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립영화 파수꾼의 깊이를 더하다 [PRISMOF 파수꾼]

글 입력 2018.09.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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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파수꾼의 깊이를 더하다
[PRISMOF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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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잡지 PRISMOF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본 잡지가 5번째 이슈로 ‘영화 아가씨’를 주제로 들고 나올 때였다. (필자가 우선 영화 아가씨의 팬이자, 박찬욱 감독에 대한 동경심이 가득함을 미리 말해둔다). 영화 아가씨를 너무도 좋아해 트위터에서 여러 팬들을 팔로우하며 영화 관련 소식들을 접하곤 했다. 그 때 이 잡지에서 아가씨를 주제로 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팬들에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한 작품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는 잡지의 소장가치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했다.

당시 여러 리뷰나 비하인드, 해석 등의 이야기들을 충분히 섭렵한 뒤라 보진 않았지만(조만간 챙겨볼 예정이다), 영화 하나로 잡지 전체를 어떻게 구성할지 호기심은 생겼다. 그리고 이 잡지의 파수꾼 편을 보고난 지금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한 영화가 PRISMOF의 시리즈 중 하나로 나온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 영화의 팬이 ‘영화적 경험의 확장’을 싫어할 리 만무하니까.



도망자는 비겁하지 않다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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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수꾼 스틸컷


‘파수꾼’이란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대다수 기태의 시점으로 이해하곤 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자살을 한 당사자로, 또 수많은 감정의 흔들림을 영화 내내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태라는 캐릭터는 자칫 흔히 미디어에서 다루는 ‘일진’으로 소비될 수 있었으나 그의 감정을 엿보고 배경을 알고, 또 그 한마디, 그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은 애정을 갈구했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그에 따르는 연민들은 그를 단순히 가해자로 치부해버리기는 어렵게 만들어버리고 끝내 자살을 택하는 그의 모습에 더욱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기태에게 마음을 쓰고는 나도 모르게 희준이란 친구에게 원망을 하고 있었다. 대화를 좀 하면 되지 않을까. 기태가 좀 안타까운데 한 번 따뜻하게 감싸줄 순 없을까. 피하지 말지. 그렇게 나는 또 한명의 방관자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본 잡지 속 [희준-도망자는 비겁하지 않다]라는 챕터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암흑 같은 청소년기를 지나 살아남았다는 ‘결과’가 희준을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따라서 누군가가 희준을 비겁하다 칭한다면, 그 전에 영화가 희준의 회피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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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수꾼 스틸컷


희준은 기태와의 갈등 끝에 전학을 택한다. 희준과 기태는 동등한 관계 같아보였지만, 그 안에 서열은 존재했고 희준은 그에 대한 억압을 계속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영화 중간 중간 언급하는 ‘내가 니 꼬봉이냐?’와 같은 맥락의 언어는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잡지 속의 말처럼 희준은 갈등을 지나 괴롭힘이 되었던 시간을 건너 전학을 통해 살아남은 것이다. 살아남았다는 ‘결과’가 비겁함의 ‘이유’가 된다면 그 자체가 얼마나 절망스러운 일인가 생각하게 됐다. ‘희준의 도망은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아준 아이들의 흔적이다. 도망자는 비겁하지 않다.’ 그들은 절대 비겁하지 않다. 기태는 분명 학교폭력의 가해자의 위치였다.

내면을 이해하고, 어떤 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해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 말미에 희준이 있었고, 희준은 살아남았을 뿐이다. 희준과 같은, 괴롭힘 혹은 상처나 갈등을 이유로 도망가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비겁함’이라는 어휘를 덮어씌워선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명심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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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파수꾼



“‘후배들의 교과서’같은 영화에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로 인간의 심리에 접근하는 영화의 시초로서 한국 독립영화계에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RISMOF 파수꾼, 유지영 영화감독 인터뷰 중 일부


본 잡지에서는 파수꾼의 ‘독립영화’라는 특성에 꽤나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본 책에선 독립영화의 정의가 아직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자본을 기준으로, 또 누군가는 대중성 혹은 작품성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유지영 영화감독의 말을 빌려 이야기 해보려한다.


‘독립영화’라고 하면 앞에 괄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영화인거죠.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은 아무래도 역시나 자본이 아닐까 싶다. 자본은 투자자의 입김을 함께 가져온다. 특히 한국은 투자자의 입김이 세다고 알려져 있는데, 영화 범죄도시의 정형석 감독 역시 “요즘에는 기획, 제작,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지다 보니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투자자가 상업영화에 비해 멀다는 것, 즉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 비해 감독의 기존 의도와 메시지를 끝까지 끌고 가기 수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독립영화’ 파수꾼이 이례적인 사랑을 받았고, 더해 작품성까지 손색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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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파수꾼이 가지고 있는 힘 중 하나가 바로 한국독립영화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극장가는 상영관 점유율이 말도 못하게 형편없다. 대형 배급사의 입김은 날이 갈수록 커지며, 기차시간보다 자주 있는 상영시간은 관객 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아 수입된 해외 예술 영화들도 좀처럼 관객들이 보기 힘든 시간대에 자리 잡은 현실 속에서 우리 한국독립영화는 어디서 상영되고 자리 잡고 있는가.

물론 극장을 대표하는 있는 CGV가 아트하우스를 통해 예술 영화를 홍보, 상영하고 있지만 그 수는 상업, 대형영화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아트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극장이 전국에서 약 20개정도 밖에 되지 않고 걸려있는 영화도 한없이 제한적이다. 이제는 대중성, 그리고 작품성 등을 인정받은 한국독립영화들이 더 많은 기회를 만나야한다. 우리는 재개봉까지 이끌어낸 파수꾼으로 한 번 확인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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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잡지들이 폐간위기에 있다. 디지털화 되어가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많은 잡지들이 그에 맞춰 종이 발행보다는 디지털발행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 이렇게 영화를 위한 잡지가 발행됨이 참으로 반갑고 기쁘며 새롭다. 청소년의 이미지를 고착화 시킨다며 비판하는 청소년들의 대담부터 세 주인공을 심도 있게 다룬 글, 독립영화로서의 파수꾼에 대한 글까지 정말 다채롭고 또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느꼈다. 다음 호는 라라랜드, 그리고 또 다음 호는 캐롤로 알고 있는데 두 작품 역시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이고 적어도 3번은 본 영화여서 PRISMOF를 통해서 어서 만나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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