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 산울림 160회 정기공연 : 이방인 - 산울림 소극장[연극]

글 입력 2018.09.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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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 제 160회 정기공연-
연극 <이방인>

2018.8.21~9.16
산울림 소극장
 알베르 카뮈
번역/각색/연출  임수현
출연  전박찬, 정나진, 박윤석, 문병주, 강주희





뫼르소의 독백으로 시작된 연극 <이방인>. 알베르 까뮈의 고전 명작이 연극으로 재탄생 되었다. 그것도 극단 산울림에 의해! 전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고전을 '산울림화'해 무대로 올리는, 명성 높은 극단 산울림. 까뮈의 <이방인>이 오른다길래 다시 산울림 소극장을 찾았다.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기다려왔던 그들의 작품.

담담하고 울림있는 뫼르소의 나레이션이 작고 어둡고 그러나 무언가(이를 테면 극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관객의 설렘, 긴장, 혹은 숨소리) 꽉 찬 관객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책을 읽는 듯 딱딱하고 건조한 어조.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책의 첫 장과 같았다. 자신을 읽고, 어머니의 죽음을 읽고, 어머니의 장례식을 읽고, 마리를 읽었다. 그의 어조는 극의 거의 후반부까지 죽 유지되는데, 아마 서사, 그리고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그의 지난 날들을 회상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뫼르소의 시선과 심정이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잘 드러났기에 되려 다른 인물들에게서 멀어져 그의 시선으로 서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극적 연출이 '뫼르소에게 만큼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의 연기나 대사들이 정말 책을 읽는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 책 속 무던한 그의 나레이션이 인상 깊었기 때문일까, 극화된 이방인이 궁금했다. 클라이막스에서 그가 나레이션 어조를 버리고 인물들 사이로 목소리를 비집고 들어올 때, 훨씬 그 효과가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들지만(뫼르소가 서사 속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가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데 일조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기에 연극적인 역할이 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

*


SYNOPSIS

알제의 선박 중개 사무소에서 일하는 뫼르소는 어느 날 양로원에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다.

그는 예전 직장 동료였던 마리를 다시 만나 유쾌한 영화를 보고 해수욕을 즐기며 사랑을 나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뫼르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레이몽과 친해진다.

레이몽은 변심한 애인을 괴롭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뫼르소는 레이몽의 뜻에 이끌려 이 계획에 동참한다. 며칠 후 뫼르소는 레이몽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그들을 미행하던 아랍인들과 마주친다. 그 아랍인들 중에는 레이몽 옛 애인의 오빠가 있다.

싸움이 벌어져 레이몽이 다치고 소동이 마무리되지만 뫼르소는 답답함을 느끼며 시원한 샘으로 간다. 그 곳에서 우연히 레이몽을 찌른 아랍인을 다시 만난 뫼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품에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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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함께하는 장면들이 무척 감각적이게 연출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분께서 상상했던 마리와(특히 마리의 목소리와) 정말 잘 어울렸다. 몰입이 훅 되더라는. 책에서보다 훨씬 둘의 사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리의 자연스러운 발성에 로봇처럼 대답하는 뫼르소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뫼르소만큼은 무대 안 그들에게서 멀어져, 거리를 두고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효과는 분명히 알겠으나 감정적인 교류가 분명히 필요할 때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관객으로서의 난 다른 이들과의 거리를 느꼈을 것 같아서.

뫼르소가 레이몽을 찌른 아랍인을 향해 총을 겨누고, 그 이후 극에 개입하는 부분은 가히 이 극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대사의 교환이 아닌, 내외적인 갈등이 서로 충돌해 혼란스러운 뫼르소의 모습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

원작을 성실하게 좇았지만 산울림의 개성이 돋보이지 않을 순 없다. 그래서 보는 내내 무척 감탄했다. 관객들과는 정말 초근접한 거리의 무대. 그 작고 텅 빈, 검은 원형 무대를 이리 저리 훑어 <이방인>의 알제리를 만들어낸다. 원작이 배경이 된 연극이라면 보통 그 장르의 특성을 떠올려보기 마련이지만(개인적으로 이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왠지 이 극은 보고나면 원작을 읽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마구마구 활자의 느낌을 느껴보고픈 극이다. 더위가 막 가시는 요즘, 러닝타임동안 차분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나. 글을 마치고 나니 극의 분위기만 주변에 적적하게 남은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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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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