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별난 영화잡지, '프리즘 오브' [도서]

결국 난 팬이 되었다.
글 입력 2018.09.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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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탈 때마다 항상 경이롭다고 느끼는 것은 10명 중 9명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에서도, 정류장에서도,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2018년의 사람들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종이 매체들이 줄줄이 망해가는 것은 당연지사. 매니아 층이 탄탄한 ‘책’은 비록 가늘더라도 길게 명맥을 유지할 듯하지만, 슬프게도 ‘종이 신문’은 ‘인터넷 신문’이라는 뉴페이스에게 밀려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난 잡지 역시 종이신문과 비슷한 종말의 대로를 걸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여 ‘프리즘 오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걱정’이었다. 어휴, 어쩌려고 지금 같은 때에 잡지를 만드셨대... 이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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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잡지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 약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내가 너무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려고만 했나 싶기도 하다. 왜냐면, 이 영화잡지는, 한마디로, 대박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영화 <독전>은 열린 결말이다. 하여 나 역시 탕-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광활한 설원을 바라보며 ‘그래서 조진웅이 죽은거야 류준열이 죽은거야?’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 불이 켜지자마자 곳곳에서 나와 같은 생각들이 터져 나왔다. 내 옆자리 여성분은 해석을 쳐보겠다며 바로 핸드폰까지 꺼내들었다.
 
영화는, 문화예술의 여러 분야 안에서도 대중이 ‘정복의 욕구’를 가장 크게 느끼는 분야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 있다. 맞는 말인 듯하다. 영화의 특정 부분이 이해가 안 되어 ‘영화 00 해석’을 검색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 있을 것이다. (하물며 ‘곡성 해석’이라도 쳐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류준열이 죽었는지 조진웅이 죽었는지, 그것이 뭣이 그리 중헌가! 그저 관객 좋을 대로 생각해버려도 그만이며, 당신의 해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 역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발적인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 앎의 욕구는 음악, 미술, 사진 등의 다른 문화예술과 비교했을 때 분명 더 크다. ‘베토벤 운명교향곡 해석’을 검색해본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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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에 오직 한 영화를 다루는 ‘프리즘 오브’는 관객의 이러한 ‘앎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매우 적합하다. 소재로 삼은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더욱 높은 지식과, 더욱 깊은 사유의 경지에 닿게 하기 때문이다.
 
‘프리즘 오브’는 크게 두 가지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영화에 대해 깊게 알아보는 ‘Prism’과, 관객의 다양한 의견을 만나보는 ‘Spectrum’으로 말이다.
 
9호 <파수꾼>의 Prism에서는 기태와 동윤, 희준 각각의 입장을 구구절절하게 풀어보기도 하고 기찻길과 학교, 집이라는 공간이 이 영화에서 상징하는 바를 짚어보기도 한다. 어떠한 촬영 기법을 통해 캐릭터들의 상황을 비주얼적으로 전달했는지, 기태의 야구공은 어떻게 이스터 에그로서 기능하는지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이스터 에그: 감독이 메시지를 숨겨놓은 장치)
 
Spectrum에서는 <파수꾼>에 대한 교수, 동료 영화감독의 견해뿐만 아니라 영화의 상황을 실제로 겪어내고 있는 청소년들과의 대담, 이미 겪어낸 남고출신 에디터의 글까지 만나볼 수 있다. 나는 특히 ‘나는 남고출신입니다’‘여기 또 다른,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여성인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죽을 때까지 겪지 못할 남성 집단 특유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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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잡지가 정말 좋았다. 영화 하나를 다양한 시각에서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져 본 경험이 신선했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정복의 욕구’들이 마구 충족되는 느낌도 들었다! 결국 난 6호, <다크나이트>를 사버렸다. 사실 1호부터 7호까지 다 사고 싶었다. 디자인도 너무 예쁘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만큼 재밌는 읽을거리도 없기에 개인 소장의 욕구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곧 가난한 대학생이라는 나의 신분을 자각했고... (돈의 중요성을 이럴 때 깨닫는다.) 하여 급한대로 한 권만 먼저 데려왔다. 하지만 왠지 머지않아 1권부터 9권이 나란히 내 책장에 꽂혀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10월에 출간되는 10호는 '라라랜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 빠져나갈 나의 통장 잔고에게 조금 일찍 이별의 말을 건네본다.

'프리즘 오브'는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은, 보편적이었으나 충족되지 않아온 관객의 욕구를 제대로 포착했다. 지금까지는 왜 이런 콘텐츠가 없었나 싶을 정도이니 이 잡지를 만드신 분들은 좋은 문화예술인이기 이전에 뛰어난 경영자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프리즘 오브’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다. 이 유별난 영화잡지는 내게 main stream에 섞여들지 않아도 단단하게 빛날 수 있다고 몸소 보여주는 듯 했다. ‘취업’이라는 고학번의 숙명적인 고민 앞에서 ‘이런 길도 있어!’라며 미처 보지 못했던 문을 열어준 느낌이랄까.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간 박민재가 가장 가치를 발휘할 곳을 찾아보라는 과제를 ‘프리즘 오브’가 부여해주었다. 덕분에 ‘주변에서 보기 좋은 길’이 아니라 ‘나답게 옳은 길’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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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거대한 흐름에는 반하더라도 본인만의 뚜렷한 목적성과 색깔을 가지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경쟁력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 ‘프리즘 오브’는, 너무도 명백하게 경쟁력이 있다. 분명 입소문을 타고 타서 더더욱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에디터로서 이 잡지를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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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프리즘오브(PRISMOf) 9호 -


펴낸곳 : 프리즘오브 편집부

분야
잡지 > 예술/대중문화

규격
175mm x 250 mm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8년 7월 30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63742-0-4(0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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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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