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완성하는 매거진, 프리즘오브

글 입력 2018.09.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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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매거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프리즘오브라고 대답할 것이고, 가장 없애고 싶은 매거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역시 프리즘오브라고 말할 것이다. 프리즘오브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행복하면서도 슬펐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프리즘오브가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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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9호가 다룬 영화는 <파수꾼>(2011)이다. 나는 5호인 <아가씨>때부터 프리즘오브에 관심이 있었는데 잡지표지의 형식은 조금 변했으나 여전히 내용은 알차고 풍성했다. 프리즘오브은 1년에 4번 발행되며 각 매거진이 영화 하나에 대해 깊이 있는 평론부터 다양한 영화 관계자들과 인터뷰 등과 사진들을 실어 영화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는 매거진이다. 책을 펴자마자 한국 독립영화의 계보가 나왔는데 정말 소리 지를 뻔했다. 본격적으로 <파수꾼>이라는 영화와 가까워지는 프리즘오브만의 방식을 엿본 거 같아서. 계보를 통해 <파수꾼>이 이후 한국 독립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한눈에 보는 것 같았다.

매번 프리즘오브는 신선한 인터뷰를 제공한다. <아가씨>때는 아가씨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제일 많이 관람한 사람과 인터뷰를 하더니 이번에는 <파수꾼>이 그리고 있는 고등학생들과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생을 벗어난 지 몇 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이 <파수꾼>을 바라보는 관점은 신선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니까 자소서를 엄청 쓰게 되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자꾸 자기에 대해서 탐구하라고 강요하고, 자신을 찾는 것만 중요하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가 되고요.


학생과의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나 역시 자소서를 써서 대학에 왔고 각종 대외활동, 학회, 알바 등을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소서를 쓰고 있다. 쓰면 쓸수록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갖게 되고 더 나 스스로에 파고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전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다. 나야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해도 된다지만 친하지 않거나 적당히 친한 아이들과 온종일 교실을 쓰는 아이들은 어떨까.


Q)기태의 아버지가 ‘일반적인 어른’으로
치환되는 면이 있을까요?

A)사실 많은 부모들이 그런 것 같아요.
“나는 부모니까.”


이 인터뷰 역시 마음에 남았다. 내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어떤 부모가 될 것 같은지 고등학생인 남동생의 자소서와 입시를 봐주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나도 어느새 기태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된 건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얘기를 더 해야지 하면서도 집에 오면 뻗거나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버리는 날이 많다. 그저 말로만 가족을 지키는 파수꾼이 된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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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리즘오브를 읽으며 <파수꾼>과 비슷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바로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인데 이 두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잘 설명해놨다.


우리는 <파수꾼>의 세 아이들이 자라나 <용서받지 못한 자>의 세 군인들이 된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심지어 속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략) 이 공간에서 몸이 약하고, ‘여성적’이고, 엄격한 규율을 해치는 남성은 약자가 된다. 폭력적인 구조인 남성사회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숨 가쁘게 자신이 약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프리즘오브는 디자인 잡지로서도 훌륭하다. 처음 매거진을 볼 때 중간중간 들어있는 사진들이 영화 내에서 캡쳐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또한 표지의 디자인이 본문 내에서 변형되어 나오는 데 상당히 감각적이다. <아가씨>의 경우 연한 핑크톤과 녹색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 <파수꾼>에서는 파란색과 검은색을 메인 색으로 사용했다. 이런 색 하나하나가 영화의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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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리즘오브를 알게 되었을 때 덕후가 할 수 있는 최고급 덕질이 프리즘오브라고 써놨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변한 것은 그때는 프리즘오브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1년 사이에 예술 분야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지 회의적으로 변했다는 것. 그러나 내가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고 해도 <프리즘오브>가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파수꾼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를 프리즘오브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중략) 절절한 동지애로 부조리한 절대악에 맞서 싸우는 소년의 모습은 더 이상 진부한 연출 너머로 확장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그보다 훨씬 내밀한 무언가와 싸우고 있다. 싸움이 개인적이고 복잡한 양상으로 변한만큼 일찌감치 링 밖으로 나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현실의 성장은 개별 주체들이 관계를 쌓으며 세상의 딜레마에 익숙해지는 과정에 가깝다. 이토록 ‘어른’이 되기 어려운 사회에서 운명적으로 성장이 예정된 소년의 이야기에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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