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잔나비, '슬픔을 노래하고, 아픔을 웃어내려는 청춘에게' [음악]

인디밴드 잔나비, '웃픈 청춘의 현실을 노래하다'
글 입력 2018.09.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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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낭만과 환상, 야속하게도 씁쓸하고, 불안한 것들이 먼저 교차하는 것 같다. 사랑과 이별, 열정과 권태, 방황과 고민이 어우러진 청춘의 감정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고단하고 불안한 현실을 공감하며, 적잖이 유치하고, 재기발랄한 잔나비의 멜로디와 가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애써 슬픔을 농담하고, 아픔을 웃어내려는 청춘에게 잔나비의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낭만과 환상을 떠올리게 하며, 그들 특유의 소탈한 감성으로 이 시대 청춘들을 위로한다.
 
지난달, 디지털 싱글 앨범 ‘GOOD BOY TWIST’을 발매한 잔나비는 또 한 번의 묵직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곡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작년에 공개한 ‘SHE’ 이후로 꼭 11개월 만이라 오랜만에 음반으로 다시 만나는 잔나비의 음악은 더욱 반갑고, 설렌다. 92년생 동갑내기인 친구들이 모여 만든 그룹사운드 ‘잔나비’는 5인조 인디밴드로, 모든 곡들을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다. 보컬(최정훈), 기타(김도형), 베이스(장경준), 드럼(윤결), 키보드(유영현)로 구성된 잔나비는 1970년대의 빈티지 팝에서 얻은 음악적 영감을 통해 유쾌하고, 소탈한 팝 록을 노래한다. 그들의 음악에는 어떠한 허세도 없으며,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재치 넘치는 가사를 통해 독특하고 특유한 그들만의 감성으로 대중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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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는 2014년 싱글앨범 [로켓트]를 발매하며, 2016년 첫 정규앨범 [Monkey Hotel] 으로 데뷔 2년 만에 상당히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밴드그룹으로 성장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의 1집 앨범 [Monkey Hotel]은 monkey hotel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 것으로, 마치 한 편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곡마다의 트렌디한 색감과 느낌의 삽화가 인상적이며, 10개의 트랙 곳곳에 담긴 그들의 애정과 세심한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잔나비의 음악은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한 멜로디와 가사들로 불안하고 씁쓸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복잡한 감정들을 대변하며, 직관적이고도 꾸밈없는 노랫말은 고전미와 위트를 섞어 잔나비만의 복고적인 분위기로 환기시킨다. 이것이 잔나비만의 감성이며, 이들의 음악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사실 잔나비의 음악을 모두 좋아하는 필자는 이들의 곡을 모두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잔나비의 음악에 입문하는 단계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단번에 귀를 사로잡을 몇 곡들을 먼저 들어보며, 잔나비의 음악과 친해지길 바란다. 특히 빈티지 팝과 유쾌한 락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그들의 음악을 격하게 반길 것이므로 잔나비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음악적 감성에 푹 빠져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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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dnight (Intro)
2. (Title)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MV)
3. Surprise!
4. Wish
5. The Secret of Hard Rock
6. HONG KONG
7. 꿈나라 별나라
8. JUNGLE
9. MONKEY HOTEL (Finale)
(Bonus Track) 왕눈이 왈츠

< 정규 1집 앨범 [Monkey Hotel] Tr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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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먼저, 잔나비의 많은 명곡 중에서도 대중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음악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지금도 받고 있는 곡은 아마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은 정규앨범 1집 [Monkey hotel]의 2번 트랙으로, 제목에서 느껴진 그대로를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보컬 최정훈의 허스키하면서도 슬픈 감성 보이스는 여름밤처럼 뜨거웠던 사랑 뒤에 찾아온 이별에 대해 애절하고도 슬픈 가사로, 쓸쓸하고도 헛헛한 마음을 표현한다.

