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의 이야기 : 도서 '프리즘오브 09 파수꾼'

글 입력 2018.09.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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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영화와 드라마라는 선택지를 준다면 난 단연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영화는 드라마가 가지지 못하는 신비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랄까. 보통 두 시간 내의 러닝 타임이 지났을 때 관객에게 남는 영화 특유의 여운은 나에게 큰 파장을 일으키곤 했다. 그리고 그 여운을 지속하기 위해 나는 인터넷을 열어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본을 읽어 보기도 한다. 결말이 흔하고 뻔한 영화보다 해석의 여지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수꾼>. 개봉한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독립영화계의 혁신과도 같은 영화를 프리즘오브가 주목했다. 알다시피 대단한 영화가 맞다. 흔히 대단하다고 말하면 거창한 액션, 판타지 영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고등학교 남자 아이들의 모습, 현실을 그대로 비췄다는 점에서 그리 평가받을 만하다. 너무 잔혹하게 그대로라 마음에 불편함이 앉은 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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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평론들을 읽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프리즘오브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청소년들의 대담을 담았다는 것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태, 희준, 동윤과 동년배인 그들을 초청해 어떻게 파수꾼을 바라보고 등장인물들을 생각했는지, 그들의 행동은 어떤 것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묻는 대담은 흔히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숙하고 어리다고 치부해버리는 청소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영화 <파수꾼>에 담겨진 의미와 부합한다고 보였다.

우리는 보통 초, 중, 고등학생들을 ‘급식’이라는 용어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당장 유투브에 들어가서 댓글창만 봐도 조롱과 무시가 넘쳐난다. 조금 웃기다. 다들 지나온 시간일텐데, 그때의 자신에게도 나름 힘든 일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어른들의 무시에 괜한 반발감을 느꼈을텐데 말이다. 이것에 대한 반성과 되돌아봄은 영화 <파수꾼>과 프리즘오브에서 진행한 청소년 대담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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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있었다. 1초가 지나 1월 1일이 된 순간 보통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성인이 된다는 것. 울타리 안에서 먹이 줄 시간만 기다리던 아이들이 단 1초만에 울타리 밖으로 나와 자신에게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올바른 성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었기에 어른도 마찬가지로 미숙하다. 기태 아버지가 기태의 죽음에 대해 물어도 답을 얻지 못하는 것, 그리고 죽음 전 기태에게 주었던 관심이나 사랑의 정도와 그 표현방식에서 그가 결코 완벽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같다. 해결할 수 없는 과제에 봉착하기도 하고 큰 실수를 저질러 하루종일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며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주춤하기도 한다. 삶은 연장선이고 18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인데 어른이 되었다고 슈퍼맨이 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일테다. 조금은 부족해 성장을 이루거나 불량 학생으로만 나타나는 청소년의 모습과 모범적인 어른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일반 영화와는 달리 어른, 청소년 상관없이 인간인 이상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파수꾼은 차별적인 매력을 가진다.

권선징악.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이야기들의 주제이다. 아직까지 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화들은 많고 더 많을 예정이다. 특히 국내 영화 시장을 잡아먹고 있는 상업영화들이 그렇다 (상업 영화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획일화된 스토리에 돌고 도는 배우들, 흥행과 관객수만을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들에 이제는 진부함이 느껴진다). 명확한 선인, 악인이 등장하고 악인이 적절한 처벌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스토리.

물론 그것이 주는 즐거움있겠지만 우리 주변에 과연 선인과 악인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물음에서부터 영화 <파수꾼>은 출발한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나를 선인과 악인, 이분법적으로 나눈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매력적이었다. 가해자가 사실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들을 부끄럽게 들춰낸다니. 정말 내 옆의 지인이 혹은 친동생이 겪었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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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 09 파수꾼>은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담은 글들이 모여 있어 더욱 즐거웠다. 기태, 동윤, 희준을 각각 나누어 살펴본 것도 세심하게 느껴졌고,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공의 존재에 대해서 다룬 파트도 매우 흥미로웠다. 읽는 것이 수월하거나 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고 더 의미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이 되어준다. 프리즘오브는 내 머리 속에서 영화 <파수꾼>을 바라본 파수꾼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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