BWV818a

Allemande | Courante
Sarabande | Menuet | Gigue


INTERMISSION


건반을 위한 파르티타 제1번 B-flat장조, BWV825
Partita for keyboard No.1
in B-flat Major, BWV825

Praeludium | Allemande | Courante
Sarabande | Menuet 1 | Menuet 2 | Gigue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Georg Friedrich Händel


오페라 '충직한 양치기' 중 서곡 d단조, HWV8a
Overture in d minor
from opera 'Il Pastor Fido', HWV8a


건반을 위한 모음곡 제2권 제4번 d단조, HWV437
Suite for keyboard Vol.2, No.4
in d minor, HWV437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with 2 Variations
Gigue

연주자의 요청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피에르 앙타이
Pierre Hantaï


0920_Pierre Hantai(c)Philippe Matsas_04.jpg


피에르 앙타이는 1964년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에는 미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나, 바흐의 음악을 접하게 된 후에는 음악가로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결정에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의 하프시코드 음반들도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였다. 앙타이는 10세 때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으며, 그의 형제들과 함께 많은 실내악 곡들을 연주하였다. 처음에는 독학으로 배운 스피넷(15~18세기에 많이 쓰인 건반식 발현악기)으로 관심 있던 곡들을 연주하며 음악을 공부했고, 이어 미국인 하프시코디스트 아서 하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그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에게 초대를 받아 암스테르담에서 2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쿠이켄 형제,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필리프 헤레베헤, 조르디 사발 등의 고음악 분야의 거장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참고 문헌



14기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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