특히나 웅장한 멜로디와 함께하는 낭만적인 가사들이 눈길을 끄는데, 잔나비의 모든 곡들을 직접 작사하는 보컬의 뛰어난 작사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은 뜨거운 여름밤과도 같았던 사랑의 끝이 이별일지라도,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노래하며, 이별 노래이지만 이별의 감정을 단순히 외롭고, 슬프게만 표현하지 않는다. 이 곡은 락 밴드인 잔나비가 발라드 곡으로 유명해진 대표적인 곡으로, 타이틀 트랙답게 호소력 짙은 보컬의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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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라 별나라"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Monkey Hotel]에 수록된 7번 트랙 ‘꿈나라 별나라’이다. 잔나비는 [Monkey Hotel] 앨범에서 자신들을 원숭이로 표현하며,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를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풀어낸다. 그 중에서도 ‘꿈나라 별나라’는 1집 앨범에서 표현하는 귀엽고 발랄한 멜로디와 가사로 동화적인 느낌이 가득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정글’ 곡에서 이들은 원숭이들의 고향을 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정글을 고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마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꿈나라와 별나라’ 는 누구나 꿈꿔볼 낭만과 환상의 세계를 재치와 익살스러운 가사로 표현하며,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의 통통 튀고, 밝은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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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다음 소개할 곡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이들의 2번째 싱글 앨범 [봉춤을 추네]에 수록된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이다. 제목이 다소 긴 이 노래는 밴드의 맛이 물씬 느껴지는 곡으로 빈티지팝과 유쾌한 락을 노래하는 잔나비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보면 이 곡은 사실 제목과 같은 가사들을 통해 이별의 후회와 허무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흥겨운 비트와 경쾌한 멜로디가 이별의 슬픔과 애절함을 잠재우며, 신나는 곡의 분위기에 흠뻑 빠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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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OY TWIST"


다음은 지난 달에 발표한 가장 최신 곡인 디지털 싱글 앨범 ‘GOOD BOY TWIST’ 이다. 좀처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잔나비는 이번 곡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필자는 ‘GOOD BOY TWIST’를 들으며, 이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이전 곡들과는 확실히 다른 감성으로, 다른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곡은 특히나 갈 길 잃은 이 시대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며, 잔나비 특유의 재치와 위트 넘치는 가사 뒤에 느껴지는 심오함이 더해져 진한 여운과 감동을 오래도록 남긴다. 신나는 분위기로 시작하는 곡이지만, 결국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하는 이번 곡은 특히나 보컬 최정훈의 가사와 곡 해석이 눈길을 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하면 도태가 되어요. 그건 단지 기술과 유행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지금껏 옳은 것이라 배운, 그래서 품에 안고 힘차게 뛰었던 모든 가치들이 한순간에 뒤집혀 더 이상 품을 필요도 없는 허상이 되어 버린 건 나와 내 친구들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죠. 우린 늘 그랬듯 두 눈 질끈 감고 더 뛰어야 할까요? 아님,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춤을 춰야 할까요? 그게 허무의 몸부림이라고 한들 말이에요. 끝끝내 춤을 추지 못할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 잔나비 최정훈의 'GOOD BOY TWIST' 앨범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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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혼란의 시대, 기존의 가치관과 이상이 무너져버리고, 모든 것이 너무나 쉽고, 허무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때도 우리는 무엇이 정답인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그곳엔 진정 행복의 오아시스가 있기만을 바라면서, 달리다 넘어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잠시 멈춰서 바라볼 여유 같은 것은 너무 큰 사치인 것만 같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한 질문은 잠시 접어둔다. 그저 그곳에 빨리 도착해야 하니 조금의 방황, 일탈을 너그럽게 용서해 줄 아량은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은 대단히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 어느 곳을 보고서 어느 쪽을 향해 달릴 것인가. 길 잃은 청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끝나는 잔나비의 노래들은 빠르고 경쾌한 비트에 기대어 애써 드는 서러운 슬픔을 잊게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강하게 남는 허탈함과 씁쓸함이 많은 생각들을 스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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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가 데뷔 2년만에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며,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어떠한 유행과 트렌디함을 쫓지 않은 데 있다. 그들의 음악에는 패션 스타일부터, 멜로디, 곡의 가사들까지 복고풍의 느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며, 이것이 잔나비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비틀즈와 퀸으로부터 가장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는 이들은 결코 올드 팝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그들만의 멜로디와 감성으로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나간다.

절묘한 멜로디와 보컬로 청춘들의 현실을 깊게 파고드는 잔나비는 결코 복잡하고 어렵게 음악을 풀어내지 않는다. 소탈하고, 유쾌한 음악을 노래하는 잔나비에게 허세와 가식은 없다. 그저 청춘의 씁쓸한 현실과 외로운 슬픔에 공감하며, 진실한 음악을 하고플 뿐이다. 인디밴드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잔나비, 지금처럼 변치 않고, 그들만의 노래로 청춘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음악을 통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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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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