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문화 전반]

탈코르셋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18.09.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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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동시에 이슈가 된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탈코르셋 운동’이다. 코르셋(Corset)은 궁정문화가 유행하던 바로크 시대의 유럽에서 여성들이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를 과시하기 위해 착용한 보정용 속옷으로 이른바 아름다운 여성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사실상 코르셋은 강요된 복장 중 하나였다. 과거의 코르셋의 의미가 현대에 오면서 약간 변화가 되었는데 의미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사회적 시선, 남들의 시선, 품평에 맞춰 여성을 억압하는 것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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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은 미의 기준이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한국에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지하철역에 들어서면 몇 발자국 걸쳐 성형광고가 늘어서 있다. ‘얼굴이 예뻐야 몸매가 산다’ ‘시선이 즐겁다’ 등 문구들이 즐비하다. 또 ‘넌 ~할 때 제일 예뻐’라는 문구도 광고로 많이 쓰인다. 예전에는 별생각이 안 들었는데 요즘은 지나가다 저런 광고를 마주치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무슨 맨날 여자는 다 예뻐야 하냐‘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숨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외모적 기준이 획일화되어있다. 마른 몸매와 긴 생머리, 메이크업, 매끈한 겨드랑이와 다리 등말이다.

그런 코르셋으로 칭해지는,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을 가두는 편견을 벗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화장을 하지 않거나 안경을 쓴 여성 앵커에게 환호를 던지는 분위기 등이 그렇다. 매일 외출을 하기 위해서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3시간씩 거울 앞에 앉아있는 것들은 정말로 ‘나’를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자기만족이라는 틀에 어찌하여 끼워 맞출 수는 있지만 코르셋은 코르셋일 뿐이다. 과연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도 화장을 할까?라고 생각해보면 쉽다. 결국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기도 하겠다.



- ‘예쁘다’는 칭찬

내 이야기를 잠깐 하겠다. 나도 여성으로서 탈코르셋 운동 접하고 페미니즘을 접하며 느낀 것이 많다. 나는 원래 화장을 잘 하지 않는다. 가끔 놀러 갈 때, 하고 싶을 때 하는 편이다. 일을 할 때도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편인데, 주로 듣는 말은 ‘아파 보인다’ ‘초췌하다’ ‘방금 자다 나온 것 같다’ ‘입술색이 없다’ ‘너무 편하게 온 거 아니야’이다. 왜 그렇게 내 얼굴에 관심이 많은지 잘 모르겠다. 화장을 안 한 나 같은 여성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이렇게 좋지만은 않다. 그런 말들은 여성들에게 ‘화장을 해야 하나’ ‘뭘 더 발라야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그것은 다시 꾸밈노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억압이 아니면 무엇인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나의 얼굴은 쌩얼이나 노메이크업이라는 단어로 불린다. 또는 예쁘지 않은 여성으로 불린다. 그냥 나의 본래 얼굴일 뿐인데 말이다.



- 강요가 아닌 권유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르셋을 벗자는 강요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운동은 안 꾸미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꾸미는 것이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변하길 바라는 것이다. 권유의 느낌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밖에서 당장 지금도 수많은 코르셋들을 강요받고 있다.

자신을 꾸미기 위하여 쓴 시간과 비용 등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면 벗어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다. 하기 싫으면 안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여성의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되기도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마냥 자유롭게 살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라. 그러나 난 꼭 분명히,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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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강 때만 되면 옷을 사고 다이어트를 하던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개강 여신’이라는 단어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고 과거에 비하면 외모에 대한 지적에 대해 조금은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마른 몸매와 화장한 얼굴 등을 아름다운 것으로 정하던 화장품 광고들도 이젠 다양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좋은 움직임이다. 자세히 보면 정말 작은 것들이다. 사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작은 바람들이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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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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