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리즘오브(PRISMOf) 9호

파수꾼
글 입력 2018.09.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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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수업 중 한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주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아주 무서운 거예요.” 얼떨떨했다. 어떤 주의를 주창하는 일은 편협한 일일 때도 있지만, 그래야만 하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굳게 믿은 나였다. 그런 나의 습관은 하나만 좋아하기, 한 가지 사실만 믿기, 한 사람의 말만 들어주기 등등. 무언가를 믿고 꾸준히 지지하며 견고한 편견을 지어올리는 것이 습관이다.

그런 나에게 <파수꾼>이라는 영화와, 그 영화에 대한 다양한 독법 <프리즘 오브>는 쉽지 않았다. 여러번 반복해서 돌려 보고, 자주 배반 당했다. 믿었던 사실은 쪼개지고 비틀리고, 듣지 못한 이야기는 무성했다. 좋아하고 믿고 들어줄 수 있는 단 하나를 선택한다는 게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한 일이었는지. 무게를 싫지 않고, 손을 들어주지 않고, 그러니까 제 멋대로 편 들지 않기로 했다. 쪼개진 이야기를 굳이 이어붙이지 않았고, 경계를 넘나드는 목소리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경계를 지키는 일은 너무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기태, 희준, 동윤이 말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에 취약한 우리는 어설프고 미숙하게 대처하며,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한다. 책임질 수 없는 결과들이 묵묵히 도래할 때, 피해야할까, 맞닥뜨려야할까.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내놓으라 하고 싶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세상에 답을 가르쳐주는 어른은 없다. 그래서 도망치거나 끝까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투신했다. 영화 속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유형은 어떤 보편들이다. 처지와 감정이 닥쳐올 때 나는 기태였다가 희준이었다가 동윤이었다. 그런 나를 미숙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도망치는 사람,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아니라 그냥 아직 세상의 아이로 봐주었으면 하는 보편을 염원했다.

불안한 그들의 뒤를 쫓는 시선이 흔들릴 때, 어렴풋한 감정의 떨림이 포착될 때, 과거와 현재는 얽히고, 한 가지 진실을 파헤치려 들지 않을 때, 다행이다 싶었다. “**주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아주 무서운 거예요.”

사실 무서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않나, 어쩌면 무서운 걸 알면서도 간편하고 쉬운 방식을 택하며, 어떤 이야기들이 가져올 진실, 더 무서운 그 진실을 듣지 않으려 했던 거 아닐까.





프리즘오브(PRISMOf) 9호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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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15,000원
페이지수 160쪽
판형 175mm x 250 mm
출판일 2018년 7월 30일 발행

 
책 소개

프리즘오브는 매 호 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는 계간 영화잡지입니다.

Prism과 Of의 합성어로 영화에 대한 프리즘,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프리즘을 담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하여 관객의 영화적 경험을 확장시키며 소장가치 있는 매거진을 지향합니다.


프리즘오브 9호 <파수꾼>

<파수꾼>은 2011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제작 지원비 5,000만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가 이렇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독립영화계에, 또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일입니다. 프리즘오브 9호에서는 각각의 인물들과 영화의 촬영기법 및 내러티브를 분석하며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힘을 찾고, <파수꾼>의 이야기를 가부장적 남성사회와 청소년의 시선 등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봅니다. 또한 인터뷰, 기고글 등의 기사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 독립영화의 역할을 조명합니다.

프리즘오브 프레스는 영화소비채널 무비즈댓매터(movies that matter)에 소속된 디자인 프레스입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모여 영화와 관련된 책을 기획, 디자인, 출판하며 시각예술과 텍스트가 어우러진 컨텐츠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목차

[LIGHT]
24 한국독립영화 계보
30 독립영화, <파수꾼>
34 모두의 이야기
 
[PRISM]
44 기태 - WE NEED TO TALK ABOUT HIM
48 아들이 죽었다
50 <파수꾼>의 공간: 기찻길, 집, 학교
58 회상하는 화자들의 이행: 정보의 심도가 주는 플롯의 효과
64 희준 - 도망자는 모두 비겁한가
68 <파수꾼>의 촬영: 키노아이로 바라본 파수꾼
76 공의 궤적
82 동윤 - 어른이 된다는 것
 
[SPECTRUM]
92 <파수꾼> 관객 서베이
94 인터뷰 - 청소년 대담
108 이행기(liminality)의 소년들과 ‘거울’
114 나는 남고 출신입니다
120 여기 또다른, <용서받지 못한 자>
124 인터뷰 - 유지영 영화감독
136 소년들은 자랄까


*


<프리즘 오브>가 한 편의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좋다. <파수꾼>을 백 명의 관객이 봤다면 백 개,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생긴다.  한 편의 영화는 그런 식으로 미세한 결들을 달리 하며 수많은 진실의 가능성을 연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기로한 영화였고, 무엇보다 그 의도에 충실히 따른 잡지다.

<프리즘 오브>를 읽으며 어떤 섹션에서는 누군가 파수꾼을 보고 느꼈을 감정을 고대로 전해 들었고, 또 어떤 섹션에서는 <파수꾼>을 만드는 데에 들인 기법과 기법의 효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파수꾼>을 이해하기 위해 어느 하나 빼먹지 않겠다는 성실함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한 페이지,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개인적인 감상, <프리즘 오브>의 탁월함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플롯”, “내러티브”. 영화의 기초, 영화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한 섬세한 논의는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있다.

어떤 영화의 주제를 이해하는 갖은 방식들 중, 영화의 시나리오를 꺼내 읽어 보는 경험이 이렇게 결정적일 수가. 아무도 편들지 않겠다, 어떤 하나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 각자의 서술이 필요했고 플롯은 비선형적으로 얽혀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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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는 세 가지 섹션으로 짜여 있다. 라이트 - 프리즘 - 스펙트럼. 라이트 섹션에서는  백색광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색깔을 띠기 전, 어떤 빛이 프리즘에 닿았는지 살펴본다. 프리즘 섹션에서는 캐릭터들의 심리를 포함해 영화적 구성을 살펴본다. 스펙트럼 섹션에서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채로운 색으로 펼쳐지는 빛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시선과 다각적인 해석을 통해 <파수꾼>이 지금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어떤 빛이 프리즘에 닿았고 프리즘 안에서 굴절하며 각각의 빛줄기가 되어 이내 가지각색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프리즘오브>는 스펙트럼의 한 갈피에 내 이야기를 슬며시 끼워넣어도 된다고 말하는 거 같다.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모여 스펙트럼을 이루면, 그 자리에서 <프리즘오브>는 찬찬히 이야기를 담아낼 거라 생각해본다. 이 다음 프리즘 오브에서 다룰 작품은 무엇일까. 어떤 빛을 통과해 세밀히 쪼개지고 나뉜 이야기들이 또 다시 어떤 빛깔의 스펙트럼을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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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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